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 하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 중의 하나가 바로 베스트셀러 <빅 픽처>의 작가라는 점이다.

http://melaney.blog.me/50091377635

[t서평] 빅 픽처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2010.06.10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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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역시 재미나게 읽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후 빠짐없이 소장하는 나의 필수 목록이 되고 말았다. 읽어본 책들로는 <파이브 데이즈><더 잡><템테이션><위험한관계> 등이 있고, <리빙 더 월드> <파리 5구의 여인><행복의 추구> 등은 읽겠노라고 서재에 꽂아둔 대기목록 중 하나다. 대기 목록도 아직 못 읽었으면서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야하는 이 강박관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놀랍도록 빠져들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특히나 그의 작품 중 <위험한 관계> http://melaney.blog.me/50119653171

[KT 올레 e북 서평] 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으로는 빅픽처(http://melaney.blog.me/50091377635)를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그리고 그의 또다른 작품인 위험한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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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읽어볼 적에 느꼈던 여성 심리에 대한 탁월한 그의 묘사는 그의 성별이 과연 남자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가 되어있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작가지만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가가 되었고 특히나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단다.

이러니저러니한 작가 소개글들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그의 몇 작품만으로도 이미 난 충분히 팬이 되었기에 이번 소설은 어떤 감흥을 줄지 몹시 궁금했다.

 

책의 뒷면에 실린 짧은 글 내용 중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34년간 헌신해온 결혼생활의 결과로 여주인공 한나는 존경받는 교사가 되어있고, 남편은 의사, 아들은 변호사, 딸은 펀드매니저로 누가봐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하나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 그들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거기에 30년전 단 한번의 외도를 해 전전긍긍해오던 한나의 과거가, 상대 남자의 자서전을 빙자한 저급한 소설 속 폭로로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표지만 봐도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 그리고 입을 막고 절망에 차 있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어떤 내용일까? 뻔한 내용일까? 하지만 더글라스 케네딘데?

 

잘나가는 교수인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 못지않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인 화가인 어머니,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 한나는 그리 탁월하게 튀는 존재가 아니었다.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으나 늘 독설을 직설적으로 내뱉는 엄마는 한나를 배려해줄줄 모르고, 그녀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할때가 많았다. 초반에는 그렇게 한나의 대학시절부터 남편이 된 댄을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잘나가는 부모 밑에서 아주 화려하게 꽃을 피우지는 못했으나 그럭저럭 모범생 비슷하게는 컸던 한나는 살림엔 젬병인 엄마와 달리 살림을 그럭저럭 해내는 편이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처럼 삐걱거리며 사느니 결혼은 안하겠다 생각했지만 엄마의 저주(?), 예언대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의대생 댄을 만나 바로 안정적인 삶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의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댄만 바라보며, 그렇게 살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행복할 것 같은데 유명 의대가 아닌 지방대 의대인 댄의 취직 등은 그녀가 가보지 않은 깜깜 시골로 들어가게 된다거나 하는 지루한 (20대의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이었다. 댄은 그녀를 재미나게 해주지는 못하고, 바쁜 의사 생활 속에 그저 그녀에게서 안정만을 얻어갔고, 한나는 그런 댄에게서 만족감을 얻기보다 불만스러운 감정을 가졌지만 이미 생긴 아이가 있어 그 삶을 되돌린다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소 자유롭게 살거라 생각하는 서구 사람들도 동양인 못지않게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는 생각들을 한다는 것,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는 그런 주제 의식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너무나 쉽게 바람을 피우고 너무나 쉽게 이별을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와 서양인들 자체에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누누히 더글라스의 책을 읽을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그는 그런 데 있어서는 조금 보수적인, 동양관같은 생각이 있는가보다. 좀더 가정을 생각하고 지켜야한다는 것이 드러나진다. 그리고 그들 사회도 역시 그런 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우리처럼만큼은 아니겠지만.

 

한나는 댄과 시골 펠험에 갑갑히 갇혀 사는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집도 엉망이었고, 제대로 된 식료품 가게 하나 없었고, 의사라 바빴던 댄은 아내를 제대로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아이를 돌보며, 도서관 사서라는 일을 해가며 숨통을 트긴 했지만..

그런 그녀에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보이는 사랑이 나타났다. 결국 기만이었지만 말이다. 아빠가 딸의 연락처를 웬 젊은 남자에게 알려주고, 근처를 지나게 되면 연락하라고 했다? 난 그게 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위인 댄이 시아버지의 병환이 위독해 집을 비우고 있는 마당에 외간남자를 딸의 집에 들이도록 아버지가 주선을 하다니..이런 정신빠진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한나가 문제를 일으킨것도 사실 아빠의 그 정신 부재에 원인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그러니 한나가 아빠를 몇년간이나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이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었다.

 

독설가인 엄마보다 한나는 아버지를 더 좋아했고, 그래서 아빠에 대한 실망이 더 크기도 했다. 기대가 컸던 바였기에..

젊은 남자와 젊은 아기엄마와의 며칠간의 동거, 결국 그들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말았고, 한나는 지루한 일상 중에 잠시나마 빛을 발견한듯했으나 아기를 돌아보며 갑자기 문득 정신이 되돌아와있었다. 그런데 남자가 사실은 쫓기는 신세라며 캐나다로 도주하는데 데려다달란다. 자기가 FBI에 잡히게 되면 한나가 자기를 숨겨준것을 제일 먼저 고발할거라면서.. 한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인을 숨겨주고 도주까지 도와주는 그런 범법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사정을 알고도 한나의 연락처를 알려준 사람이 자기 아버지였다니..얼마나 분노할 일이겠는가.

 

전반부는 그런 이야기로 끝이 난다.

그리고 후반부.

한순간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로, 한나는 남은 인생을 조용히 더 욕심내지 않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가슴 뛰는 사랑, 이런것에 연연하지 않고 재미가 없고 들척지근할 지언정 자신의 남편 댄에 대한 죄책감으로 더 잘하려고 노력을 했다. 댄도 의사로써 성공을 했고 그녀 역시 존경받는 교사가 되었다.

장성한 아들은 변호사가 되었지만 며느리와 함께 유난히 배타적인 모습으로 가족들에게도 등을 돌리는 정치 성향을 보이고 종교의 광신도가 되어버려 그녀를 실망시켰다.

그녀에게 늘 비밀을 털어놓는 딸 리지는 초봉 15만 달러를 받을정도의 전도유망한 펀드 매니저였으나 만나는 사람마다 유부남을 만나고, 그들과의 이별에 쿨하지 못하고 심각한 영향을 받는 연약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딸 리지가 교제하던 유부남 의사의 이별 통고로 심한 히스테릭 증세를 보였다. 엄마인 한나는 당연히 걱정이 되고, 한나가 말하지말랬던 댄에게 상의하고,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상의를 한다.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이미 한나와 전화상담을 하고 있었단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달라했다면서.

한번 더 전 애인을 만나기로 한 리지가 거의 실성한 듯 전화를 걸어오고, 엄마는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리지는 그날로 행방불명이 되고, 리지를 수사하며 밝혀지는 사안들은 더욱 심각한 것들이었다. 이미 리지는 유부남의사의 아이를 한번 낙태한 적이 있었고, 언론은 집요하게 이를 물고 늘어져 결국 한나의 광분을 사고 말았다.

 

한나의 인터뷰는 신문에 악의적으로 보도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는 아주 처참한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아들이 먼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그녀의 30년전 스캔들까지 이슈화되자 남편 댄이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실종된 딸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도 없고, 절친한 친구는 암에 걸려서도 그녀를 돕지만 그녀에게 희망이 빛이란 거의 보이지않았다.

직장에서도 잘리고, 가게 주인은 그녀를 내쫓는다. 범법자와는 거래하지 않겠다면서..

 

너무 막판까지 치닫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녀를 구제해줄 것인지.. 작가가 구제를 해줄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혼자 당하는 것 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싶었다. 30년전 그녀는 정말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지만, 그 똘아이같은 남자의 행동거지로 그녀가 처참히 무너져내리는 광경은 사실 독자인 내가 보기에도 가슴아린 모습이긴 했다. 그러면서 역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참 사람은 간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을 하니 말이다.

 

 그녀를 돕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절망의 늪에 빠진 그녀가 살아날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그냥 그렇게 묻혀질 수도 있을 그런 사건이었는데..

처음엔 딸의 모습에서 그 다음은 아내, 그리고 엄마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오랜 세월의 미국 역사만큼이나 여러 사건과 시대적 배경과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란, 우리가 겉으로만 보고 잴수있는 그런 잣대로 재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들게 하는 그런 내용이 되어주었다.

 

역시 더글라스 케네디

생각은 끝없이 들게 했지만 신경쓸일이 많아 머리가 복잡할때 책속에 바로 몰두하기에 가장 좋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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