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틀려도 좋아! 책 읽는 우리 집 11
엘리노아르 켈러.나아마 펠레그 쎄갈 글, 아야 고든-노이 그림, 박대진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꼼꼼한 여자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의 그림은 아무래도 좀 마음에 쏙 들지않는데가 많다. 어릴적엔 우리 아이가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 싶었는데 따로 스킬 같은 것을 가르치지도 않고 아이가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굳이 시키지 않다보니, 아이의 그림은 주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크로키하듯 스케치하는데 집중이 되었다.

색칠을 하라면 듬성듬성 삐뚤빼뚤하게 하거나 하고, 사람도 아주 어릴적 버릇이 들여진대로 눈코입 제대로 그리지 않고 그냥 졸라맨처럼 동그란 머리와 선으로만 된 가느다란 몸통과 팔, 다리 등으로 그려놔서 언제쯤 이 유아기 그림에서 탈피를 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친구 말로는 일찌감치 미술 스킬 훈련이라도 시켜놔야 학교 가서 미술 잘하는 아이로 인정받는다고 이야기를 하며 아이를 좀 방임시키는 나에게 지적을 해주기도 했는데, 사실 한국 방식에서는 친구 말이 옳을수도 있었다. 미술도 스킬이 필요한데, 아이와 미술놀이도 잘 하지 않고 그냥 혼자 그림 그리게 놔두니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엄마는 그게 창의력 발달에 좋다며 아이가 그리는 자기 멋대로의 그림들을 그냥 놔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엄마건 아빠건 새로운 그림을 그려 아이가 따라그리고싶게 만들어야하는건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엄마 생각에 우리 아이는 창의적인것 같아요~ 하고 인정하려해도~ 이미 스킬에 익숙해진 선생님들 눈에는 이게 뭐냐고 그림을 엄청 못 그린다고 편견 어린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많은 고민이 되고 있던 찰나,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삐뚤빼뚤 틀려도 좋아.

선을 똑바로 그려. 벗어나면 안돼. 여기 삐져나왔잖아. 지우고 다시 해~

글씨가 아니고선 난 아이 그림을 갖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다만 연필이 아닌 볼펜으로 그림그리던 아이가 아주 가끔 누군가가 팔을 치거나 해서 선이 삐져나가면 본인이 아주 속상해하지만 말이다.

그림을 망쳤다면서. (본인 생각에~)

 

그런데 이 책에서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등장을 한다.

잘 그리고 싶으니 선이 삐뚤어지면 당연히 속상했을 일~

그런데 어찌나 재치있게 응용하고 받아치는지, 그녀의 상상 (물론 실제 그림은 아동 수준이니 그보다 못하겠지만 상상속의 그림은 그림책 작가 아야 고든 노이의 환상적인 콜라주로 너무나 멋지게 표현이 되었다) 속에서는 정말 멋진 모습이 된다.

 

맨 처음 시작은 피아노 치는 소녀였다. 피아노 선이 하나 쭉 삐져나가자 소녀는 얼룩말로 대체를 시킨다.

아 건반이 그려진 얼룩말이라 그것도 참 멋진데?

삐친 선을 삐쳤다 생각안하고 꼬리라고 본 것이다. 이런 창의적인 발상~ 얼마나 귀여운가.

 

사실 나도 그런 경험, 실패를 오히려 더 성공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던가? 미술시간에 찰흙으로 공작을 하는데 자유 주제였나 그랬다. 두시간인가 동안에 완성을 해야하는데 친구들은 벌써 다 완성해가는데, 손오공과 여의봉을 세운다는게 여의봉이 너무 가늘게 하면 힘없이 쓰러져 버리고 그렇다고 두껍게 만드니 이건 전봇대도 아니고 영 어색한 것이.. 머릿속에서 구상했던게 구체화되지 못해 속상해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 여의봉을 가야금으로 눕혀버리고 손오공을 주저앉혀서 가야금 타는 소녀를 만들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 여의봉을 가로로 돌려서 소녀가 가야금 뜯는것으로 만드니 찰흙이 잘 세워지지 않아 걱정했던 것이 앉혀두니 훨씬 수월하고 안정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의 급 선회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와 어린 나이에도 어찌나 기뻤던지.

 

이 책 속의 소녀의 수정, 또 수정을 보면서 그때의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잘못됐다~ 이 그림은 버려야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그것을 이용하여 더 멋진 그림, 더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내서,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잘 그린 예쁜 그림"을 완성해낸 소녀.

소녀의 판단은 옳았고, 굳이 그림은 그림으로 끝나야한다가 아닌 가위와 풀을 적절히 쓰면서 더 멋진 그림으로 완성이 될 수 있었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하다.

 

나 역시도 어른이 되어 굳어버린 세상의 기준, 고정관념에 갇혀 살아서 아이를 좀더 자유로이 해주질 못하고 있다 반성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이의 그림에 더이상 선입견을 갖지 않기로 했다. 또한 조금만 선이 삐져나가도 틀린 그림이라고 속상해했던 아이에게 그러지말라고 말해줄 수 있는, 설명해줄 수 있는 그림책이 생겨 너무나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