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을 좋아하나요?
안치 민 지음, 정윤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펄벅의 대지, 소설을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그녀의 이름과 작품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거라 생각한다.

미국 여 작가로써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같은 작품으로 퓰리처 상까지 수상하였다. 이 책은 그녀가 살았던 중국의 삶, 그 중에서도 빈농이었던 주인공이 부농이 되기까지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었다.

 

무척 유명한 작품이었음에도 제목과 줄거리만 훑고 지나쳤던 기억이 남고, 읽었던 기억이 나지 않아 사실 부끄러웠다. 그러다 최근 몇달전에 읽게된 펄벅의 다른 작품, 여인의 저택.

여자 나이 마흔을 다룬 여인의 저택이라는 책 역시 중국 여인의 자존감을 그려내는 펄벅의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미국 여인이 어떻게 중국의 삶에 대해 이토록 해박한 지식을 갖고 세세히 그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남았다.

오죽하면 학창 시절의 친구 중 하나는 펄 벅이 왜 중국 사람인데 이름이 외국 이름 같을까? 라는 우문까지 던져 주었다. 중국 여인으로 오해받을 만큼 그녀의 작품은 철저히 중국의 삶, 그 자체였다.

 

나는 펄에게 미국이 그립냐고 물었다. 펄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런 기억도 없는데 어떻게 그리울 수가 있겠어?"

61p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면,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해 알기가어려운 법일까. 아니면 정말 등잔밑이 어두운 법이라 그녀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나또한 그녀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저 선교사의 딸로 중국에서 살았기에 그들의 삶을 잘 알았다라고만 짧게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삶이 궁금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만큼 놀라운 사연을 가진 소녀 윌로우와 만나게 되었다.

 

펄 벅과 평생을 교류한 진정한 벗 윌로우.

엄청나게 가난하여 상상하기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고, 그녀의 아버지, 할머니 모두 펄벅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기독교로 개종하고, 그녀의 삶에 가까워진다.

윌로우 역시 펄벅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자라면서도 그녀의 부모의 도움도 얻고, 펄벅의 도움도 많이 얻어 공부도 할 수 있었고, 펄 벅과 함께 우정을 쌓아가며 진정한 사랑 앞에서 고뇌하기도 한다.

 

이 놀라운 중국 소녀, 윌로우. 그녀는 사실 작가 안치민이 창조해낸 허구의 인물이었다.

펄 벅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비밀스러운 삶을 조심스레 전해주기 위해 작가가 펄 벅의 오랜 중국인 친구들을 수소문해 하나의 소녀로 재창조해낸것. 엄청난 대격변기의 중국의 근대사의 이야기까지 윌로우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고, 펄 역시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고, 삶의 위기에서 구해졌는지를 상세히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펄은 내게 소설을 쓰는게 구원의 손길과 같다고 말했다.

글쓰기는 딸에 대한 고뇌를 떨칠 수 있도록 해주는 유일한 돌파구였다.

딸의 병은 고칠 수 없어도 소설 속 인물들은 마음대로 고칠 수 있었으니까. 166p

 

정말 아무 것도 몰랐던 펄 벅의 삶. 그녀의 결혼 생활부터 로맨스와 재혼등의 여러 이야기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녀가 힘겨워하고 가슴아파했던 하나뿐인 피붙이 캐롤의 이야기까지.. 딱 하나밖에 갖지 못한 자녀가 선천성 대사질환으로 심각한 지체장애를 앓아 자살까지 고민할 정도로 그녀를 힘들게 하였다.

 

사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 역시 독특하였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펄벅을 미국 제국 주의자로 비난하라는 지시를 받은 어린 10대 소녀였던 저자는 조국의 부름과 가르침에 세뇌 받아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책 대지는 읽어보지도 못한채 맹렬히 비난을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 미국에 건너가 서점에서 우연히 선물받은 대지를 읽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 반성의 일환으로 이 책을 결심했던 것이다.

 

진심으로 중국의 소작농을 바라보고, 진정으로 중국을 사랑한, 외모만 미국인이었던 진정한 중국인인 펄벅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그녀는 펄벅의 최고의 친구 윌로우가 되어 소설 속에서 용서를 구했던 것이다.

 



 

루즈와 나는 우리의 식견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비단 우리 가족만 이런 고통을 받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백만의 가족들이 똑같은 불운을 겪고 있었다. 1969년말,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유구한 역사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나는 노동감옥에서 5년을 복역한 후 고향인 전장으로 귀향을 갔다.

앞으로도 쭉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나는 죽기 전까지 육체 노동자로 복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때가 80세가 접어들 무렵이었다. 326p

 


 

실제로 많은 펄 벅의 중국 친구들이 어쩌면 그런 고통을 겪었을 지 모른다. 그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마오쩌뚱 아내의 미움을 산, 펄 벅에 대한 화살이 그들을 향해 빗발쳤을지도 모른다. 소녀가 모르고 지나쳤던 중국의 현실, 그리고 펄 벅의 모습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들이 책 속에 가득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중국에 대한 펄의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중국에 내렸던 뿌리는 죽어야 해!" 라고 울부짖었을 때, 펄이 얼마나 화나고 외로웠을 지 상상해보았다. 396p

 

펄벅을 좋아하나요?

 

이 책을 읽으면 펄 벅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읽는 내내 놀라웠고, 그녀가 얼마나 중국을 사랑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고, 힘들었던 중국의 근대사에 대해 (우리나라 역시 순탄치 못한 삶이었음에도 ) 국민들이 느꼈을 고통을 조금은 짐작케 해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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