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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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매력적인 표지, 정의의 여신을 표현한 외국인 여성의 당당한 포즈는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부터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던 책.

그녀가 들고 있는 것은 저울과 칼이다. 정의의 여신은 디케, 혹은 아스트라이아, 유스티치아 등으로 모두 정의의 여신을 뜻한다. -네이버 지식백과중

그러고보니 대학시절, 법대를 다니던 어느 친구의 닉네임이 디케였던 것이 생각이 난다. 디케가 정의의 여신이었구나.

 

이공계였기에 법학 전공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는데, 한학기만에 휴학했던 대학이 전교생의 고시생화..를 추구할 정도로 꽤 고시 패스율이 높았던 학교였던 지라, (실제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전교생에게 고시 준비 안내문 같은 것을 안내해주기도 하였다. 과와 무관하게 법이나 행정고시 등을 준비하기에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였으나~) 공대였음에도 왜 고시를 보지 않고 다시 수능을 봤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법=사시로 많은 이들의 생각이 좁혀지던 때였다. 또 지금보다 그 당시에는 사시패스의 인기가 꽤나 좋았다. 어쨌거나 그 길을 걸어가지 않았기에 법이란 학문은 나와 무관하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라는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작가의 법 공부에 대한 궁금증에서라기보다는 그의 공부 철학을 들을 수 있다는 데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저자 조국 교수는 또래보다 2살이나 어린 나이에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아니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우수하게 학교를 다녔다.

부모의 욕심으로 일찍 학교를 보낸 것이 아니라 어울려 놀던 친구들이 다 학교에 들어가 너무 심심해서 학교에 가겠다 졸라대서, 처음에는 참관식으로 수업에 참여했다가 놀랍게도 아이가 너무 잘 따라와서, 제대로 정식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억지로 공부를 해야했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스스로 공부가 재미있어 하기 시작했고, 그의 성격이 꽤 꼼꼼하고 계획성 있는 성격이었던 터라 성적이 좋게 유지하기 위해 정말 남의 몇배가 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고난 머리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국 교수 역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본인 역시도 노력이 그 이상으로 훨씬 더 중요한것이라 강조한다.

대다수의 천재는 흥미, 몰입, 노력의 결과로 탄생하는 것이다. 78p

그리고 그에게는 천만다행으로 공부를 즐기고, 평생의 공부를 당연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말하고 있다. 교수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신을 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본받을만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눈앞의 시험에 급급해 벼락치기식으로 공부하고 (어릴땐 안 그랬는데 커갈수록 그런 나쁜 습관이 자리잡았다.) 시험이 끝나고 나니 스스로 내 공부를 챙긴다는 것이 사실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일을 쉬고 있으니 더더욱 잊어버리기 쉬운 전공에 대한 공부를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국교수는 어려서는 호기심을 푸는 과정인 학교 공부 자체를 즐겼고, 특히나 정확성을 중시하는 수학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프라모델 조립을 무척 즐겼고 (아마도 초등학생 시절이리라) 청소년 시절에는 삼중당문고의 소설 읽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계획성, 계획표에 대해서는 초등학교때부터 어느 학생에게나 가르치고 강조를 한다. 나 역시도 그랬으나 나의 학습계획표는 시험 직전 계획만 무수히 세우고 (무엇보다 무리하게 세우고, 마치 다이어트 계획표처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그는 계획표로도 성공을 하였다.

작은 수첩을 지니고 다니며 각종 약속, 과제 등의 일정을 기입하고 이를 확인하며 생활하는 습관을 길렀다(중학교때부터). 또 중학교 3학년때부터는 모눈종이에 학기별 성적 그래프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한다. 이러한 작업은 스스로를 점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미랠르 그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5년뒤, 10년뒤, 20년뒤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76p

 

눈앞에 급급하지 않고 가까운 미래부터 먼 미래를 그려나가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본다면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할 수가 없으리라.

그 사실을 앎에도 나는 왜 실천을 못하고 있는지..

 

세상을 잘 살려면 자신의 능력, 소질, 환경 등에도 잘 맞고, 의미와 재미도 있는 일을 찾아야한다. 그런 일을 발견했다면 그 이후의 승부는 일상의 삶에서 결정이 난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미래를 결정하기때문이다. 78p

공부를 즐기는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공부의 출발은 호기심이며, 공부의 성공 조건은 노력이다. 79p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더불어 실려 있었는데 버클리 유학 시절에 만난 교수님들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허무맹랑한 질문을 하는 제자들의 말에도 면박을 주지 않고 경청하고 좋은 답변을 달아주려 노력하였으며 한국인들의 특유의 어른에 대한 공경과 겸손함이 몸에 배어, 차마 스승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못하는 그에게 Kill your father라 말했다는 것이 정말 충격이었다. 그것은 그의 스승은 물론 법의 대가의 의견 앞에 무조건 수용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의미였다. 여기서의 father는 바로 그 스승, 대가들을 의미하는 바였다. 나이가 어리다고, 자신의 제자라고 무조건 스승의 의견을 고수하고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최근에 지인이 비슷한 일을 실전에서 경험했던 터라.. 그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았다.

스승까지는 아니고 실전에서 있는 경험으로 젊은 나이의 인물이 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그보다 나이가 열살, 혹은 스무살 이상 더 많은 사람들도 그에게 배우기 위해 몰려드는 일을 보았다. 물론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못 알아보는 사람들은 그런 자세를 보일 수도 보일리도 없었지만 나이와 권위보다 우세한 실력이 있음을, 그러기에 진정 배움의 자세를 지닌 사람은 자신보다 어린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굽히고 배우려 노력해야함을 깨달을 수 있는 자리였다.

 

교수 스스로가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기란 참으로 어려울텐데 말이다.

조국에게 그렇게 알려준 그가 생각하는 대가의 의견도 틀리다 생각하면 반박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볼 생각을 하라는 발상은 정말 창의적이면서도 정의로운 발상이 아닐수 없었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필요하게 읽히는 부분이 다 다른 책이 될 것 같다.

내게는 저자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그의 공부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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