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사계절 : 가을 소나타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 Four Seasons Murder 3
몬스 칼렌토프트 지음, 강명순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살인의 사계절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사계절 4부작으로 완결이 되는 시리즈이다.

각권을 따로따로 읽을 수도 있지만 꽤나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어서 차례대로 읽으면 더욱 이해하기 쉬웠을 그런 책이었다.

나는 그중 세번째 권이었던 가을소나타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가을소나타를 시작으로 여름, 봄을 읽을 예정이고, 겨울도 마저 채워 읽을까 한다. 시리즈가 중간에 빠져있으면 많이 아쉬운 생각이 들기에.

 

미스터리나 스릴러중에 작가가 귀에 익을 정도로 많이 접하게 되는 쪽은 주로 일본 장르 문학이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고 더욱 잔인하긴 하지만 그래도 동양인이라 그런지 정서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북유럽이나 미국 문학의 경우에는 조금 이질감이든다고 할까? 특히 북유럽은 그런 낯선 느낌도 강하고 무엇보다 문학작품 자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밀레니엄 시리즈와 타우누스 시리즈(엄밀히 독일작품이긴 하지만) 등을 시작으로 북유럽 작품등에 대한 이질감이 확 줄어들기 시작했다. 밀레니엄을 처음 읽을 적만 해도 도저히 입에 붙지 않는, 귀에 낯설게 헛도는 듯한 인명 지명때문에 얼마나 거북했던가. 그러나 책 한권 푹 빠져들고 나면 금새 그 이질감이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이젠 북유럽 장르 소설들도 제법 읽을만하다. 예방 주사를 맞은 듯 면역이 되었달까?

 

그런데 이 책 살인의 사계절.

그냥 단순히 바로 사건에 몰두하게 만드는 일본식 소설과는 좀 많이 다르다.

뭔가 인간의 내면 심리 묘사에 더 치중을 하고, 책 한권이 주로 다루는 굵직한 사건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특히나 이번 편에서는 말린 여형사의 ) 주변 상황이라거나 심리 등을 묘사하는 것을 더욱 신경써서 다루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현재의 독백, 그러니까 영혼의 소리 등도 끊임없이 등장을 한다. 그것이 오히려 궁금했던 사건에 대한 부연 설명을 제대로 해주는 느낌이었다.

 

아뭏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책을 다 읽을 무렵에는 농밀한 심리 묘사, 섬세한 문장 등으로 표현하게 된 그 서술 방식이 책을 처음 읽을 적만 해도 사건 자체에 쉽게 몰입하기 힘들게 만드는 사족이 너무 많은 글이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한권의 책에 다른 느낌 두가지를 갖게 되다니.. 사실 이 책을 중간에 끊어 읽지 않고 끝까지 내리 읽었으면 초반에 좀 지루했을 지라도 하루에 다 읽는게 무리가 아니었을텐데.. 그리고 작품을 이해하기에도 더 쉬웠을텐데.. 자꾸 일상 생활의 일들이 있어서 중간중간 끊기다보니.. 정작 사건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맴도는 듯한 자세한 부연 설명으로 지루함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쭉 한번에 읽은 사람들은 깊이있는 재미를..

나처럼 중간중간 끊어읽었어야했던 사람들은 군말이 좀 많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거란 이야기다.

 

전편인 여름에서 이어지는 듯한 이야기.

주인공 말린 형사는 간신히 재결합했던 남편과 또다시 별거에 들어갔다. 그것도 별거 아닌 문제로 꼬투리를 잡고 싸우다 결국 남편을 때리고 나서 집을 나온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예민하고 이상하게 구는 데는 전편에서 일어난 아이가 살해될뻔했던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

남편도 사랑하지만 그녀가 너무나 사랑하는 자신의 딸 토베, 늘 그 아이를 그리워하고 마음의 모든 것을 주고 싶어하지만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어찌할 줄 모르는 그녀의 마음의 방황으로 아이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그녀는 자꾸 술독에 빠지게 되었다.

알콜 중독 여형사라.. 정말 난감하기만 한 상황인데.. 그녀의 사건 해결 능력은 꽤 탁월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맹활약보다는 자신의 가정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그녀의 모습에 더욱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사건 때때로 그녀 현재의 가정 이전의 어릴적의 가정, 도대체 그녀에게 사랑이라곤 주질 않고 겉돌기만 하는 것 같은 허영 덩어리 같은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가 간간히 나온다. 어릴적의 그 어떤 비밀이 있었관대 그녀는 계속 생각날듯 말듯한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과 현재를 갖고, 지금의 가정 생활을 온전히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궁금증은 마지막 권인 봄에서 풀릴 듯 하였다.

 

말린의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책의 주요 사건은 그게 아니었다.

크게 성공한 어느 변호사,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그 남자 변호사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값비싼 성을 사들인 후 얼마되지 않아 온몸에 40군데의 자상을 입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말린과 그녀의 동료들이 해결해야하는 사건이 바로 그 사건이었다.

게다가 그 성을 매각하고 후회했을 성의 원래 주인인 프레드리크 포겔셰, 즉 죽은 변호사인 예리 페테르손을 죽였을 가장 큰 동기가 있는 그마저도 살해된채 발견되었다.

 

두건의 살인사건, 무엇보다도 초반 도입부에 도무지 사실일거라 믿겨지지 않는 아버지의 이유없는 아들의 구타와 괴롭힘

그 모든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린을 사건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이 책, 중간에 덮어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이었다.

두껍지만 읽어볼만한 책. 살인의 사계절이었고, 중간인 가을로 시작한 책이었지만 사계절을 모두 읽고 작가의 의중을 파악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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