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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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을 해보기 전에 우습게도 나는 연애박사들의 연애 상담? 내지는 연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아니, 왜 내 짝도 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내가 상담해주고 있는 거지? 아마도 그 친구들은 어차피 자기가 결정할 문제지만 그래도 고민되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는가 보다. 주로 그럴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라곤, 책을 통해서 얻은, 내지는 영화나 티브이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한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책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책이 한권 있다.

사랑에 대한 여러 경험과 생각 등이 있겠지만, 여기에 나온 사랑은 좀더 색다르다고 해야할까?

사랑 하면 달콤하고 행복한 것만으로 생각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그다지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사랑을 하기에 실연 당한 사람보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힘겨워보이기까지 한다. 어쩐지 쉽게 이해가지 않는 이 상황.

 

사랑이란 그저 순탄하고 원만한 것이기만을 바랬던 나와 달리 두 사람이 만나, 혹은 그 사이 여러 감정이 얽히고 설킬 수도 있는 문제이고, 아뭏든 두 사람이 만나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문제만은 아닌가 보다. 결혼한 것도 아닌데, 연애를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해야하고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된다는 나만의 룰 같은 것을 강하게 지켜오고 그래야 한다 믿었던 나와 달리 드라마나 티브이 등에서는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는 예가 너무나 많았다. 도대체 사랑을 하면서 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걸까? 싶었던 의문점들이 이 책 속에 모두 소개되어 있는 듯 하였다.

 

소설의 다양한 예를 들어, 그냥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이 읽었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느껴졌을 그들의 사랑에 대한 변명을, 대신 이 책의 저자 문학평론가 박수현님이 대신 변론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한 남자를 사랑한 두 여인 중 그 사랑을 먼저 차지한 여인은 정말 열정적이고도 지고지순한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잘해주는데도 너무나 외로워한다. 왜? 그렇게 자상한데? 왜?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평소같으면 당사자가 아니니 이해할 수 없지 하고 그냥 넘겨버렸을텐데.. 작가는 사랑의 철저한 고독에 대해 공감하는 듯 하였다. 너는 내 감옥 바깥에 있고, 나는 내 감옥을 깨고 너에게 갈 수 없다. 고.독.하.다. 30p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남은 한 여인. 그러나 그 여인때문이 아니라 먼저 여인인 레베카에게 딴 사랑이 찾아와 홀로 남겨진 피에트로는 아마란타(처음에 자신을 짝사랑했던)와의 고요한 사랑에 도취되어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토록 피에트로를 갈구했던 아마란타는 결혼이라는 말에 이별을 선언한다. 죽으면 죽었지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것. 그러자 비굴하게 애원하고 매달리다,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하기에 이르른 피에트로.

열정적인 사랑보다 고요한 사랑의 실패가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는 딸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어머니와 할머니에 의해 지나치게 우월감을 키우고, 자기애를 키우게 된 에리카의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자기애가 커지다보니 남자를 사랑할 수 없게 되고, 자해까지 나타나게 된다. 그런 에리카가 40의 나이에 20대의 젊은 남자 제자의 강한 눈빛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나이로 인해 이 사랑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또한 그녀에게 자리잡는다. "그녀는 길고 진한 포옹을 꿈꾸는데 그것은 포옹이 이루어지는 즉시 왕비처럼 남자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다." 이렇듯 스스로 근사한 여자임을 확인하는 것은 에리카의 절체정명의 과제다. 120p

 

치명적이고 열정적인 사랑보다는 따뜻한 온기가 있는 사랑을 해본 나로써는 책을 통해서만이 이해 가능한 그런 사랑들이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이 마침 내가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이어서, 작가가 소개해주는 줄거리부터 새로이 이해를 해야했기에 생소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사랑에 대해 복잡 다단한 생각이 많아 미쳐 버릴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이 절대 스스로가 이상한게 아니라고. 나 말고도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위안이 될 이 책을 꼭 읽어보라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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