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여자 공감 시리즈 만화고 책이고 무척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그녀의 여행에 대한 책이 새로 나왔다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도 여행 가기전에 조금 설레기는 했지만 준비하는 과정부터 다녀오기까지 그 모든 것들을 즐기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다녀온 첫 해외여행인 홍콩 여행 이후부터인 것 같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다보니) 해외에 나가 두근대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조심조심 준비하고 알아보고 즐기고 한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지 (물론 그때 나름 고생도 많이 했지만) 처음 알았다. 이후로 주로 해외여행을 겨냥하며 결혼전까지 나름 분주히 돌아다녔다 생각하지만, 직장인의 휴가란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마음껏 다녀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 안걸리는 가까운 곳 위주로 다녀보고..

또 다니다보니 국내도 해외처럼 얼마든지 즐길수 있음을 알게 되어 친구들과 국내도 주말을 이용 짬짬이 다녀보고..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혼하고서 남들처럼(?) 일년에 한번 해외는 나가주고 그럴것같았지만

워낙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신랑인데다가 휴가를 극히 제한적으로밖에 낼 수가 없어서..

신랑과의 해외여행은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딱 한번 밖에 없었다.

 

해외는 무조건 신랑과 같이 가야한다 생각해서 나까지 같이 발이 묶였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과감히 친구와 엄마 2, 아이2 인 여행을 다녀와보니 어? 이거 갈만한데? 가 되어서, 이후로 또 친정 식구들과 나와 아이만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집에서 혼자 밥챙겨먹고 직장 다니는 신랑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실 시부모님께는 더 면목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외여행을 갈수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나가기 싫다면 나라도 나가겠다~라는 주의랄까.

 

하지만 해외에 잘 못 나가는 대신에 국내는 되도록 가까운 곳이라도 1박이라도 좀 같이 가주려 노력하고 (신랑이) 나 또한 짬짬이 신랑 혹은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과 아이와 함께 국내 여러곳을 다녀보게 되니 국내 여행은 국내 여행대로의 재미가 또 쏠쏠하게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행가서도 즐기기보다 힘들어서 안 돌아다니려하는 신랑보다는 그저 딸이 짜주는 코스대로 즐거이 보고 느끼고 해주시는 부모님과의 여행이 더 재미있기도 하였다.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다니는 여행의 그 즐거움.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친구들이 기뻐하는 그 모습과는 또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싱글일때는 그저 소소하게 부모님께 영화표나 끊어드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다니며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시부모님은 며느리로써 날 어려워하시지만 시부모님만 모시고 그렇게 다녀오기도 몇번 해봤다.

다만 내 아들은 다음에 며느리가 있어 나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닐수없겠지? 싶은 생각이 들면 아쉬움이 커져서 당장에라도 딸을 하나 낳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큰 즐거움에 대해 이 책에 너무나 잘 나와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내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국내(물론 작가가 일본인이니 그 국내란 일본을 말한다.) 여행기 위주로 씌여있고 간간히 친구들과 혹은 혼자 다녀온 핀란드 여행기도 담겨 있었다.

작가와 나의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고,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가 없는 상태이고 작가라는 특수성 덕에 시간적으로 조금 더 자유로워보인달까?

나야 백수 전업주부니 시간이야 널럴하다지만 신랑 눈치를 아예 안볼 수 없는 상황이기때문이었다.

 

어찌 됐건 작가의 여러 여행 이야기들 중 팍팍 와닿는 것이 엄마와의 여행.

왜 아빠랑은 안 다닐까? 싶었는데 아빠는 잘해드리고 싶은데 너무 자기 멋대로인 부분이 있어서 여행지에서 같이 즐거이 여행을 할수가 없단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자녀들도 어려워하는 아빠의 그런 부분.

그런데 우리 신랑에게 바로 그런 부분이 있었다.

기분좋게 출발한 신랑과의 여행~ 어떨땐 뭐든 착착 맞아떨어져서 기분좋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뭐 한가지라도 틀어지는 날엔 오만상을 다 쓰고 짜증을 내며 툴툴대는 바람에 같이 간 내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대개 여행 준비도 거의 나 혼자 하는거다보니, 자신이 준비한거면 그렇게 화를 내기도 뭣하겠지만 내가 준비한 것에 그리 하는 모습은 사실 참기가 힘든 면도 많다.

작가의 아버지가 그렇단다. 기분좋게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가자~ 하고 가서는 식당이 조금만 복잡해도~ 그만 돌아가자~ 해버린단다.

우리 신랑 모습이었다. 아니 여보, 당신은 70대가 아닌 40대잖아.ㅠ.ㅠ

 

서울 생활을 십여년 남짓 하다보니 맛있는 집에 가면 당연히 기다려야하는 거려니 하고 줄을 서서 한참 기다리는 것에 익숙한 나와 달리

먹는 것 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 (그러다 맛없는데 가면 정말 싫어한다.) 신랑으로써는 뭐 대단한거 먹는다고 줄서서까지 먹냐고 줄서기도 전에 이미 인상을 찌푸리고.

혹은 줄을 서게 되면 그 시간이 길어질까봐 인상이 찌푸려진다.

지난 일요일에도 기분좋게 외식하러간 식당에서 아주 오래도 아니었다. 앞에 한두 팀 있었는데 당장 취소하고 나가자고 오만상 다 쓰고 화를 내는 바람에 부랴부랴 나와야했고 그렇게 해서 간 다음 식당에는 우리 아이 먹일 것 하나도 없는 미국산 설렁탕, 갈비탕 등만 팔아서 ..하는수 없이 매운 해물 순두부(미국산 아닌것은 그것밖에 없었다)를 시켰더니 밑반찬도 아이 먹일게 없어서.. 순두부 속 오징어를 물에 씻어서 먹이지 않았던가. 조금만 참으면 좋을텐데 싶은 아쉬움.

작가는 결국 아버지는 떼놓고 엄마랑만 여행을 다닌다.

 

작가는 싱글이니 여유시간이 더 많은 까닭도 있겠지만 명절마다 꼬박꼬박 하루는 엄마와 여행을 가고

엄마가 어디 가보고 싶다~ 하면 기꺼이 자기가 준비해서 알아보고~

어른으로써의 자녀가 부모님과의 여행을 이렇게 챙기는 기분. 정말 의외로 너무나 기쁜 즐거움이다.

나또한 느끼고 살고 있기에.

내가 운전까지 잘하면 부모님 모시고 다니는 행동반경이 더 넓어질텐데

아직은 운전을 못해서 (면허만 있다) 아빠 혹은 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야하기에 여행지를 무작정 들이밀수는 없지만.

정년퇴직 하시고 나신 부모님이.. 이제는 예전과 달리 좀더 시간적으로도 자유로워지셨고, 더 나이들기전에 여행 다니자~ 하는 주의로 바뀌셨다. 예전엔 돈 걱정 시간 걱정 등등의 이유로 여행도 마음껏 못 다니시던 분들이셨는데...유일한 걱정이 있다면 우리 신랑 밥 정도랄까?

다행히 신랑이 부모님과 어디 간다 하면 다녀오라~ 해주는 정도기에 (물론 좀 너무 자주나 오래가 되면 싫어하겠지만) 기꺼이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

이렇게 부모님과 아이와 나만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게 한 몇년 되어가는 듯 하다. 우리 아이가 좀 자라고 나서는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하는 여행에 늘 내가 끼곤 하였다.

나는 나대로 아이를 같이 봐주시면서 여행지 한군데라도 더 가서 좋고~ 부모님께는 내가 맛집이나 관광지 네비게이터~ (나 이래뵈도 여행 알아보는데는 도가 튼 편이다.)

 를 해드릴수 있어 좋고~

책에서 작가는 부모님과의 여행경비는 자기가 낸다 한다.

우리 가족 같은 경우는 거의 반반 이랄까?

나나 여동생이 숙소를 예약하면 부모님이 식비를 부담하시는 등의 부담.

우리가 다 부담해드리려해도 두분이 꼭 식비를 먼저 내주시곤 한다.

아뭏든 올 여름에도 이렇게 부모님과의 여행을 두건 잡아서 한번은 지난주에 정선을 2박3일로 다녀왔고 또 한번은 이번주 일요일에 부산에 2박 3일을 갈 예정이다.

 

작가의 여행기를 보면 별다를게 없어보인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정도와 정석.

그리고 나와 비슷한 취향.

맛있는 데 있다면 찾아가서 맛봐야하고, 여행지에서 다른 볼거리보다 맛집에 치중하고..이런 모습 바람직합니다. 하고 혼자서 박수치고 있던 내 모습.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해서 옆에서 지켜 앉아있는 동안 금새 읽을 수 있던 에세이였다.

그리고 난 혼자서는 여행을 못할 것 같지만

친구들과도 좋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이라면서

작가의 여행을 참고하여~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여행을 쉽게 다닐수있는거 아니냐면서~부모님과의 여행을 자주들 즐겨보고 계획해보라고 감히 조언해보고 싶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