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맛있게! 1인분 요리
김효진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3월
절판


아이와 우리 부부, 이렇게 세 식구 살림이다 보니 사실 밥상을 차릴때마다 남는 반찬때문에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레시피가 4인분 기준으로 나와 있어서 식성이 좋은 초등학생 아이들 둘이 있거나, 어른 넷이 아닌 이상, 매번 상차림을 하고 나면, 찌개나 반찬 등이 며칠 동안 다시 데워지다가 남아 버리기도 해서, 너무 아까웠던 게 사실이었다. 싱글 요리책들도 제법 읽어보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낯이 익었던 슈테피님의 1인분 요리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덥썩 읽어보았다.


4인분요리 기준으로 재료를 반을 넣고, 1인분 요리 기준으로 재료를 2배를 하면 2인분이 된다? 사실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라면 두개를 끓이더라도, 스프 두개를 다 넣고 끓이면 하나 끓일때보다 훨씬 짜게 느껴져서, 스프양을 줄여 넣어야 입에 맞는 요리가 완성된다. 양념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보다 정확한 레시피가 필요했는데, 고맙게도 이 책에는 1인분 분량뿐 아니라 2~3인분 기준의 재료와 양념 분량이 각 레시피마다 따로따로 언급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요긴하였다.


10여년의 독립생활로 다져진 탁월한 요리실력을 갖추었다는 그녀가 존경스러웠던 점이 나 역시 대학생때부터 직장인생활까지 거의 10여년을 독립해 살았음에도 기숙사, 하숙, 그 다음에 자취라고는 해도 내 손으로 밥을 해먹은 기억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싱글일때부터 차근차근 솜씨를 다져왔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싱글들과 신혼살림을 배려한 이번 책의 레시피는 더욱 와닿는 이야기가 많았다.





아이가 31개월이니 벌써 결혼 햇수로 만 4년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요리를 하려면 막막해지는 부끄러운 초보 주부이다. 그래서 하기 쉬운 기본 요리 몇가지를 제외하곤, 언제나 요리책을 펼쳐들곤 "오늘은 뭐 먹을까?" 를 중얼대었더니 아이 또한 "뭐 먹을까?" 하면서 요리책을 골똘히 바라보는게 우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같은 초보 주부서부터 프로 주부에 이르기까지, 가족 식단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으리라. 특히나 자취를 하는 이들에게는 매번 사먹는 음식이 지겨울만도 하고, 그렇다고 집에서 해먹자니 혼자서 해먹고 남은 밥과 반찬 처리하는게 더 일인지라 차려먹기가 싫은 식생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참 많은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을 내려준다.

퇴근후 몸이 지쳤을때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요리, 뭐 없을까요?

재료가 음식이 남으면 버리기 아깝고, 어떻게 하죠?

가끔은 특별한 요리도 땡겨요.

집밥처럼 찌개, 반찬을 하려니 뭘 해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기타 등등까지.. 혼자 해먹기 막막한 이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으로 그녀가 내놓은 해결안과 레시피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시원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먹다 남은 찬밥으로 샐러드를 만들고, 혼자서는 남길 수 밖에 없는 치킨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이 꼭 먹고 싶은 날이 있으리라. 꼭 친구들과 있을때만 생각나는 치킨이 아니렸다.) 살코기만 발라 누룽지 닭죽을 끓여내는 신기를 발휘하기도 한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네쌍둥이 아기들 엄마가 나왔는데 아이들 밥을 일일이 챙겨줄수가 없어서 고등어 한마리를 구워 살코기를 발라 밥을 비벼서, 한 숟가락씩 다섯 아이들에게 (위로 큰 아이가 하나 더 있는 가정이었다.) 떠먹이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여담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고등어를 삶아 건진후 살만 발라서 고등어 스테이크를 만드는 레시피도 나온다. 생선을 좋아하지만, 고등어는 잘 안먹는 우리 신랑이나, 생선 자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스테이크는 좋아하는 어린 입맛의 나나, 생선 구이도 스테이크도 모두 잘 먹는.. 하지만 신경 써준 요리는 더욱 잘 먹는 귀여운 우리 왕자님에게 모두 유용할 레시피가 바로 고등어 스테이크였다. 아, 정말 꼭 해보고 싶은 메뉴 1순위라고 꼽고 싶었다.

또 생크림을 넣지 않고 만드는 고구마 크림 스파게티에 대해서도 예전에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무척 신기해했던 기억이 났었는데, 그 레시피 어디갔지? 하면서 정작 만들지도 못하고 레시피 잊어버린 기억이 있는데, 바로 이 책에 그 레시피가 나와 있었다. 꼭 해보리라. 그래서 느끼한 요리 먹이기 싫은 우리 아이를 위해 맛있는 고구마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리라.



후리가케 비빔밥이 나왔길래, 시판 후리가케를 사다가 비벼먹는건가 했더니 웬걸, 실제로 후리가케를 집에서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눈이 번쩍 띄였다. 아무래도 사다먹는건 조미료 같은게 섞였을 것 같아서 아이에게 먹이기 껄끄러웠는데, 집에서 만드는 후리가케라면, 쓱쓱 비벼주어도 엄마의 양심에거리낄게 없을 것 같았다.


또 아직 어려서 김치 등의 매운 요리는 먹지 않는데, 모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든 오이 피클 (시지 않고 거의 달콤했던 싱싱한 피클)은 너무나 맛있게 먹던 아들을 바라보면서 나도 아이가 잘 먹지 않는 채소들을 넣어 피클을 상큼하게 만들어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게 잘 만든 피클은 열 김치 부럽지 않지 않았던가. 아이 또한 피클 만들어줄까? 하니, 뭔지도 모르면서 눈을 반짝인다.

하나하나 읽으면서 군침이 흘렀던 소중한 레시피.


혼자 해먹어도 제대로, 맛있게 먹자는 책 뒷면의 이야기가 너무나 따뜻하게 와닿았던 책. 그리고 나 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 만들어도 모자람없도록 친절한 2~3인분 용량이 덧붙여져 더욱 고마웠던 책, 1인분 요리와의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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