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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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책으로는 꽤 오래 전에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다. 꽤나 인기가 높았던 책이었는데 읽을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뭐 이런 내용이 다 있지? 싶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중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읽은 제 7일은 좀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잘 몰랐을 적에 (물론 지금도 잘 모른다.) 인터넷등에 난무한 짝퉁 제품, 짝퉁 먹거리 등을 양산하는 그들의 천연덕스러움에 치가 떨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 갓난아기가 먹는 분유까지도 멜라민 분유를 만들어내고 아무렇지 않게 유통시키는 그들, 뭐 달걀도 가짜로 만들어낸다니 할말을 잃게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믿기 힘든 그런 뉴스들이 아주 극히 그들의 일부일뿐 전부는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얼마전 읽은 조정래님의 정글만리를 읽고 우리와 분명 다른 그들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읽으니 제 7일이 그들의 눈길에서 읽히는 기분이었다. 아니었으면 우리와 너무 다른 정서로 거부감 드는 부분들도 여럿 있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영원한 인연을 다시 찾은 7일간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그런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띠지의 그런 설명은 좀 맞지 않는단 생각이 든다.

작가가 초점을 맞춘건 양페이와 리칭이 아닌 양페이와 양아버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 인연이라는 말이 사랑하는 연인이 아닌 부모 자식지간의 인연에도 해당이된다면 맞는 말일테고.

 

첫 시작은 죽은지 첫째날인 양페이가 스스로 걸어서 화장터인 빈의관으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족이 없이 홀홀단신으로 죽은 양페이는 죽었을 당시 그대로의 차림으로 가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집에 돌아와 수의를 찾는다.

그런데 사둔 수의가 없으니 입고갈 옷이 없다. 그나마 하얀색인 예전 신혼때의 잠옷을 꺼내입고, 스스로를 애도하기 위한 상장을 만들어 달기 위해 집에있던 검은 옷을 일부 잘라 왼팔에 둘렀다.

 

빈의관에 가보니 빈부의 격차에 따라 화장 순서도 달라지고, 대기석도 달랐다.

약소하더라도 무덤과 관, 수의 등이 마련된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나마도 없는 더 가난한 사람들, 혹은 가족을 미처 만나지 못하고 흩어진 영혼들은 그저 안식의 땅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세상 어딘가를 떠돌 뿐이었다. 그들이 모인 공간도 있었으나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죽어서까지도 입고 있는 옷, 마련된 무덤 등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물론 빈부의 격차가 남은 사후 세계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얼마든지 재창조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죽은 사람들은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기도 하였다. 특히나 교통 사고 등으로 비명횡사한 경우에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당황스러워하다가 이후에 들어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수긍할 수 밖에 없기도 한다. 처음에 양페이도 자신이 왜 죽었는지 모르다가, 서서히 떠오르는 최후의 기억으로 미루어 짐작을 한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거기에 자신이 깔려 죽었음을 말이다.

 

죽음에서 시작한 양페이의 이야기는 그의 탄생시절로 되돌아가 그를 키워준 양부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기차를 못 봤던 것 같은데, 중국에서 양페이가 태어날 당시에는 기차의 화장실 변기가 바로 바닥으로 이어지는 (그러니까 변을 보면 그 변이 모두 선로로 쏟아진다는 것일까? 상상하기도 힘든 ) 구조였나보다. 만삭이었던 양페이의 엄마가 배가 너무 아파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다가 그만 갓난 아기가 선로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힘들어 바로 기절했던 엄마는 자신이 똥이 아닌 아기를 낳아 떨어뜨리고 기차가 계속 출발했다는 것을 알고 아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한참 시간이 흐른 후라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은 선로전환공이었던 양진뱌오에 의해 갓난아기가 구조되어 젊은 총각이었던 양진뱌오가 아기를 거두어 키우게 되었다. 그는 산모의 실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갓난아기를 죽이려는 못된 부모가 선로에 일부러 버린줄 알고 아기를 더욱 불쌍히 여기며 애지중지 키웠다.

 

친하게지내던 동료의 아내가 출산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젖동냥을 해서 아기를 키워냈고 이후로는 자신의 품안에 포대기같은것을 만들어 달고 아기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며 사랑으로 키워냈다. 사실 애딸린 총각이 장가를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끓는 청춘이기에 그도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했으나 늘 아기가 문제였다. 대부분의 아가씨가 그를 다 떠나갔지만 딱 한번 인연이 깊게 닿을 뻔했는데 그 아가씨 역시 아기와 자신 중 선택하라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였다. 젊은 혈기였던 그가 한순간의 선택으로 네살난 아들을 갖다 버리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빠를 굳게 믿고 사랑했던 네살바기 아이를 기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곳, 어느 유치원 옆에 버리고 온 날, 그는 아가씨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다음 날 혼인신고를 하러 가다말고 자신의 가슴속 변화를 깨닫고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난 양페이만 원해요.

그는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부리나케 그 도시로 되돌아가 아이를 찾는데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갖고 있던 사탕이 다 떨어지고 수통의 물이 떨어져 배가 고픈 와중에도 개가 무서워 나뭇잎으로 온몸을 덮고 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왜 안오지? 하면서 잠꼬대를 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너무나 미안해했던 양진뱌오

 

어제 이 책을 다 읽었을때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는데, 다시 양진뱌오의 양페이 이야기를 쓰려하니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걸어 사랑했던 아들, 죽어서까지 그 아들을 못 잊고 죽어가면서까지 양페이를 읊조렸던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양아버지 양진뱌오의 이야기였지만 그외의 인물들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위화의 이야기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리 몰두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회사 최고의 절세 미녀였던 리칭, 아무도 감히 넘볼수 없었고 재벌들조차 마음대로 농락할 수 없었던 그 차가운 미녀의 마음을 움직여 결혼에 이른 양페이. 그는 아버지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그런 사람이었다. 둘은 사랑했으나 가난했기에 화려한 미모로 언제든지 부의 기회를 움켜쥘수있었던 리칭은 그를 저버리고 떠나고 말았다. 이후 양페이는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고 말이다.

 

류메이와 우차오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그들의 이야기. 쥐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의 구분도 아니고 옆집과 천 하나로 벽을 삼아 살아가는 절대 군중의 이야기. 그 절대 가난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이 가난과 오해 등에 의해 슬프게 저버리고 말았다. 남자친구의 거짓말 하나로 죽음을 결심한 가벼운 모습이 독자에게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긴 하지만 아이폰 하나로 몸을 팔겠다고 하거나 가짜 아이폰으로 목숨을 버리겠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중국에서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그들의 지나친 생명 경시와 부에 대한 집착 등과 어우러져 이해된 부분이었다.

 

슬프디 슬프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위화의 이야기, 허삼관 매혈기보다 난 제 7일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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