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지구를 탐하고 뜨거운 사람들에 중독된 150일간의 중남미 여행
조은희 지음 / 에코포인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가보지 않은 곳이 TV에 나오면 당장이라도 그 곳에 달려갈 것같은 역동적인 표정이 된다는 작가 조은희. 서른 다섯 살인 그녀는 지금도 "넌 커서 뭐가 될래?"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산다고 한다.

 

150일간 중남미를 여행하고 돌아온 조은희 님의 이야기, 여행의 이유.

하늘과 땅이 구분되지 않는 너무나 멋진 곳에 서 있는 표지를 보고 한눈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지라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드니, 이건 좀처럼 책을 덮기가 어려워 유모차를 끌고 가는 길가에서도 짬짬이 읽고, 책을 덮으면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할 정도로 재미나게 쓰여진 읽을 거리가 풍성한 그런 책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중남미를 일생에 한번이라도 가게 될 거란 예상은 하기가 힘들 정도로 그저 보수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나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세계 곳곳을 내집처럼 누비며, 그것도 홀로 배낭 하나 메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낯설기만 할 줄 알았는데 무척 재미나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 중남미여해을 사람들이 결정하기 힘들다면? 하고 그녀는 답을 내어준다.

유럽에 비해 항공권은 비싸지만, 하루에 드는 숙식 비용이 저렴해, 한달의 여정으로 계산해보면, 유럽과 남미 여행이 같은 비용이 나온다는 것.

그 이야기를 동생에게 해주자, 아, 정말 그렇겠네 하면서 무릎을 친다. 시간과 여유가 닿는다면, 중남미 여행이 그렇게 무리될 것도 없겠다는 생각마저 드니, 그녀에게 아주 단단히 세뇌가 되어가는 듯 하다.

 

너무 진지하게 살아온 나였기에 그녀의 뭐 이런건 어때? 식의 화통한 해결방식이 속 시원히 와닿았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항공사에서도 낯설어하고, 미국 직원조차도 "아니, 그 더럽고 위험한 나라는 왜가요?" 어리둥절해하는 그런 나라-콰테말라로 흔쾌히 떠나는 동양의 작은 여성, 중남미에서 영어보다 통용된다는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도 아닌 또다른 외국어를 여행 중에 배운다는 그 새로움이라니) 과테말라부터 첫 여행의 시작을 잡았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그녀. 또 에콰도르에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아파트를 한달 세내어 과감히 눌러앉기도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나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한번도 그래 본적이 없다.

늘 내가 짜놓은 루트대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길을 따라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보고타로 다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다이어리에 이렇게 써놓았다.

'여행이란게 그냥 하고 싶었던 것을 길에서 하면 되는 거였네.....' 89P

 


 

여자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여러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생각이 낙천적이신건지 운이 더 좋았던 건지 이 책에는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기억이 더 가득하다. 아직도 독재정권으로 자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쿠바 같은 딱딱한 나라서부터 치안이 걱정되는 여러 중남미 나라를 둘러보고 왔음에도 그녀는 한없이 유쾌하고, 길 위에서 따뜻한 사람, 정열적인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노라 기술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여행을 다니면, 이런게 위험할거야. 하고 잔뜩 움츠려 있는 내게, 괜찮아~ 내가 조금 조심만 하면~ 하면서 어깨를 툭툭 쳐줄 것 같은 그런 말투.

 



 

두 눈을 꼭 감고 있다가 떠 보니 '짠' 하고 나타난 것만 같은 이곳!

정말 비현실적이다.

 문득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예쁜 곳으로 데려가 주겠다고.

그리고 거의 다 왔으니 우선 눈을 감아 보라고 했던 아주머니가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남미 전체, 이번 여행 자체가 나에게 그 아주머니, 이 오아시스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계속 놀라운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157P

 


 

여자 혼자 여행하다보니 늦은 밤에는 되도록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아무래도 더 조심을 하게 되는데, 여행지에서 만나 사귄 건장한 남자 친구 둘과 함께 동행하며 밤의 축제도 즐기고, 또 그 중 한 친구의 지대한 관심을 받으며, 로맨스로 발전할 단계를 커트하는 아쉬움을 겪기도 한다. 한국에 두고 온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을 해서라며.. 여행을 하는 설렘으로 여행자끼리 쉽게 마음도 트고, 우정도 교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그러질 못하니 (쉽게 우정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쑥맥인지라) 그저 그녀의 이런 행복한 여정길이 부럽기만 할 뿐이었다.

 

컬러학습대백과나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나 본 듯한 마추픽추에서, 그녀는 어느 배낭족을 만나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듣기도 한다.

난 계속 여행해. 1년에 6주만 빼고. 179P

딱 6주만 영국의 시장에서 이하고 나머지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에 있는 물가 싼 나라들을 여행한다는 이야기였다.

저자 뿐 아니라 나까지 놀라서 입이 딱 벌어질 그런 이야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간단 그녀의 생각에 나도 크게 공감되었다.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10일간도 머무르게 해주고 또 다른 도시 여행지였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삭막한 인정에 상처받았을무렵, 우루과이에서 온 여행자였던 친구가 선뜻 자신의 나라로 초대를 해서, 역시 3일을 편안히 친구 집에서 먹고 놀기만 하기도 한다. 그녀의 인복은 스스로도 이번 여행은 복터졌다! 할 정도로 부러움의 연속이었다. 떠나고, 사람을 믿고, 사귀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것들이기에..

 

여행을 떠나도 마음의 경계를 쉽게 풀지못하는 나로써는 평생 꿈꿀 수 없는 희망일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그 동생과 맥주 한병씩을 놓고 이 일에 대해 한참을 수다 떨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애는 여행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떠나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고 중얼댔고, 나는 길에서 마주쳤던 우연들이 떠올라 다시 길 위에 서고 싶었다.

 

그랬다.

 

떠나고 싶은 이유는 역시........'사람'

230p

 


 

행복한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아쉬운 막바지에 이르른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웃고 유쾌한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독자들의 마음 속에 쏙 들어와있는건지..

짧은 휴가 기간 동안 그녀를 만나기 위해 삼만리가 걸리는 여정을 감수하고 온 남친. 30시간이 걸렸다 했던가?

행복한 그녀의 여정 끝에는 남친의 프로포즈까지 로맨틱하게 곁들여 있었다.

 

그렇게 장장 150일간의 중남미일주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뉴욕을 경유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덜컥 그녀는 아파트를 얻어 반년을 그냥 그대로 머물다 돌아오게 된다.

아, 예정에 없던 일정이란 그녀 삶에도 없던 여행 방식이었으나 여행자들을 통해 배운 그 여행을 그대로 누리고 오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내게 그런 시간이란게 올까?

주부라는, 아기 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내게는 아마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그녀를 통해, 행복한 여행을 다녀왔음을..

다행히 그녀가 소매치기 한번 겪지 않고, 좋은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온 것이 그래서 이렇게 즐거운 에세이를 읽게 해준것이 정말 고마운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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