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강신주 옮김, 조선경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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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과 조승우가 열연 중인 월화 드라마 신의 선물이 인기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듣고 나니, 한 아이의 엄마인 나는 차마 그 드라마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이 연쇄살인범에게 납치가 되고 죽는다니.. 아니, 그 이후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려고 그렇게 극단적인 소재를 썼을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타임워프를 통해 어머니인 이보영이 딸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타임 워프, 슬립 등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재이지만 현실적인 드라마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소재인데, 비슷한 이야기들이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종종 쓰이고 있는듯 하다. 그게 좀더 매력이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유괴와 죽음이라는 문제는 너무나 민감한 문제이다. 엄마인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선물이라는 이 동화책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책이 되었는데, 드라마를 찾아 보지 않아 궁금해하지 않았다가 우연히 동화책의 줄거리를 알고, 너무나 놀라게 된 책이었다. 어릴적 내가 아주 어릴적, 그러니까 유치원생 내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에 봤던 세계명작동화 애니메이션에서 너무나 끔찍하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나본적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동화가 있을 수 있었는지..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았었는데..바로 이 책이었다.

다시 읽어보고픈, 너무나 강렬했던 책이었기에 주저 없이 바로 구입하게 된 책이기도 하였다.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해서 구입한 동화책.

다시 읽고 전율이 흘렀달까. 그리고 어린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동화의 끝 부분에 대해서, 엄마가 된 지금 다시 읽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입장에서와 엄마의 입장에서 너무나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된 동화.

 

놀랍게도 이 동화는 안데르센의 원작 동화이다.

어릴적 내가 충격을 먹었던 부분은 대부분의 동화 (물론 삭제되지 않은 원작의 경우에는 성인판으로나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한 소재를 그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릴적 내가 읽은 동화는 대부분 해피 엔딩의 결말에 잔인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았다.)와 달리 그 만화에는 아이를 잃은 엄마가 아기를 되찾기 위해, 많은 고생과 어려움을 겪고 꽃으로 변한 아이를 만나는데, 그 꽃을 제대로 데려오지 않은채 그대로 슬픔만 남게 되는 줄거리로 기억을 했다. 사랑하는 아이를 찾기 위해 엄마가 자신의 온몸을 내던지는 부분은 만화인데도 너무나 슬펐다. 눈을 빼어 내주고, 삼단같이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다 내어주고, 앞이 보이지 않고, 머리도 백발이 된 채로 아이를 찾아나서는 그 과정이 어린 내게는 너무나 잔인하면서 고통스러운 그런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수십년이 지나,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읽게 된 신의 선물의 메인테마 동화, 어머니 이야기.

사랑하는 아이가 사흘 밤낮을 앓았다. 아이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어머니는 깊은 슬픔에 빠져 있으면서도 아이를 살려내고픈 생각뿐이었다.

갑자기 한 누추한 노인이 집을 찾아와 어머니는 노인에게 맥주를 데워주고, 잠깐 졸음에 빠지고 말았다. 사흘 밤낮을 잠자지 못하고 병간호를 했기에 너무나 지쳐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잠깐만에 눈을 다시 뜨자, 아이와 노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 '죽음'이 당신 집에 들어갔었지. 난 그가 서두르며 자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았더. '죽음'은 바람보다도 빠르고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은 절대로 돌려주지 않아."

온세상이 눈으로 덮인 밤, 검은 옷을 입은 밤의 여인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죽음이 간 길을 알려달라고 말하지만, 밤은 그녀가 들려주는 수많은 자장가를 전부다 들려줄때까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너무나 마음이 다급해하는 그녀를 보고서도 밤은 자신의 욕심을 채울때까지 어머니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쩌면 만나는 이들마다 이렇게 이기적일까 싶었다.

자신의 원하는 것을 채우기전까지는 너무나 다급한 그녀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이들.

그녀는 추워하는 가시덤불을 따뜻하게 안아주느라 온몸에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하고, 강을 건너게 해주겠다며 그녀에게 요구한 두 눈을 그저 있는 그대로 내어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찾기 위해.. 그렇게 난 이 동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울었다. 여인의 슬픔과 한이 그대로 전해져와서, 또다른 어머니의 모습으로 너무나 가슴이 아파 울고 말았다.

 

간신히 강을 건너 죽음의 집에 다다르자, 죽음의 온실을 지키는 할멈이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칼과 자신의 백발을 바꾸자 한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온몸을 내던져 꽃으로 변한 자신의 아이를 만났다. 그리고 죽음이 아이의 꽃을 꺾어 하느님의 미지의 땅의 낙원의 정원에 옮겨 심기 전에 자신의 아이를 살려내려고 그래서 다시 아이와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만화의 기억으로는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놓친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왜 아이를 구하지 못했을까? 참으로 잔인하다 싶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억지긴했지만 그녀는 다른 아이를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살려낼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죽음이 보여준, 아이의 미래, 끔찍하게 불행할수도, 혹은 행복할 수도 있는 그 미래를 보고서 엄마는 비로소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와 살고 싶은 자신의 소망과 욕심이 아닌,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달린 일이라는 그러니 나의 기도를 들어주지 마시고 하느님의 뜻대로 하소서 하는 너무나 슬픈 기도를 드리게 되는 것이었다.

 

연쇄살인범에게 죽음을 당한 자식이 없이는 도저히 세상을 살아나갈 자신이 없었던 이보영. 자신의 눈을 빼주고, 온 몸을 다 내어줘가며 죽음의 땅까지 찾아간 어머니처럼 과거로 돌아가 연쇄살인범과 대적할 정도로 어머니의 사랑과 용기는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맨주먹으로 재규어같은 맹수에게서 아기를 구해낸 어머니의 이야기도 있지 않았는가. 온전한 정신이라면 맨주먹으로 맹수에게 덤벼들 수 없겠지만 아이를 구해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라도 무모한 용기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였다.

 

이 세상 어머니의 사랑은 엄청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자이고 그저 한 인간일 적에는 이기적인 나만 생각하였는데, 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나니, 나보다 진정 더 소중한 존재, 지켜줘야할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배우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어머니께 받고 자랐고, 내 아이에게도 그런 사랑을 평생을 두고 쏟아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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