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눈 우리나라 그림책 11
이지현 글, 박철민 그림 / 봄봄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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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글밥이 많은 편이라 아이의 흥미가 덜하지 않을까 했었는데(엄마가 보기엔 꽤 괜찮아 보이는 내용이었는데 아이들은 알록달록하고, 좀더 자극적이고 쉽고 그런 내용을 좋아하지 않을까 했었거든요. 그런데) 엄마의 기우였습니다. 얼마전 책 선물을 한아름 받아서 그 중에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먼저 읽어주는데, 이 책을 가장 마음에 들어하네요. 매일 두고두고 읽는 책이 되었습니다. 방콕에 갈 적에도 이 책 가져가자 말할 정도로 아이가 최고로 꼽는 책이 되었네요.



이책은 MBC 창작동화 공모전 장편부문 대상, 아이세상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가 이지현님의 글, 그리고 2005년 볼로냐 국제 도서전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박철민님의 그림으로 만들어진 그림동화입니다. 신라시대에 세워진 절 분황사에 얽힌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도천수관음가에 대해 다룬 동화라 하네요. 말로만 들으면 참 어렵게 느껴지는데 직접 그림동화에 들어가보면 아이들이 정말 귀담아 들을 아름다운 이야기가 동양화 기법의 그림과 함께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먼 옛날 신라땅에 희명이라는 여인이 살았어요.

희명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어요.



보통은 주인공인 아들의 이름이 나오기 마련인데 책에는 그냥 아들이라고만 나옵니다. 엄마의 이름이 나오는게 색달랐네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들의 눈이 멀고, 아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계속 놓이게 됩니다.

잠자는 개를 밟아서 물릴뻔한 적도 있고요.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죽을 뻔한 적도 있고요.

등잔불을 걷어차서 하마터면 집에 불을 낼 뻔한 적도 있었어요

희명은 아들이 차라리 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늘 업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지나가듯 한번 읽어주고 나서 아이가 다음날 또 찾더라구요

제목을 정확히 기억 못하고, 엄마 눈 아픈 아기 이야기 있잖아. 그거 읽어줘요 하더라구요.

아, 천개의 눈을 말하는 거구나~ 얼른 찾아 다시 읽어주었습니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여러번 읽어주는 내용을 듣고 듣고 또 들으면서 아이는 배워 나갑니다.

엄마, 그런데 눈이 멀다는게 뭐야?

눈이 먼다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야.

엄마 등잔불은 뭐야?

지금은 전깃불로 형광등, 스탠드 이런 불을 켜지만 예전에는 촛불처럼 직접 불을 붙여서 어둠을 밝혔어.

작은 그릇에 기름 같은 것을 담고, 불을 붙여서 막대기 위에 세워놨는데 그걸 등잔이라고 해. 그걸 넘어뜨리면 쉽게 집에 불이 붙겠지.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을 수없이 많이 겪을 수 있다는 거야. 그러니 항상 눈을 조심해야지.



안 그래도 며칠 전 아주 사소한 일로 아이가 눈을 다친 적이 있어서 너무나 놀란 적이 있었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다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치려 할때면 아이는 듣기 싫어하고 귀찮아 할때가 많아요.

하지만 책을 읽으며 궁금한게 생기면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꼭 알고 넘어가려 하더라구요.



여기에 나온 옷을 보면서도 엄마 이 옷은 왜 이렇게 생겼어? 하고 궁금해해서 예전 신라 시대 옷은 이렇게 생겼단다.

그땐 단추도 없어서 이렇게 끈으로 묶으니 참 불편했을거야 하고 덧붙여주기도 하였답니다.






사실 엄마가 된 입장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이 아들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대목이었어요.

엄마인 희명은 자신의 눈을 빼서 아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을 합니다.

그 대목에서 자꾸 눈시울이 붉어져서 나도 모르게 우리 아들을 꼭 끌어안거나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리면서 이야기를 읽어주게 되더라구요. 엄마의 마음이란 그런 것일텐데 말입니다. 내 아이 아프고, 불편한 것을 보지 못하는 애끓는 심정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 할머니가 찾아와 분황사의 관세음보살님 그림 앞에 가서 기도를 드리라 일러주었어요. 워낙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그려진 그림인지라 그림인데도 정말로 기도를 하고 병이 나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들을 들춰업고 먼길을 걸어서 떠났습니다.



그리고 분황사 앞에서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드리지요.

아들은 그림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엄마께 관세음보살님이 어떻게 생겼냐 물어보자.

천개의 손에 천개의 눈을 가지신 분이라고 듣게 되지요.

아들은 관세음보살님은 다른 사람은 한개도 없을 수 있는 눈을 천개나 갖고 계시다니 욕심쟁이신가보다 하고 아이다운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는 고통 받는 사람을 찾아내서 치료해주기 위함이지 욕심을 위한게 아니라 말해주지요.






아들은 엄마와 다른 사람들이 모두 기도를 드리는 동안 혼자서 뒷걸음질을 쳐서 분황사 다른 곳에 가봅니다.

그러다가 연못에 빠질뻔한 아들을 누군가가 나타나 구해주지요. 그 사람은 아들에게 왜 소원을 , 눈을 뜨게 해달라고 빌지 않느냐고 물어봐요.

아들은 자기 소원은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어린 아들일진대 생각이 너무 깊어서 또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가 되어서 이리 수도꼭지가 되다니. 사실 아들을 두고 나니 아기에 관한,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모두가 내 아이 같고, 그래서 슬픈 이야기에는 같이 가슴 아파하고 그렇게 쉽게 동화가 되네요.



천개의 눈, 착한 아이의 효심이 복을 받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여섯살밖에 되지 않은 우리 아이조차 너무나 마음에 들어하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오늘 밤에도 또 내일밤에도 이 책을 읽어달라 말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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