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들은 책에 관한 방송에서 미국인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의 상식 그 이상의 것이 문화로 이어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야구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하는 것이 그들의 인생인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 그야말로 딱 와닿았다. 정말 그랬다. 미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이나 야구에 대한 기억력 등은 공감하기엔 좀 거리가 먼 그런 것이었다. 이 책의 느낌도 조금 비슷하달까?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실 음악을 이토록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기는 힘들텐데.

저자가 미국인의 감성, 그것도 본인이 리슨닷컴의 설립자로 음악과 저작권 등에 꽤 민감한 느낌을 가졌을 사람인지라 자신의 감정과 미국인의 취향에 백분 공감하는 그런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외계인 역시 지구의 음악에 최대한 공감했다 이런 소재로 말이다.

 

한때는 인류가 우주에서 꽤 발달한 문명 축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 적도 있겠지만 여러 sf 영화 등을 보면, 사실 외계인에 비해 우리가 월등히 문명화된 사회라고 단정지을만한 상황은 아닌 듯 하다. 외계에서 보냈을 UFO등의 비행접시 등은 꽤나 빈번하게 출몰하는데 반해, 정작 지구인들은 외계인이 어느 행성에 사는지 짐작조차 하고 있지 못하는 정도의 문명 수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외계의 고등한 생명체에 비해 하나 나을 것 없어보이는 지구인들일지라도, 딱 하나 그들을 매료시킬만한게 있다? 그게 바로 그들을 죽음의 희열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 바로 지구의 음악이다!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주요 골자였다.

이어제로라 함은 1977년, 그들이 지구의 음악을 한 시트콤 드라마 엔딩 컷에서 처음 접해서, 너무나 큰 문화적 충격에 빠지게 된 해를 말하며, 지구의 음악을 들은 해부터를 원년으로 삼고, 마치 그 이후의 문명만이 존재하는 듯, 구분을 지을 정도로 지구의 음악을 지나치게 허황될 정도로 대단한 것으로 묘사를 해두었다.

 

공감하기는 조금 힘들지만, 아뭏든 저자의 이런 논리가 맞다고 치고.

문제는 외계인들이 이토록 지구의 음악에 열광하게 된 것은 그렇다 쳐도,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생활을 하다보니 그들이 불법 다운로드 받은 지구의 음악들이 대부분 저작권법에 걸려서, 우주의 전 생명체가 불법 다운로드받은 금액이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러, 그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차라리 지구를 없애버리자~ 자멸이라는 방식으로 없애, 빚을 청산하자라는 세력이 생겨났다는게 결정적인 문제점이 되었다. 이런 황당하고도 이기적인 발상이 있나? 싶은데 지극히 미국적인 발상이다 싶었다.

 

사실 페이지는 휙휙 잘 넘어간다.

더군다나 중간중간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 눈을 똥그랗게 만들게 하기도 하였다. 아니, 여기서 왜 한국인이 등장하지? 미국의 정 반대편에 있는 나라로 꼽자면 일본도 있고 중국도 있고. 우리나라를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했나? 하고 여기기에는 어쩐지 좀 비꼬는 듯한 말투라 곱게 들리지가 않았다. 워크래프트에서 만나는 한국인이라 함은 대부분 외계인이라 생각하면 된단다. 한국인은 메이플 스토리라는 것을 하지 워크래프트에서 활동하지도 않고, 그 증거로 대통령을 물어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할거라나. 음.

게다가 미국의 적은 이제 북한만 남아있는지. 음악 저작권에 대한 문제와 빚 청산 등에도 북한은 늘 제외국가로 남아있다.

지구의 자멸을 막는 논리로, 3차대전을 일으킬뻔한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 대통령의 혜안에 감사해야한다는 것도 어리둥절하게 만든 면이었다.

 

미국식 블랙 코미디라고 해야할까. 그들의 유머감각에 공감하기에 나의 감성과 맞지 않아 조금 그러했던 소설이었는데..

기발한 발상이라는 점만 높이 사고 싶은, 조금 아쉬운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