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여동생
고체 스밀레프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내기가 왜 이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책의 재미를 떠나서 나는 서두만으로도 프로이트란 사람에 대해 단단히 실망을 했기에 그녀의 비참한 여동생 이야기에 더욱 속 앓이를 하는게 몰입이 안되었는지 모르겠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그가 자신의 여동생들을 저버리고 가정부와 처제, 그리고 심지어 애완견까지 데리고 피신을 하면서 자신들의 여동생은 사지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그의 찬란한 업적들을 모두 다 부정이라도 하듯, 그에 대한 경멸을 심어주게 되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싫어질 수가 있는 것인지. 사실 어느 한 일부분만 보고, 프로이트의 속마음을 들어보지 않고 판단하는게 문제가 될순 있어도 우선 그가 행한 처사는 분명 나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프로이트는 왜 자신의 여동생들을 모두 다 버리고, 솔직히 다 데려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채 강아지와 가정부들, 주치의와 그의 가족, 올케네 여동생까지는 알뜰히 챙겨 떠나게 되었는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 질문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그 답을 얻고자 더욱 샅샅이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왜 그래야했는지보다 아돌피나라는 프로이트가 가장 사랑했던 여동생의 비참한 생애 그 자체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오빠에게 버림을 받은 것 외에도 충분히 더 비극적이었던 남달랐던 여인 아돌피나의 이야기 말이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서 "너같은건 낳지 말았어야했어" 라는 말을 끝없이 들어야했다면,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여느 사람들에 비해 더 외롭고, 더 힘든 정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아돌피나가 유달리 몸이 약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낳은 딸에게 해서는 안될말을 프로이트와 아돌피나의 엄마는 너무나 당연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딸에게 하고 말았다. 정말 그런 말을 들은 딸은 몇번이나 엄마 앞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리라.

여러명의 딸들 중 유독 아돌피나만 잔인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움을 받고, 증오 섞인 그런 말들을 들어야만 했다. 어머니는 다른 딸들은 모두 다른 집 딸들처럼 어머니와 딸의 그런 대화를 들려주며 키웠지만 아돌피나만은 마치 데려온 딸인듯 늘 겉도는 듯 대하고 아돌피나 역시 엄마의 부응에 따라 자랄 수 없이 그렇게 서로 엇나가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6살 위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자신의 오빠에게는 아돌피나가 가장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단다. 오빠는 왜 그런 사랑스러운 여동생을 외면한채 처가 식구와 강아지, 주치의 가족들까지만 챙겨 도망을 갔는가? 동생들이 자신들을 데려갈 수 없었냐 외치자, 아주 잠깐 친구들의 간절한 부탁에 대답하는 것 뿐이라며 다시 돌아올 거라고, 또 여동생들을 데려오려 노력할거라고 희망섞인 대답만 들려준다. 그 또한 안나라는 프로이트의 딸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고 오빠가 애를 썼는지 안 썼는지 알 수도 없이 오빠는 망명지에서 죽고, 오빠의 부름만을 희망하고 기대하던 동생들은 결국 수용소로 끌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석학이면 무엇을 할 것이고, 정신분석이고 뭐고 간에 자기 가족간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지.

나라는 사람이 옹졸해 그런 것인지 몰라도 한없이 불쌍한 아돌피나 앞에서 흥분하게 됨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돌피나는 엄마의 사랑을 받기는 커녕 저런걸 왜 낳았을까? 하는 말만 들으며 자라났다. 그녀가 정상적인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녀가 사랑을 했던 유일한 남자, 그리고 그의 아기까지 가졌으나 남자가 그 사실을 알고도 그녀 앞에서 자살을 했다는 충격은 아기를 낳고 싶었던 그녀에 대한 처절한 응징이자 복수가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녀 주변엔 그런 사람들만 있었던 것인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친구를 찾아 둥지라 이름붙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로소 안정을 찾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어머니와 오빠인 프로이트는 동생 아돌피나에게 네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나가자 말을 했지만, 그녀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따로 있겠는가. 자신을 핍박하는 엄마의 곁? 아니면 결국에는 모두를 버리고 떠난 오빠의 곁? 어디에서고 그녀는 안정을 찾지 못했으리라. 사랑만이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만났으면 싶었던 내 마음을 쉽게 저버리기라도 하듯, 그녀가 만난 단 하나의 사랑 역시 너무나 잔인하였다. 어쩌면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 그런 인물들이 그려지는지.

 

이 소설은 처음에 마케도니아어로 쓰여있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다. 전혀 알지 못했던 프로이트라는 사람의 비극적인 가족사, 개인사에 대해 들려준 것만으로도 아마 이 책은 영영 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 하다. 그녀의 삶이 너무나 비극이라 안쓰러웠다라는 말도 있지만, 그녀를 비극에서 구해낼 생각을 하지 못한 그녀의 가족에게 나는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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