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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 그림 - 그림으로 꾸민 인테리어 30
조민정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11월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되는데, 잠깐이라고 대충 해놓고 살면 그게 굳어져 평생 자기 취향이나 흔적이라고는 없는 공간에서 살게 되지 않을까?"
친구의 이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어디를 가든 내 공간에 작은 그림엽서라도 꼭 붙여 두게 되었다. 18p
사실 이 말에 가슴에 쿵 하고 뭐가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어렸을적에는 공주같은 나만의 방 하나 갖는게 소원이었는데 자매다보니, 늘 같이 방을 써야했고, 침대를 놓을 공간도 되지 않아 침대는 그저 꿈의 가구였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취할때 나만의 공간이 생기긴 했으나, 싱글인데 뭐 이제 곧 결혼할텐데 가구 사고, 인테리어 꾸밀 여력이 어디있어?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그냥 최소한의 가구와 짐만으로 몇년을 그냥 멋없는 방에서 자고 먹고 생활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처음 소개된 사람이 위와 같은 말을 친구에게 듣고 충격을 먹었다 하였다. 싱글이고, 곧 떠날 전세집이기에 크게 꾸미지 않고 바쁘게 생활하곤 했는데 뉴욕에서 만난 친구들이 잠깐의 생활일지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개성있게 꾸미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딱 그런 위치인 것 같았다.
싱글일땐 그랬어도 결혼하면 예쁘게 꾸미고 살아야지 했는데, 막상 결혼할때 집 리모델링 하면서 어머님께서 벽지랑 바닥재, 그리고 화장실 타일 등의 인테리어를 제의하셨을때는 직장생활을 병행할때라 그랬는지, 큰 욕심도 없었고 그냥 무난한 것, 국민 꽃무늬 벽지 키포인트로 넣는 것만 하고 특별한 인테리어를 고민하지 않았다. 신혼 부부들이 가구며 인테리어 등에 큰 관심을 갖는것과 반대로 사실 직장일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에 봉착했을때라 그런지 결혼 준비하는 기본 과정마저도 허덕일 정도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단 핑계가 있었다.
그럼 결혼하고 나서는? 이제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볼까 싶었으나 꾸미기 위해 뭔가를 사는게 귀찮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집 치우는 것만도 큰 일이라 생각되었다. 끝없이 어지르고 치워도 다시 어지르고..
아이 키우는 집이 매한가지겠지 뭐, 우리집이 약간 더 지저분하겠지만 하고 안이한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책 속에 소개되는 집이니 더욱 깔끔하게 관리했을수도 있지만, 그림과 사진이 조화가 잘 된 아늑하고 깔끔한 공간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하물며 싱글 남성 또한 나보다는 더 멋지게 잘 가꾸고 사는 듯 했다.
잊고 있던 싱글때의 인테리어 욕심도 살아났다.
싱글일때 많은 사람들이 전세 등을 하기에 벽에 마음대로 못하나 박기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인테리어를 포기하느냐, 책 속 주인공들은 멋진 대안을 내놓았다. 시침핀으로 살짝 엽서 등의 그림을 벽에 꽂아두는가 하면, 색색 예쁜 테입을 재치있게 붙여 얼마든지 쉽게 뜯어내는 효과만점의 그림, 사진 장식을 하기도 한다. 보기 싫은 두꺼비 집이나 인터폰, 심지어 에어컨까지 액자나 기타 소품등을 활용해 주변 모습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으로 바꿔놓기도 하고, 가리개천으로 예쁘게 덮어 아예 보이지 않게 만들어놓기도 한다.
그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한 사람의 감정이 깃든 사진을 가질 수 있다는 자체가 행운이고 행복이라고 말한다. 232p
대부분의 이들이 사진이나 그림 전공, 혹은 인테리어 전공자들이라 감각이 좋을수도 있었겠지만 우선 자신의 공간을 사랑하고 되돌아볼줄 아는 여유를 지닌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혼부부들의 집, 그리고 심지어 두 어린 아이가 있는 집조차도 어여쁘게 꾸며진데 놀랐다.
우리집에도 액자라고는 떡하니 걸려있는 커다란 결혼 사진이 전부인데, 아이 돌사진도 찍어만 두고 돌잔치를 안해서 큰 사진을 안 뽑아놨는데,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촌스러운 액자라고 책에 나오는 많은 이들은 좀더 색다른 감각으로 아이들의 사진, 결혼 사진등을 꾸며놓았다.
여러 사진들을 흑백으로 찍어서 액자 여러개에 넣어 문 옆에 나란히 장식한다던지 (그것이 면이 아닌 선의 느낌이 되어 의외로 무척 잘 어울렸다.) 한쪽 벽에 결혼 사진들을 재치있는 느낌으로 담아낸다던지 하는 것이 그 예였다.
사진도 그렇지만 그림은 또 어떠한가. 스티커 그림을 나누어 공간에 배치하는가 하면, 벽 한쪽면에 독특하고 개성있는 그림을 그려넣어 자신만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은 사람도 있었다.
보는내내 눈이 즐겁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절로 반성이 되기도 했다.
싱글때의 그 안이한 마음으로 지금 개성없는 그런 공간에서 살고 있는 나, 뭐 한가지라도 어여쁜 그림이라도 붙여보고 싶은데, 아이 키우는 집에서는 적거나 없는 것이 오히려 인테리어라는 주위 평대로 받아들이고 (아이 장난감, 내 책 등으로 이미 집은 복잡 그 자체기에) 신경을 못 쓰고 살았는데, 잡지의 한 장같은 멋드러진 자신만의 공간에 사는 사람들을 보자,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우리 아이에게도 이런 방을 꾸며주고 싶다란 마음이 들었다.
책의 말미에는 카페,레스토랑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그림도 소개되었고, 나같은 초보자들을 위한 액자서부터 그림 구입, 그림 장식법 등 다양한 팁이 소개된 점이 주목할만 하였다.
내 집에 그림, 처음에는 그 그림한 점이 무척 사치스러운,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 생각했는데, 꼭 비싼 그림이 아니더라도 직접 찍은 사진, 잡지에서 컬러복사한 사진 등으로도 멋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재치를배울 수 있었다. 우선되어야할 것은 마음가짐의 변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