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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ㅣ 안데르스 데 라 모테 3부작
안데르스 데 라 모테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안데르스 데 라 모테의 3부작 소설 중 2부에 해당하는 버즈, 1편 게임을 읽지 않고 읽어서 1편을 읽은 사람보다는 이해 속도가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 버즈를 읽고 추측한 결과 1부 게임에서 페테르손은 폰을 통한 게임이라는 가상과 실제가 섞인 스릴 넘치는 세계에서 뛰어난 우승자였으나 게임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달아나 쫓기는 신세가 된 듯 하였다. 돈은 흥청망청 쓸 수 있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고, 고국에 돌아갈 수도 없이 그저 휴양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신세. 한때는 그것도 즐겁다 생각되었으나 게임이라는 것의 스릴이 얼마만큼인지 몰라도 그 스릴을 이길 수 없음에 현재의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은 그저 삶을 밋밋하게 만들 따름이었다.
헷갈렸던 것은 마치 한 이야기인양 앞뒤가 맞아 떨어지게 이어져가는.
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페테르손과 레베카의 이야기가 중복되어서 계속 이어진다.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다음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그런데 또 그게 맞물리게 적어놓은 것이 참 신기할 정도.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남매였다. 아마 1부에서는 그게 나와있었겠지만 도대체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거야? 하고 아무 정보도 없이 읽었던 나는 중반부터 아하~ 하고 뒤늦은 이해를 해가며 읽게 되었다.
두바이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이 또다른 게이머인줄 의심했으나, 그녀가 곧 살해된 채 발견되고, 그 중심선상의 용의자로 페테르손이 몰리기 시작했다. 두바이 형사들에게 어마어마한 고문을 받기도 했지만 정말 천운으로 숨겨둔 금 라이터로 인해 자신의 누명을 벗게 된 페테르손. 스웨덴으로 돌아와 자의건 타의건 간에 자신과 아주 잠깐 관계를 맺었던, 죽은 여인 안나의 뒤를 캐보고 그녀가 세웠다는 회사에 몰래 잠입을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인지 자세히도 모르고 들어갔으나 이내 그 회사의 일들이 자신의 천성에 너무나 잘 맞는 천직임을 알고 놀라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픈 욕망을 갖게 된다. 게임을 잊고 그냥 넉넉한 수입을 벌고 아름다운 여자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생을 꿈꾸지만.. 자신을 몰래 미행하는 누군가를 깨달으며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잘 나가는 경찰이었던 레베카는 갈수록 꼬이는 상황에 놓여 결국 억울한 정직 처분을 받고 말았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 그녀에 대해 악의적인 정보를 유출하는 누군가의 글에 심한 타격을 받는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악의적이기까지 한 그 인터넷 게시글로 수 많은 사람들의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고 그 용의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페테르손과 레베카의 궤적을 쫓아가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인터넷 블로그, sns등을 조작하고 관리하는 회사의 정체였다.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예전에 우리가 전적으로 믿었던 대중매체, 언론 역시 조작된 통제 하의 기사라는데 실망하고 분노했듯이.
우리가 접하는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 또한 은근히 조작된 내용들이 많다는 이야긴 많이 들어왔는데 그런 이야기가 실제 어느 기업 등의 체계화된 관리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순진하게 블로그에 일상 이야기나 올리던 시대가 아닌, 파워블로그 뿐 아니라 일반 블로거들조처 "순수함"을 잃고 상업적으로 흘러간다거나 아니면 정말 누군가의 (정부, 기업, 그 어떤 큰 손이건간에) 의도하에 단체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그런 관리가 타인이 대신 블로그를 운영해주고 글을 써주고 하면서 그 사람을 인기블로거로 만들고 티브이 출연까지하게 한다거나 하는 식의 가짜의 아바타의 생산 등이 참으로 희한하게 느껴지면서도 소설이 아닌 실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왔듯.
사람들이 그토록 인터넷에 미쳐 있는 것은 "인정받기 위함"이라 하였다. 정말 공감하게 되는 문구였다.
나 역시 인터넷 중독자 중의 하나였으니. 실제 오프라인에 전념하는 사람들 눈에는 정말 초라하게 보일 인터넷 폐인들의 모습이 인터넷 속에서는 참으로 화려하게 과시되어 보인다. 그러기에 더욱 인터넷에 중독되고,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런지. 나조차도 그러고 있으면서도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런 사람들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블로그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스웨덴 경찰 출신이자 it전문가로 오랜세월 근무한 경력의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경찰 세계 못지 않게 인터넷의 희비에 대해서 무척이나 세세하게 잘 알고 까발린 작품이라 놀라웠다.
예전에 읽었던 무시무시한 사건을 다룬 소설 중에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영수증이나 우리의 정보 들이 잘게 잘게 찢겨지는 것 같아도 그 쓰레기들을 모아모아 정보로 취합해서 사람들의 목숨과 숨통을 되려 옥죄는 그룹으로 승화(?)시킨, 정보화 시대의 기밀 누출의 실태에 대한 소설도 무척 흥미진진했었는데 블로그와 인터넷 소문 조작 등에 대한 이번 소설 역시 마찬가지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 이야기들.
구글 뿐 아니라 네이버 역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조종의 손"이 작용을 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로직으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
굳이 기업이 아니더라도, 그 로직의 기술을 터득한 이들에 의해 우리는 쉽게 조종받고 상처받고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