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일본 미스터리를 잘 알지 못했을 적에.. 작가의 네임 밸류도 모른채 읽고서 반했던 책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그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란 사실은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작가 이름이 딱 적혀 있어도, 내가 그 방면에 대한 앎이 부족하면, 봐도 본 것이 아니오, 들어도 들은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흘러 일본 추리소설을 꽤 좋아하게 되고, 여러 작가들의 책을 만나게 되면서 아주 자주 만나게 되는 이름이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그리고 그의 유명한 작품으로 꼭 거론되는 책이 바로 용의자 x의 헌신이었고 말이다.

 

아주 재미난 책, 영화, 여행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번 빠지게 되면 다시 그 재미를 느끼고 싶은 생각에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찾아 읽게 된다거나 하는 성향이 생긴다. 책을 아주 드문 드문 읽을 적에는 그런게 없었다가 즐겨 읽게 되니 내 나름대로도 좋아하는 작가군이 생겼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척 많은 다작을 하고 있기에 그의 이전 책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나온 몇권의 책들은 그래도 꽤 재미나게 읽어왔다.

<탐정 클럽>, <성녀의 구제>,<신참자>,<매스커레이드 호텔>,<플래티나 데이터><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등이 읽은 책이고, 읽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도 책장 한 두칸은 채울 정도로 모아 두었다. 그리고 새로 읽은 이 책 <질풍론도>

꽤 두툼한데 찾아보니 페이지는 368페이지 정도 되었다. 그리고 한시간 반도 안 걸려서 후딱 다 읽어내릴 정도로 가독성도 빼어나다.

 

책 표지를 넘겨보고 놀랐던 점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나 자신도 놀랐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호언장담이 적혀있었다는 점이다.

음, 얼마나 재미있길래 자신의 작품을 이리 먼저 극찬한단 말인가? 어지간한 만족이 들지 않고서는 이 정도 다작을 한 작가가 재미에 대해 이렇게 장담하기 힘들텐데.. 혹시나 재미없으면 어떡하려고 하는 불안감? 음.. 다 읽고 나니 그렇게 장담하실 정돈 아니셨어요.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다 들었다.

솔직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재미없지는 않다. 그가 너무 큰 기대를 하게 해놓아서, 기대가 좀 무너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말이다.

 

설원의 테디베어.

어떤 상황일까 싶은 표지의 곰돌이 사진.

 

첫 시작은 한 남자가 무언가 아주 중요한 물건을 숨기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뭘까 아주 조심스레 다루는 그것은.

남자는 물건을 숨기고, 눈으로 뒤덮인 세상으로부터 구분하기 위해 숨겨둔 표지의 나무에 못을 박고 갈색 테디베어 인형을 걸어놓았다. 나무 색이니 의도적으로 찾지 않으면 발각되기 힘들거라는 생각에서. 그걸 보면서 난 왜 하필 테디베어일까 싶었다. 역시나 나의 불안감은 적중하였고 말이다.

 

남자가 숨긴 것은, 자신이 개발한 치명적인 살상무기가 될 수 있는 k-55, 탄저균을 인간 공격용 살상 무기로 둔갑시킨 것이었다. 무기를 개발했다해서 연구소에서 실직한데 앙심을 품고, k-55를 훔쳐 숨긴 후 연구소에 거액의 돈을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 후에 범인은 하필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연구소에서는 범인의 금품요구 메일을 받고, 테디베어 사진이 찍힌 그 나무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사실 가장 책임이 막중한 도고는 좀더 책임감이 강한 아랫사람인 구리바야시를 몸종 부리듯 부려가며 행여라도 자신에게 해가 갈까,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 하고 구리바야시 혼자 물건을 찾아오게 종용한다. 구리바야시는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 살상무기가 혹시나 공기중에 노출되어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게 될까 염려스러운,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그런 인물이었다.

 

k-55를 숨긴 곳이 어느 스키장의 출입금지 구역이었기에 20년만에 스키를 타게 된 구리바야시와 자신보다는 좀더 스키와 스노보드에 강한 아들 슈토의 스키장으로의 여행 아닌 여행이 시작되었고, 그 안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일들이 빚어진다.

 

사실 사건이 매우 흥미진진하기보다는 다소 좀 평이한 느낌이긴 하였는데, 겉으론 멍청한척, 아둔한척 연기하면서 알고 보니 자신의 성적마저 조작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는 여직원의 설정은 가끔 이런 이상한 캐릭터들도 있을까 싶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타입이지 않을까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세상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싶기도 했고. 그녀의 한탕 주의는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도덕성이 결여된채 오로지 돈의 노예로만 존재하려는 사람들이 위험한 일을 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담보로 걸리는지 불안해지기도 하였다.

 

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를 바로 만나 즐거운 작품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호언장담은 살짝 자제해주시기를 좀 바라고 싶은 그런 책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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