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야기의 시작은 나와 노부인, 이린과 이사경이 벚꽃이 지고 오동나무에 보라색 꽃이 한두송이 피어날 무렵의 봄밤, 해삼을 잡으러 가기로 한 일부터 시작을 한다.

해삼을 잡는다는건 바닷일이 생업이 아닌 사람들이 재미삼아 조개를 캐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느낌이 들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이야기인가? 그런데 노부인이라 하고, 그 노부인은 쇼팽과 브람스 애호가란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의 조합부터 시작을 하였다.

 

작가 전경린은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에 싫증이 나던 무렵 이 책을 썼다하다. 누가 그녀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면 정황만 있을뿐 별 사건이 없는 소설을 쓰고 있노라 했다 한다.

아주 덤덤한 그런 이야기는 아닌데, 그럼에도 이야기는 그녀의 뜻대로 차분히 흘러간다. 주인공의 성격과도 닮아있고, 흥분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사람의 커다란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주 조용한 일상처럼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린과 이사경이라는 이름부터가 생소했다. 오휘, 연조, 유지 등의 이름 역시 생소하다. 그나마 평범하게 느껴지는 노은주, 백주희 등은 주요인물이 아니었다. 주요인물일수 있지만 앞서 나오는 인물들에 비하면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북유럽의 소설을 읽을 적에 처음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던 것이 생소한 이름이 주는 거부감 같은데 있었다. 이 책은 그와는 다르다. 그런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조금더 차별화된 느낌을 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고보니 내가 전경린작가의 책을 읽어본적이 있던가? 막연한 호감은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이린과 이사경이라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이름일까? 누가 여자고 남잔지도 모르겠고 나이대도 모르겠고 성이 이씨인지, 이름이 이사경 전체인지조차 알수없는 그런 모호한 상황속에서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글을 읽다보면, 소위 상업적이라는 책들은 내용 자체를 재미나게 하는, 사건과 결말 등등에 가장 큰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일반 문학의 경우에는 사건도 중요하겠지만 단순해보이는 표현 그 자체를 어떻게 표현해내는가?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갈수록 모호하게 쓰니 이게 무슨 내용일까? 싶겠지만 난 또 내 나름대로 재미나게 읽었다. 다만 평소에 내가 읽던 가벼운 류의 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두서없지만 그냥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인공인 나는 손유지이다. 처음에 윤유지였다 손유지가 된 그녀.

처음에 그녀는 해삼 이야기에서 갑자기 그들 넷은 부조화스러운 조합이라 말하며 이사경이 자기 생부일거라는 추측을 흘린다.

생모보다도 먼저 나온 생부의 이야기. 아, 나와 이사경의 관계는 부녀 지간의 연배 차이가 나는 사이였구나 그리고 나는 여자고, 이사경은 남자구나.

그렇게 이해해가며 읽었다.

 

어릴적 큰 고모부가 아빠인줄 알고 자랐던 유지는 작은 고모가 자신의 생모하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결혼도 안하고 싱글이었던 그녀. 나중에 자신의딸 유지를 데려갔지만 모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그냥 데리고 살뿐, 그녀가 다가오길 바라지도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 것은 더더군다나 한줌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의 부재, 그 안에서 아이는 생채기를 안고 자랐을텐데.. 철저히 이기적인 엄마 앞에서 아이는 아빠도 알 수 없었고 다만, 자신의 생부를 추정할뿐이었다. 생모는 일찌감치 이린, 손이린임을 알았으나 그 이야기는 이사경의 이야기보다 뒤에 나온다.

 

해변빌라는 이린과 유지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유지의 생물 선생님인 이사경과 이사경의 어머니인 노부인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이사경은 아이도 있었고 아내 백주희도 있었고.. 유지는 이사경 앞에서 도발? 아니 그 광경은 도발이었다기보다는 일종의 게임이나 의식 같은 것이었는데, 생물 선생님이었던 그 앞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인체모형과 비교당하려는 그런 수수께끼 같은 모험을 감행한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어린 소녀가 나체로 선생님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추문이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 이상한 인연으로 유지는 노부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그 집에 드나드는 이상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이야기가 나온다. 유지가 피아노 호텔, (피아노 학원의 이름이 피아노 호텔이다.)의 학원선생이 되고 노부인이 죽고, 그리고 이사경이 의식을 잃은 그 순간의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로 갔다 다시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그 이름이 주는 모호한 느낌과 거리감을 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장치에 어느정도 나 또한 거리감을 두고 읽어내려갔다.

 

결말이 딱 이렇다라고 나오진 않지만 어느 정도 짐작은 간다. 그렇구나.

침묵, 괄호, 꼭 수많은 말로 상황을 표현해야하는 건 아니었다. 어린 여학생답지 않았던 유지의 모습은 엄마의 거리감과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애정결핍에서 기인한 것인지, 편사장의 해석대로 그의 외형이 주는 고독함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차분함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짝을 찾아나가고 맞춰가는 그런 형국이 형성된다.

 

재미있게 읽었다. 나름.

그냥 줄거리는 어떻고 내용은 어떻고 읊조리기 보다

이 책에 걸맞는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내가 느낌 그런감흥이 이랬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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