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창생 - 열아홉, 소년의 약속
윤이경 지음, 김수영 각본, 오동진 인터뷰.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빅뱅 탑 주연의 영화 동창생.

 

요즘 북한의 남파 간첩, 탈북자 등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등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영화를 잘 못 보고 살아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동창생 모두 영화로 만나보진 못했는데, 얼마전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보니 북한의 귀공자가 택시기사가 잘못 한국 대사관에 내려주는 바람에 얼결에 탈북하게 된 다소 코믹하기도 한 미니 단막극 한편을 보게 되었다. 잔혹 코미디였나? 장르가 좀 애매했던.

 

공산당, 반공 등의 교육을 강하게 받고 자란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두려움은 갖고 있을까? 가난과 배고픔 등이 아닌 그들의 지독한 정신력 등에 대해 요즘 아이들이 알고 있을까?

물론 직접 전쟁을 겪어본 세대라면 우리보다 더욱 더 차이를 직시하겠지만 말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북한, 그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 자못 멋지게만 비춰지는건 아닌가 걱정스러움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사실 그들 역시 우리의 핏줄이고, 감싸안아야할 동포이면서, 아직은 분단된 조국이기에 언제 어느때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눌지 모를 그런 안타까운 긴장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책 속의 남파간첩, 아니 기술자인 강대호(극중 본명 리명훈)의 역할은 남쪽의 주요 인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북한 공작원끼리의 암살과 숙청, 세력 다툼을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마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을지 모른다. 장남이 아닌 3남인 김정은에게 김정일의 지위가 세습되기까지 분명 우리가 모를 수많은 숙청과 암투가 존재했을 것이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고 말이다. 강대호는 바로 그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되고마는 존재로 나타난다.

 

맨 처음 긴박한 상황 속에서 숙청되었던 간첩.

탑이 주연한 리명훈의 최후인줄 알았던 서두는 바로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간첩 임무가 실패로 끝나자, 북에 남은 그의 가족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니 그보다 더 처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머니는 당에 의해 암살을 당하였고, 어린 피붙이 남매만이 살아남았는데, 잔인한 당은 그의 어린 여동생의 목숨을 볼모로 그를 철저한 살인마로 키워내었다. 그가 남에서 맡은 공작 임무를 완수하고 와야만 동생을 만날 수 있다고 협박하며 피아노를 배우던 학생을 살인마로 내몰았던 것이다.

 

소년은 사랑하는 여동생 혜인을 위해 죽지도 혼자 죽을 수도 없는 그런 살인마가 되었다.

어린 여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비열하게 소년의 약점을 틀어쥔 당은 그렇게 소년을 위험한 사지로 내몰았다.

 

자유로움이 가득한 남한 땅에 탈북자의 신세로 내려온 리명훈, 그는 강대호란 이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겉으론 버들 약국을 운영하고, 실제로는 마약 주거래 업무로 북한에 막대한 비밀 자금을 공급하는 북한공작원 부부에게 양아들로 위장해 입양되어 고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기술자라는 끔찍한 일을 수행하게 된다. 그의 양어머니인 장부인은 어린 아이가 기술자로 보내진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남한의 학교에는 일진과 왕따가 존재하였다. 경찰도 군도 아닌 일진에게 눈에 띄지 말고 조심스레 지내라는 당의 엄포, 일진의 존재가 무엇이길래. 사실 그에게는 아주 손쉬운 상대였으나 너무 눈에 튀어서도 안되니, 그저 적당히 묻어 지내려 하였다. 그 일진과 반 아이들이 괴롭히는 아이,반 전체의 왕따인 소녀 혜인. 자신의 여동생과 이름마저 같은 그 아이는 소년의 짝이 되었다.

 

집안이 망하면서 더이상 발레를 할 수 없게 된 꿈이 꺾여버린 어린 소녀와 동생을 지켜내기 위해 당의 철저한 살인 기계로 변신해야했던 어린 소년의 만남, 그들은 동창생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게 되었다. 단 하나의 친구.

 

이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 소년의 불행이.. 혹시나 혹시나 행복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보았지만 ....

 

글로만 만나본 후, 포토북을 펼쳐보니 영화 속에서 탑이 어떻게 열연했을지 대충 가늠이 되었다.

아마도 탑만 멋지게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에서도 무척 멋있는, 그런 비련의 주인공으로 나오니까.

 

편안하게 잠들어있는 어린 아들을 지켜 보자니, 갑자기 더 가슴이 아파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의 꿈을 무참히 밟아버린 어른들.

그리고 능력있는 친구의 재주를 시기하고 따돌리기 시작한 철없는 우리네 아이들까지.

어린 아이들을 두고 나쁜 짓을 하거나 시키는 사람들은 정말..천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부모의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늘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오면 감정적이 되는구나. 극중 정민의 안타까운 심정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