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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꿈맛 -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의 365일 청춘일기
허안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도쿄 여행을 꿈꾸고, 짧더라도 도쿄의 일상을 들여다보고픈 마음에 도쿄 유학생, 혹은 도쿄 거주인들의 에세이까지 간혹 찾아서 읽어보곤 하였다.
이 책은 표지부터가 무척 귀엽고 매력적인 그림으로 가득하다. 그저 편집부에서 그려넣은 그림이 아닐까 했는데, 웬 걸, 지은이가 직접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글까지 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책이란다.
대학 생활의 돌파구로 선택했던 일본 유학. 그 중에서도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일본으로의 유학은 부모님께 ok사인도 쉽게 따내게 되었고, 휴학 후 유학에 필요한 목돈을 직접 버는 등, 무척이나 당차고 생활력 강한 여학생의 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도 제법 유명했던 그녀의 웹툰 실력은 어김없이 책 속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어 만화와 글, 사진이 적당히 조화된 재미난 도쿄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http://hoihuh86.blog.me (인생은 꿈맛이라는 허안나 작가의 블로그)
평소에 웹툰을 좋아하는 편이고, 게다가 그녀의 그림체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여서, 보면 볼수록 그녀의 카툰 일상에 그대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여행이 아닌 유학, 그리고 전문학교 (직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우선 1년 정도 어학원을 다녀야 하기에 그녀의 일본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한국에서 벌어간 돈으로 유학 기본 비용을 마련하고, 생활비 및 학비 등은 직접 벌어 충당) 그녀의 모습은 어린 학생이 감당하기에 무척 고되어 보였으나, 만화가 섞여 재미나게 묘사되었다.
여행이야기도 간간히 섞여 있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어학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기숙사에서 한국인 유학생 룸메이트 들과 교류하는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지라, 총체적인 그녀의 일상을 엿볼 수가 있었고, 그러기에 평범한 도쿄 생활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저 관광지로써의 도쿄가 아닌, 유학생이 바라보는 삶이 가득한 터전으로써의 도쿄 이야기랄까?
처음 대학에 입학하면, 두렵고 설레는 마음 등 만감이 교차하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혼자 학교에 등록하고, 학비까지 벌어 생활해야 했으니 당찬 학생이라도 무척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가득했으리라. 일본 유학을 오거나 생활을 하게 될 다른 한국인들을 위해 그녀는 친절히도 도쿄 생활 팁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체국 통장 만드는 방법부터 학교 소개, 아르바이트 방법과 병원에 가는 방법 등. 놀라운 것은 일본에서 외국인이 보험에 가입하려면 내야 하는 돈이 상당히 세다는 점이었다. 유학생의 경우 반드시 건강 보험에 가입토록 되어 있어서 아까운 돈을 낸다 생각했지만, 나중에 너무 아파 병원의 진찰을 받아야 했을때, 무척 비싼 진료비를 어느 정도 혜택을 받았다 하니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었다.
1년간 살았던 일본 생활에 대해 그녀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어쩌면 이렇게 다 기록하기도 힘들텐데, 두꺼운 책 가득히 그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모두가 다 재미난 일화라 할 수 없음에도 재치껏 재미나게 승화시키고, 책을 넘기는 속도가 엄청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아니 아예 책 속에 푹 파뭍히게 할 정도로 (오늘 내내 나 혼자 티브이도 안 보고 책만 보고 있었다.) 몰입도가 엄청난 책이었다.
예쁜 그림, 그리고 재치있는 귀여운 카툰, 디카로 찍었다기엔 그 솜씨가 부러울 정도로 참 잘 찍은 그녀의 일상 풍경들, 읽고 있으면 몰랐던 일본을 알게 해주는 그녀의 간결하고도 재미난 에세이들까지..
달콤, 시큼, 짭짤, 씁쓸한 네가지 맛으로 표현한 도쿄의 꿈맛~
미운 정이 들어버린 아르바이트 주점의 오카상부터 something이 일어날 뻔 했던 (그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유러피언들과의 우정, 긴 시간, 짧은 시간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하우스메이트들과의 인연까지..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도, 그녀는 지독한 향수병에 걸려 한국을 그리워하다 돌아오게 되었다. 살 안찌는 체질인 그녀가 17kg나 쪄버렸다며, 사진 속 그녀는 살찐 모습임을 강조하는 센스까지, 참 귀여운 대학생, 하지만 책까지 내는 멋진 작가인 최고의 신세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처럼 쭉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짤막한 단편집 마냥 가방에 넣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고 꺼내서 읽으면 그 지루한 시간이 뎅겅 잘려 나가게 해줄 고마운 친구 같은 책, 누군가와의 수다가 그립고, 바쁘고 열심히 살며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줄 행복한 처자가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