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곰곰묘묘 이야기 -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따뜻한 감성 만화
고아라 글 그림 / 북폴리오 / 2013년 1월
품절
요즘 색다른 웹툰들이 참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곰곰묘묘이야기, 곰과 고양이의 이야기지요. 웬 곰곰묘묘?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니 곰은 ~곰으로 끝나게 말을 하고 고양이는 묘~로 끝나게 이야기하는데 은근 재미나답니다. 어쩐지 그런 말이 생각나더라구요. 달하 높히곰 돋아샤~ 뭐 이런 옛 문구가..
웹툰과 책을 보기 전에 이웃님의 후기를 먼저 봤더니 수더분한 그림에 강렬한 멘트가 콱 와닿더라구요. 요 까칠한 고양이 묘묘.
아악 더럽게 춥묘! 이런 기분 정말 이해가 돼요. 서울 살적에 정말 넘넘 춥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너무 추워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 적이 있었거든요. 숨이 안쉬어지고 말이지요.
그밖에도 꺼지라묘 등등. 그에 비해 120kg의 거구가 믿기지 않게 나름 귀엽게 그려진 곰곰의 이야기.
어느날 곰곰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묘묘의 집에 들어왔어요.
와서 밥도 먹고 사진도 보고, 자꾸만 집에 가려하지 않네요. 묘묘가 집에 좀 가라 하니, 갈데가 없다고 울어버려요.
결국 묘묘와 곰곰의 수상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재미난 것은 모두가 다 동물인 것은 아니예요. 묘묘와 곰곰 외의 친구들이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람이예요. 사람같은 고양이와 곰이 사람과 친구도 되고 애인도 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어쩐지 수상쩍으면서도 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싶은 이야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멀리서 걸어오는 웬 고양이 한마리가 보이네요. 그리고 그 고양이 묘묘를 기다리는 곰곰.
둘의 이야기랍니다.
아, 그런데, 묘묘가 걸어올적에는 치말 입고 걸어왔는데, 곰곰과 만났을 적엔 바지로 바뀌어있네요. 크크
곰곰의 덩치에 비해 가녀린(?) 묘묘가 날아가려 하니, "날아가지 말라곰"하며 묘묘의 목도리를 낚아채는 곰곰.
흐흐. 어쩌면 이다지도 낭만적이지 않은 장면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까칠고양이 묘묘가 까칠해지지 않을 수가 없네요.
프롤로그에서 묘묘와 동거하게 된 곰곰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진행되는 둘의 알콩달콩(?) 지지고 볶는 일상사가 진행이 됩니다. 거 참 신기하네요.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지루한 일상이 어느새 판타지로 변신한다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정말 평범한 일상인데도 재미나게 느껴져요. 4월의 눈을 신기해하며 사진찍어달라는 곰곰, 그런 곰곰에게 필름 아깝다며 꺼지라묘를 외치는 까칠 묘묘.
사실 생각해보면 객식구처럼 느껴지는 곰곰이 그닥 반가울리 없었겠죠. 늘 묘묘를 쫓아다니고 귀찮게 하는 곰곰.
어느날인가부터는 묘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묘묘는 자꾸 기분이 이상해지구요.
둘이 장보다 돌아오는 길에 묘묘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일이 있었어요.
곰곰은 다음에 그 길을 가다가, 묘묘가 넘어진 돌부리의 돌을 뽑아 버립니다. 무척 크고 무거웠는데도 끙끙대며 뽑아냅니다. 그런게 바로 사랑의 마음이겠지요. 묘묘는 곰곰이 뽑아낸 돌뿌리의 부재를 모르면서도 또 총총 뛰어집에 가지요. 아마 조심성없는 묘묘이기에 그 돌이 그대로 있었더라면 또 넘어졌을거예요.
묘묘와 곰곰은 참 달라요. 곰곰은 만화책 등을 보는데 묘묘는 책을 참 좋아해서 생애 최초로 고양이 다독왕에 선정되기도 하구요.
후루룩 짭짭 소리를 내며 먹는 곰곰 덕분에 묘묘는 참 거슬리는데, 그 거슬린다 표현하는 것도 관심의 한 표현이었을까요?
그러다 겨울이 왔어요.
사람들처럼 생긴 곰곰과 묘묘였기에 계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저였는데, 곰곰은 겨울잠에 들어갑니다. 핫핫.
사람 친구 하나는 "그때가 마지막인줄 알았더라면."하고 푼수같은 눈물을 짓구요. 묘묘는 겨울잠에 들어간 곰곰을 기다리며 곰곰과의 추억을 회상하게 됩니다. 미처 몰랐던 그 하나하나의 추억을 말이지요.
곰곰과 묘묘의 따뜻하고도 사랑스러운 동거 이야기.
몇 페이지 읽기도 전에 어느새, 그거 마시곰? 이거 내꺼묘~ 하는 곰곰 묘묘식 화법이 입에 붙어버릴지도 몰라요.
단, 같이 읽어본 사람들 간에 통용될 말이겠지요.
신랑이 읽어보기 전인데 저 혼자 ~~했곰? ~~하묘~ 이러고 있으니 눈이 이상해지더라구요. 뭐하는 거임? 이런 눈으로요.
보면볼수록 사랑스러운 이야기. 웬지 가슴 따뜻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