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품절


대학생때였나, 직장 다닐때였나.. 한참 디카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일상을 찍는 일이 유행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다같이 가방에서 캐논이나 니콘 디카 하나씩은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던 그때. 그때는 휴대폰 기술이 뒤쳐져 있을 때라 지금처럼 화소가 높지도 않았고 (디카도 사실 화소가 높지 않았을 때였으니..) 사진찍을 수 있는 휴대폰이 나온 것도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사진 찍고, 미니홈피에 글 쓰고 하는 일을 좋아했던것 같은데, 내 첫 디카가 언제 있었는지 어느 거였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거리는 걸 보면 나도 참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는 서글픔이 든다. 아니, 어쩌면 난 나만의 디카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오빠의 무거운 디카를 빌려 쓴건 기억 나는데..나만의 것은 기억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찍고 싶다면 아무때나 마구 셔터를 누르기 보다는 약간 늦었다는 생각이 들때,

즉 환한 웃음이 가신 후의 여운이 남은 얼굴을 찍도록 합시다.

최초의 결정적인 순간이 지나간 후를 노리는 편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64P

신혼 여행 사진을 찍기 위해 예비 신랑과 디카를 사러 갔었다. 둘 다 흥정에도 서툴고, 미리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갔던 터라, 많이 알아보지 못하고 선뜻 물건을 고르고 말았다. 그렇게 다녀온 신혼여행. 아쉽게도 사진이 거의 흔들려..발리에서 천천히 찍은 사진은 몇장 건졌지만, 특히나 홍콩에서 찍은 사진은 하나 정도 밖에 건질 사진이 없었다. 손떨림 보정 기능이 없는 디카였는데, 기능 탓을 하기에는 괜찮은 한 장의 사진이 우리가 찍은게 아니라 가이드가 찍어준 것이어서,어쩌면 우리의 기술 탓이 더 컸는지 모르겠다. 결혼 후 몇대의 디카가 우리 손을 거쳐 갔고, (어째 수시로 고장나거나 해서 바뀌었다.) 지금 쓰고 있는 캐논의 하이엔드 디카를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쓰고 있다.




DSLR이나 필름 카메라가 훨씬 예쁘게 찍힌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디카로도 예쁘게 잘 못 찍는 솜씨기에 (특히나 아쉬운 사진들을 많이 손떨림으로 놓치곤 해서 정말 많이 안타까웠다.) 카메라에 욕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저 내게 부족한 사진 찍는 감각과 솜씨가 늘기만을.. 하나 더 바란다면 수전증이 좀 사라지기만을 바랄뿐..

게을러서 삼각대사용을 자제했는데, 이 책에서는 삼각대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카메라의 고정이 사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시 언급해주면서..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작업은 정지된 상태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촬영된 사진을 얻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지만,

한 가지 덧붙인다면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기다림,

즉 '시간과 함께 빛도 움직인다'라는 진실과 마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92P


놀라웠던 점은 작가의 뛰어난 사진 작품 뿐 아니라 작가의 언변이었다. 전문적인 딱딱한 어조의 지루한 기술일까 걱정했는데, 첫 느낌부터 살짝 따뜻했던 이 책은 사진 찍는 초보부터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진 전문가들까지 두루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을 겸비한데다, 시종일관 따뜻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 경직되는 느낌도 없고, 게다가 재미까지 더해진다. 사진에 문외한인 내가 읽어도 재미난 마치 수필같은 느낌의 이야기. 서툰 사진때문에 받았던 상처들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과외를 해봐서 아는 정보지만, 내가 많이 알고 있는 것과 학생을 잘 가르치는 능력은 또 별개의 것이다. 사진 전문가의 서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머릿속에 많은 정보가 축적되어 있고, 하고 싶은 말, 자랑하고 싶은 작품이 많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냐에 따라 사진 전문가들만 읽을 수 있는 책이냐, 보편적인 대중들에게도 이해되기 좋은 책이냐가 나뉠 수 있듯이. 이 책은 분명 후자에 속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사진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고, 바쁘게 살아온 삶을 한층 쉬어 가며, 사진을 통해 세상을 새로이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게 하는 그런 책.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사진에 '마음의 앵글'을 발견하는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참된' 당신이 그 사진 속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마음이 움직일때마다 주저하지 말고 셔터를 누르세요.

그렇게 무심코 셔터를 눌렀을때 지금껏 못 보고 지나쳤던 많은 것들 속에서 당신을 찾게 될 것입니다.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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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1-01-2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