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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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님의 책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로 시작해 만났던 어린 아들 중빈과 엄마 단 둘의 해외여행기.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 속에 과감히 아이를 데리고 단둘이 해외 오지 등을 여행하고 다니는 여행은 무척 대담해보였고, 또 그 결과물인 에세이는 기존에 읽었던 다른 어떤 에세이들보다도 생생히 살아있고 재미난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래서였나보다. 이후에 나오는 오소희 님의 책들은 줄곧 찾아 읽게 되었다. 여행 에세이들은 물론이고 얼마전 나온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 설명서, 그리고 5년전의 육아서를 다시 펴낸 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라는 이 책까지.

오년 전에 나는 이 책을 읽어볼 겨를이 없었다. 그땐 내 아이가 한살 두살이었을 무렵이었고.. 아니 책을 내가 막 읽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으려나? 아뭏든 그때 읽지 못했던 책을 이제 새로 나온 책으로 읽게 되었는데, 이제 그녀의 아들 중빈은 그녀와 키와 체격이 비슷한 초등 고학년의 사춘기 소년이 되었고, 우리 아이는 그녀의 이 책 속의 중빈과 비슷한 나이가 되어 있었다.

 

 

 

우리 아들 또래 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니 더욱 와닿는다.

하나하나 구구절절.

그녀의 살가운 이야기들이 솔직하게 녹아 있는 아이와의 대화들이 와닿는다.

아이와의 대화의 기록.

하나하나 주옥같은 문장들.

아이가 내뱉는 말들은 마치 시처럼 보석처럼 그렇게 영롱하게 빚어지는데, 그걸 듣고 다 잊어버리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야하는데..

양가 어머님들께 신통방통하다고 말씀드리기만 하고 정작 기록을 않고 잊고 있었다.

내 소중한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

어느 덧 우리 아이가 일곱살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카메라에는 아이 사진보다 어느새 책, 요리, 일상의 사물 사진들이 더 많이 담기고, 신랑은 이런 나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놓치고 있는 아내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느낌을 받는다. 내 아이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고 물고 빨고 사랑하는 내 아이를 밀어내고 내가 치중하고 있는, 이 사소한 것들이 다 무어란 말인가. 다른 이들처럼 전업 작가도 아니고, 일개 블로거 생활을 하면서 난 너무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중빈과 엄마의 따스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아이의 지금 모습 같고

내가 놓치고 있는 그 모습들 같았기에.

아이에게 짜증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게 아이가 원인이 아닌 인터넷이나 신랑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난 내 목숨보다 귀한 내 아이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이는 잘 놀아주는 할머니에게 어느날 그랬다 한다.

할머니, 우리 엄마 줄 아이스크림도 사야돼. 엄마는 이걸 좋아해~ 하면서 밖에 나가서도 늘상 엄마인 날 챙긴다면서.. 어머님은 내가 부럽다하시었다. 내 앞에서는 잘 내색도 안했던 속 깊은 아이. 늘 나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나네. 주책맞게스리

 

여섯살, 일곱살 된 아이.

다른 집 아이들이 영어를 어디까지 했네. 수학을 어디까지 했네 소리에 갑자기 갑갑해와서, 아이를 다그치듯 몰아세우는건 비겁한 행동이었다. 그 엄마들처럼 차분히 가르친것도 아니었잖아.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도 않고 갑작스레 풀어내라 , 이것도 못하냐 몰아세우면 아이가 당황하는건 당연한 거였는데.. 내 아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이가 이런 문제를 모르다니 이해할 수 없어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르쳐주지도 않은 것들을 나는 아이에게 답하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책 속에는 아이와 엄마의 행복한, 어여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5년이 지나 아이에게 다시 읽어주니 아이도 부끄러워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사춘기의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어릴적의 애정 관계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 하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깊은 애정으로 밀착이 형성된 경우에는 사춘기를 험난히 보내지 않고 무난하게 잘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렇게 해야지 했는데.. 가장 중요한 지금 이 순간 난 아이를 너무 잘 대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있다.

어쩌다보니 서평글이 나의 반성문이 되어가고 있다.

책 속의 주옥같은 아이의 목소리 속에 우리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앞에 당당하게 서 있지 못할 지금의 초라한 내가 있어 너무나 미안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쓸데없는 데 신경 쓰는것을 정말 줄여야겠다. 내 사랑하는, 내 목숨보다 소중한 나의 금쪽같은 아들을 위해.

널 위해.

사랑해 아들.

나도 네게 늘 사랑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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