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빅 픽처>로 처음 만났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이후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되도록 빼놓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는 작가가 되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분명 남자인것 같은데, 그가 다루는 소설 속의 여성의 마음을 어찌나 잘 헤아리고 있는지.. 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그런 내면의 이야기까지 세세히 짚어내고 있어서, 몹시 놀라워하며 읽게 되는 책들이 많았다. <빅 픽처> 이후에 읽은 그의 책으로는 <템테이션> < 더 잡 ><위험한관계> 등이 있고, <모멘트> <파리 5구의 여인> <리빙 더 월드 > <행복의 추구> 등도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둔 책들이다. 나온 책들은 대부분 다 구비를 하였는데 읽은건 사실 절반밖에 되지 않았구나.

 

파이브 데이즈는 고등학생인 딸, 대학생인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는 방사선과 기사인 여성의 권태로운 일상, 아니 탈출하고싶었던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랄까? 그런 것을 다룬 이야기였다.

 

결혼 전이나 후 모두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고, 절대 한눈팔지 않고 배우자에게만 충실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해 온 나의 가치관에서 사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불륜이나 이혼 등이 너무나 빈번히 등장하는 일들은 사실 좀 거북한 일이긴 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실 그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불륜을 하게 되고 (그녀 입장에서는 나중에 만난 그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었다.) 이혼까지 하게 되는 여성의 사건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녀의 불륜과 이혼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하였단 생각이 들었다. 불륜이지만,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세상에 이혼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럴수 밖에 없었어. 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필력을 갖추었다. 헉.

 

매일 환자들의 ct를 촬영하며 암 유무를 관찰해야하는 방사선사인 여주인공, 그녀는 꽤 경력이 쌓여서 이제 의사가 판독하기 전 그녀도 어느 정도 판독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언질을 주는 것이 불법이었기에 환자 보호자들이 아무리 짜증을 내거나 애원을 해도 알려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누군가의 불행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벌써 몇개월째 실직 상태인 남편이 있었다.

지역 화가로 제법 소질을 보이고 있는 아들 벤, 그리고 학구적이었던 그녀와 달리 그녀가 다소 경멸해마지않던 치어리더가 되어있는 딸 샐리, 그렇게 네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벤은 엄마와는 늘상 의논했지만, 사실 아빠에게 인정 받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자신과 비교해 잘 나가고 있는 아들을 격려하고 기대하기는 커녕, 자기보다 잘 나가는 아들을 질투하는 다소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릴적부터도 아들과 아빠는 잘 맞지 않았다. 그나마 아빠가 잘 맞추고 좋아했던 딸은 부모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잣집 아들과 사귀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실직 상태가 되기 전에는 그래도 착했던 남편이 실직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져, 한달에 두번 정도 아내에게 가시 돋힌 화풀이를 하기도 하였다. 여주인공은 그런 집안이 갑갑해져왔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제발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런 그녀가 학회 참석을 위해 집을 며칠 떠나 있을 기회가 생겼다.

일이 목적이었지만 잠깐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보험 일을 하는 한 남성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써도 배배 꼬인 상태에서 잘난척 한다며 쏘아붙이던 남편과 달리, 그 남성과의 대화는 너무나 잘 통하는데가 있었다. 겉으론 유식하지 않은 척 겸손해했으나 그가 읽은 책이 상당한 수준임을 이내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 또한 그와의 그런 지적인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운 일임을 아주 오랜만에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와 이런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 그녀는 처음 몇번은 그녀가 유부녀이기에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한다거나 차를 마시는 일 자체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거부하곤 하였는데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그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만남이 지속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안에 숨겨져있던, 잊혀졌던 꿈과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였다.

그 또한 자기와 너무나 맞지 않은 (그에게는 자신의 아들 벤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질투로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평생 아버지를 싫어했으나 그런 아버지의 힘에 눌려 기를 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여자도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정해주자 그녀와 결혼해 살 정도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현실에는 불만족하면서 서로의 내면에는 너무나 깊이 끌리는 그런 열정적인 사랑에 두 사람이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두 사람 다 더 낳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고, 거기에는 둘다 사랑이 치명적인 이유로 좌절되었다는 공통점까지 갖고 있었다. 의사가 될뻔했던 여주인공과 작가가 될 뻔했던 현재의 보험 설계사인 남자, 이 길이 아니었다면, 이 결혼이 아니었다면이라는 몇십년째 회피해왔던 고민, 그러나 늘상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꼬리를 물고 들었던 그 고민이 있었기에 그들의 결혼 생활은 더욱 불만족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각자의 결혼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한다 하였지만.. 

 

이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수있어. 그런 믿음이 정말 너무나 쉽게 실현되는 듯 하였는데..

그러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확실히 되찾긴 하게 되었다.

남편을 떠나는 것 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었겠지만, 꽤 오랫동안 남편을 기다리고 그에게 시간을 주었는데, 그가 자신을 돌보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에 신경을 덜 쓴 것은 사실이었다. 뒤늦게 관계를 회복해보려 하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였다.

 

파이브 데이즈는 내가 공감하기 힘든 그런 소재를 갖춘 이야기였으나, 그런 나도 억지로 일부로라도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도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가정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겠지만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역시 덮어놓고 읽어도 후회되지 않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또 한권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