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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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NL

고3을 마치고 수능, 본고사까지 치뤄가며 입학했던 그 대학의 공과대학, 딸랑 한학기만 다니고 휴학후 다른 대학에 들어갔지만 어쨌거나 입학했을 당시 나는 여자공대생이었다. 그리고 그 대학은 서울에서는 운동권이 꽤 세기로 유명한 대학이었다.

학과 선배들에게 PD가 어떻고 NL이 어떻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학때 학생운동을 지긋지긋하게 했다는 논술 선생님(여자)이 내가 그 대학에 진학했다 했을 적에, 넌 운동을 해선 안돼, 절대로 안돼 하고 아예 입학까지 재고해보라 할정도로 뜯어말렸기에 부모님 걱정끼칠 일은 절대 해선 안된다 생각하고 자랐던 나는 학생운동을 하면 정말 큰일나는 일이라 생각해서 그냥 그렇게 외면하려 했던 것 같다.

같은 과에 140명의 학생이 있었고 그 중 8명, 아니 9이었던가. 암튼 그중 여학우는 딱 그 정도였다.

그때 연대 노수석의 사망사건이 일어나 우리과 과대, 부과대를 비롯한 꽤 많은 남학생들이 그 집회에 참여했던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그런 무사안일주의자였다. 그리고 여학우 중에서도 나중에 과대까지 했던 친구 역시 남학생들과 똑같이 집회에 참여하고 행동한 것으로 안다. 그때는 내가 재수하러 내려갔을때라 친구들의 소식을 전해듣거나 혹은 신문을 통해 보거나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작가의 소설이고 주인공 태의 또한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다.

실제 작가와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겹치면, 허구라고 되어있는 소설임에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혼선을 주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섞어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함께 쓴 이야기기에 허구만이라고 볼수가 없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결코 소설이 아니다. 라는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말이다.


주인공이 동경해마지않았던 미쥬, 여신과도 같이 숭배했던 아름답고도 지적이었던 여선배.

그녀는 연대회의의 주축이었고 당연히 태의도 그녀를 따라 연대회의에 가담하였다. 그리고 공대에 아직 자리잡지않은 연대회의때문에 선배들은 공대생을 키우기 위해 안달이었고 거기에 끝까지 남아있던게 바로 진우였다. 그 진우를 늘 데려오고 감시하고 그래야했던건 미쥬의 엄명을 받은 주인공 태의였고 말이다.


미쥬와 운동노선이 달랐던 남자친구 대석, 그리고 미쥬를 동경하는 태의, 태의의 좋은 친구가 된 진우,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왜 이 책은 제목이 디 마이너스였을까.

그래 중간에 그 부분이 등장했음에도 그래도 몰랐는데, 끝까지 다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시작은 친구 진우의 결혼식을 끝내 외면하고, 자신의 결혼식에도 부르지않은 태의가 시간이 한참 흘러 진우의 연락을 받고 나가는 데서부터 시작을 한다.

그리고 기억은 과거로 되돌아가 대학생의 그들로 돌아가있다.


나는 진우의 이름을 불었다. 대석 형은 내 이름을 불었다. 전학협 간부가 대석형의 이름을 불었다. 청년 진보당 간부가 전학협 간부의 이름을 불었다. 민주노총 간부가 청년진보당 간부의 이름을 불었다. 침묵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의 입을 여는 데는 고문은 커녕 고문의 암시조차 필요치않았다. 223P


사람을 미쳐버리게 한다는 대공분실. 그곳에만 다녀오면 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너무 무서운 곳인가보다 지레 겁을 먹게 된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게 술술 누군가, 나 대신의 누군가를 찾아내고 말았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그 일에 어울리지 않는, 오히려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은 한 사람이 그 짐을 스스로 짊어지었다. 다른 누군가, 내 친구를 지목하지 않고 바로 나라고 말을 한것이었다.

그의 그 말로 인해 하마터면 그는 15년형을 받을뻔했고 그의 어머니는 그로 인해 혼절할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말이다.


참 많은 이야기들이 버무려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켠에 비켜서있던 용기없던 내가 할말은 아니겠지만, 선봉에 섰던 선배들도 두려워했던 "상상 속 고문"이었던 터라, 결국 후배를 불어버리고 그 후배는 가장 친했기에 친구를 불어버리고 그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감히 그 자리에 끼지도 않았던 나지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결코 태의와 다른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진우가 대단한 것이고, 그 거목이 되기 위해 키워졌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넓은 마음으로 친구에게 연락하고 친구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정말 이런 일이 있을수있을까 싶게 말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물론 작가만이 아는 사실이겠지만, 처음에 느껴졌던 그 거북함은 사라지고 어느새 집중해서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조금만 조금만 하던게 날을 새워버리게 되었으니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지만, 실제 이야기라면 너무 먹먹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말할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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