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무서워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노경실 글, 김영곤 그림 / 씨즐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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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었던 만화책 운세와 점 등의 이야기 중에 색깔에 대한 성격 분석이 있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을 좋아하면 겁이 많다. 라는 것이었죠. 빨간색을 좋아하면 강한 것이고, 파란 색을 좋아하면 차분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나도 대려 맞춰서 이야기할 것 같다 싶긴 한데, 어릴 적에는 와, 정말 그런 것 같아. 하면서 이후로는 좋아하지도 않던 빨간색도 일부러 더 좋아한다 스스로 세뇌하려 하고 (여자인데도 왜 자꾸 강해지려 했던 것인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센 척, 강한척 했지만 겁이 참 많은 편이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인 공룡 유치원에 보면 뿔리라는 여자 친구가 그렇죠 (겉보기로는 남자같습니다. 목소리도 그렇구요. 내가 공주할거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용감하고 친구들 사이에 강한 친구란 인상이 깊었는데 알고보니 물놀이를 무척 무서워하는 여린 데가 있었어요. 음, 어릴 적 제 모습을 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였죠.



특히 어릴 적에 제일 무서웠던 것은 바로 귀신이었어요. 전설의 고향이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빼놓지 않고 보고서, 결국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들어가 잠을 자지를 않나 호기심은 많은데 결과는 늘 불면으로 이어지는 그런 일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무섭다고 울거나 그러진 않았었는데..




책 속의 주인공 훈이는 참 겁이 많아요.

사실 어린 아이 혼자 깜깜한 밤에 자려면 무섭긴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아직 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데.. 엄마 어릴적만 해도 사실 따로 방도 없었고 꽤 클때까지 엄마 아빠랑 다 같은 방에서 자고, 초등학생 되고 나서 따로 방을 쓸 적에도 동생이 있어서 혼자 잘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려 보이는 훈이가 혼자 자려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직 아이 잠자리 독립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훈이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또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아이가 무서워할만하겠다고 공감이 되었답니다.




훈이는 사실 귀신만 무서운게 아니었어요. 하다못해 낮에는 징글징글 기어다니는 벌레도 무서웠구요.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 겁을 집어먹기도 해요. 엄마도 아이가 그렇게 겁이 많으면 좀 걱정이 될 만하겠어요.

저도 우리 아들이 남자답게 좀 강한 면을 보였으면 하는데, 어릴적부터 조용조용한 성격에 (지금은 제법 개구지게 되었지만요.)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것, (귀신 유령을 몰랐던 때라 사자 등의 동물을 무서워했어요.)을 싫어해서, 영어 시간에 나오는 사자 모습에도 기겁을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림책인데도 입 쩍 벌리고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싫어하였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컸다고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무서워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다시 훈이 이야기로 되돌아와서요. 그래서 훈이가 그렇게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데에 저도 관심이 더욱 갔어요.

우리 아이를 더욱 공감하게 되고, 아이 본인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무서워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무서워하네 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거든요. 그리고 무서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아이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안그래도 금요일에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뮤지컬을 유치원에서 보러 가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해주자 거기에 유령이 나온다고 아이가 안 보러 가겠다고 며칠전부터 걱정을 했었어요. 제가 키마 스티커 붙이고 용기를 갖고 가볼까? 하고 아이 마음에 좀 용기를 심어주려 해봤는데, 그때 잠깐 공감했다가 다시 또 무섭다고 하곤 해서, 선생님께 살짝 미리 조언을 구했지요. 선생님도 잘 달래서 아이의 뮤지컬 공연관람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주셨는데 (아침에 바빠서 키마 스티컨 잊고 그냥 갔구요.) 다녀와서는 "엄마, 나 용감했지? 근데 그래도 유령은 좀 무섭긴 하더라 얼굴도 안 보이고." 하고 이야길 했네요. 겪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하면 좋을텐데..

사실 엄마인 저도 어릴적에 유령이랑 귀신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무섭게 나오는 귀신 이야기는 되도록 안 보여주려 하는데 (똥떡이나 여우 누이라던지요.) 유령 이야기는 유치원에서 들었나보더라구요. 음, 하기는 아이 예전에 본 동화책에서도 유령이 나오긴 했네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본다는것. 무서울때 무섭다이야기하고, 화날때 화난다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일수 있다 하니,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왜 무섭지 않은지.. 무턱대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자는 힘세? 사자는 무서워? 하는 아이에게 그럼, 사자는 동물의 제왕이니 무섭지. 하고 성의없게 대답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어요. 철창에 갇혀있고 우리는 안전한거야. 하고 이야길 해주긴 했었지만 말입니다. 아이가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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