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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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게 당연하면서도 지금의 내 나이가 영 낯설게만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런 생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특히나 인터넷을 통해서 인것 같다. 워낙 젊은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보니, 조금만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도 엄청난 노땅 취급을 받고, 아니 그렇게 나이가 많으세요? 같은 반응이 보이니 나이를 언급하는게 이제 쉬운 일이 아닌때가 된듯 느껴진다. 내가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인터넷이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였으니 우리 세대만 해도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쓰는게 아주 당연한 건데 말이다. 이제는 그 다음 세대에게 마치 이 자리를 내어줘야 할 것처럼 뒷방 노인네같은 취급을 받을때는 한없이 울컥한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 그리고 응답하라 1994

딱 내가 대학생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인지라 무척이나 관심이 갔다. 그때 그시절이 참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영화 속 드라마 속에서는 때로 촌스럽게 때론 아련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했던 그때 그 노래들은 이제는 오후에나 나오는 흘러간 가요 프로에나 나오곤 하지 않는가. 내가 대학생때 조금더 어른들, 조금 더 선배님들이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참 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넌 그대로일 것 같지. 넌 나이를 안 먹을 것 같지. 그런데 그런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 아직도 마음은 이팔 청춘 같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내 나이 앞자릿수가 낯설게 느껴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30대인걸까. 그런데 40대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게 될까.



사실 3자가 붙음과 동시에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으로 정말 29살에는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함과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다행인 것인지 아뭏든 하고 싶었던 딱 30의 나이에 결혼을 하긴 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정말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내 나이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 내 나이를 입력해야하는 그런 순간이 오면, 적어야 하는 숫자가 너무나 생소해 깜짝깜짝 놀라고 있을뿐이라지만 말이다.

좀더 어린 시절의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이젠 그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다. 트롯트가 좋은건 아니지만 여전히 발라드가 좋지만 90년대 귀에 익은 노래들이 너무나 좋다. 그렇게 난 나의 20대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출처:엑스포츠뉴스





뒤늦게 본 건축학 개론, 그리고 미처 보지 못한 응답하라 1997. 그런데 아주 우연히 지난주말부터 보기 시작한 응답하라 1994에 이일화의 에피소드가 나왔다. 폐경기인듯 아주 우울하고 힘든 여름을 보냈던 이일화. 딸 아이 대학생이고, 아직 마음만은 젊고 싶은데 몸에선 아무 소식이 없고, 그녀는 남편 앞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여자로써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말을 한다. 폐경기, 갱년기. 나이를 먹으면 그런 일이 온다고 배웠고, 오려니 하고 있었지만, 내 일이 되리라곤, 그리고 그 일이 그렇게 충격을 먹을 일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일화는 그 일로 울고 힘겨워 하고 무너져 내리려 하였다. 정말 내 일이 되리라곤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아주 뻔뻔하게 그 일은 엄마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난 아직 젊으니까. 그래 아직 30대니까 하고 위로하고 있었지만 아주 순식간에 그 나이가 된다는 것을. 30 넘어서 40되고 아이 키우다보면 또 순식간에 50이 60되고 70이 되면 더욱 빨라진다는 것을...

엄마가 그러신다. 70대가 되면 정말 세월이 빨라진다더라. 며칠전 칠순 생신을 맞이하신 아버님 생신을 어떻게 챙겨드릴까 이야기하다, 신랑이 너무나 충격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 부모님이 어느새 그렇게 나이를 잡수셨다니..어쩌면 좋느냐고 신랑이 무너지듯 힘들어하였다. 아직 우리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었을까. 반면 나는 너무 무심하였던 까닭에 신랑이 서운해하기도 하였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더군다나 그 나이에 더욱 충격을 먹는 것은 여성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 꽃보다 어여쁜 이 책에서는 비단 20대가 지났다고 30대가 지났다고 여성의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마음의 아름다움서부터 원숙미까지. 우리가 정말 중요시해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너무 중요한 젊은 시절이 빨리 지나가 너무 안타깝다 하고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따뜻한 위로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씩 치유되는 심정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책이었는데, 이일화의 폐경 (사실 폐경이 아닌 늦둥이 임신이라는 기적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야기를 접하며 미리 충격을 간접 경험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이를 먹어가고 세월을 맞이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만해선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좀더 아끼고 사랑해야겠구나.

너무 가족에게만 헌신하지말고 나를 잊지 말아야겠구나.


여러 유명한 영화와 책 등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감미롭고 따뜻하였다.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해 조금더 행복한 시선을 갖게 해주어 너무나 고마운, 그런 책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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