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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KBS, SBS, YTN을 넘나들고, 각종 유명 여성지에서 칼럼을 진행하고 있는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더 디쉬.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과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지닌 두 디쉬(알고 보면 시누와 올케 사이)가 뭉쳐 더 디쉬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마음껏 요리를 하며 뜻을 펼쳤다 한다. 한식을 돋보이게 하는 정통 조리법과 양념을 고수하면서도 요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감각적인 노하우로 차별화된 레시피는 더 디쉬가 만든 요리들의 가장 큰 매력.
혼수로 장만한 그릇 중에는 뚝배기는 딱 하나였다. 그 작은 뚝배기에 김치찌개며,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내면, 다른 냄비에 끓일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고, 잔열이 남아 식탁 위에서도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한 찌개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뚝배기가 작아 자꾸 넘치길래 약간 큰 뚝배기를 하나 더 샀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안 쓰고 모아둔 새 뚝배기가 있으시다고 몇개의 그릇을 더 챙겨주셨고, 모양이 각각 다른 뚝배기로 그때 그때 바꿔가며 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설렁탕집에서 쓰일 것 같은 뚝배기 그릇도 주셔서, 곰탕을 데워먹을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다.
닦을 때 일반 세제로 닦을 수 없고 (처음엔 몰라서 일반 세제로 닦았는데 숨을 쉬는 그릇이라 세제가 그릇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가열하면 도로 세제가 흘러나와 음식에 섞인다고 하였다. ) 베이킹 소다나 밀가루 등으로 닦는 것이 권장된다는 것이 좀 귀찮은 관리법이긴 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방법이었다. 그것도 귀찮을땐 (베이킹 소다 덕용 포장을 사둬서, 리필을 해야하는데 귀찮을땐 ) 뜨거운 물로 헹궈서 세척하기도 하였다.
뚝배기 요리로 가득 채워진 레시피.
처음에는 한식 뚝배기 요리와 더불어,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뚝배기 파스타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제법 많은 파스타와 면요리들이 뚝배기 레시피에 가득 담겨 있었다. 면요리, 특히 파스타를 좋아하는 나는 찌개 등의 한식보다도 뚝배기 파스타가 가장 기대가 되었다.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펼쳐든 곳도 바로 파스타 파트.
? 우리집에서 쓰던 그 뚝배기가 아닌 후라이팬 혹은 항아리 뚜껑처럼 생긴 그런 뚝배기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볶음 요리, 파스타 요리들은 이런 팬 모양 뚝배기로 조리하는 것이었다. 그릇 욕심이 많긴 했지만, 사실 씽크대 빈자리도 마땅찮고 해서 자제하고 살아왔는데, 아직 마련 못한 그라탕기와 더불어 팬모양 뚝배기는 몹시나 사고 싶은 품목이 되어버렸다. 사실 뚝배기로도 그라탕기 대체가 된다고 하니 팬모양뚝배기 하나 제대로 장만하면 고민이 해결될것같기도 ...
생각해보니, 레스토랑의 뚝배기도 일반 뚝배기가 아닌 항아리 뚜껑처럼 넓적한 뚝배기였다. 그릇 먼저 장만해야겠구나.
뚝배기 사용법, 관리법 그리고 요리에 어울리는 뚝배기 고르기 , 기본 국물 만들기, 천연 조미료 만들기, 이탤리언 뚝배기를 위한 크림소스와 토마토 소스 만들기 , 그리고 생소한 식재료에 대한 구입 방법과 설명까지.. 조리에 들어가기전 알아둬야할 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준다.
뚝배기로 할 수 있는 무한한 요리의 세상. 그 시작은 한식 뚝배기로 시작한다. 정말 손발 오그라들게 추운 이 겨울 뜨끈하게 넘길 수 있는 국물 요리서부터 반찬이 되는 일품요리와 영양 가득한 별미밥을 모두 뚝배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겨울만 되면, 따끈한 국물이 가장 필요하다는 신랑을 위해 (여름엔 뜨거운 국물이 또 싫다고 하고 ) 열심히 읽어봐야할 파트였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메뉴를 뚝배기로 요리했다라는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레시피도 조금씩 독특하고, 따끈하게 먹으면 더 맛있을 그런 음식들이 많아서 뚝배기를 따로 씻을 번거로움따위 잊어버릴 수 있게 맛있는 음식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다.
당장 내일 신랑 찌개로 무얼 해줄까 하고, 이 책을 들고 부엌에 들어서서 살펴보니, 뚝배기 명란젓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깊은 밤 쉽게 만들 수 있고, 재료도 두부를 제외하고 모두 집에 있는 재료였기에 선택한 메뉴였다. 보통은 멸치 육수나 명란젓 자체만으로 맛을 내곤 했는데, 뚝배기 명란젓 찌개는 쇠고기 육수를 쓴다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었다. 다 만들고 나니 책처럼 깔끔하게 나오지는 못했지만 (얼었던 명란젓이 모두 터져서 골고루 국물에 스며들었달까?) 맛은 꽤 괜찮았다. 아침에 신랑이 뜨끈하게 맛있게 먹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기분까지 상큼해진다.
또 추운 겨울날 해물 어묵탕을 보글보글 끓여 술안주로 함께 해도 참 운치있고 좋을 것 같았다. 유명 음식점에서 먹었던 해물떡찜도 매콤하게 뚝배기로 만들어낼 수 있었고, 뚝배기로 담아낸 춘천 닭갈비도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면요리와 퓨전 , 이탈리아 요리가 뚝배기로 이어지는데,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한식도 좋아하지만 보다 더 특별한 별미를 맛보는 것 같아 더 기대가 되는 파트였다.) 음식들이라 눈을 더욱 반짝이며 살펴보았다. 추운 겨울이다보니 국수 전골, 낙지가 퐁당 빠진 김치칼국수등의 칼칼하고 따끈한 국물 요리도 맛있을 것 같고, 볶음 쫄면과 쫄순이 (서울 어느 여고 앞 분식집에서 유명했던 쫄면과 순두부의 만남) 등 차가운 쫄면이 싫어지는 겨울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쫄면 레시피들도 인상적이었다.
메인 요리로 손님상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근사한 뚝배기 요리들, 퓨전 오리엔탈 뚝배기의 요리는 닭고기 베트남 쌀국수, 문어 마늘 볶음 밥, 뚝배기 찹스테이크 등 금방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뽑아온듯한 그런 메뉴들이었다.
팬 모양 뚝배기를 사고야 말겠단 의지를 불태우게 한 볶음 요리와 퓨전 이탤리언 요리들, 쇠고기 안심 스파게티부터 정신줄 놓고 먹는다는 뚝배기 문어 스튜, 그리고 책속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치킨 도리아와 크림소스 라자냐 등의 다양한 메뉴들까지.. 동서양의 요리와 그 중간의 퓨전 요리까지.. 또 평소 먹는 반찬과 별미로 먹을 새로운 메뉴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 훌륭한 요리책이어서 그에 걸맞는 다양한 뚝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게 하는 책이었다. 어쩐지 후라이팬으로 볶아 접시에 담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뚝배기에 담았기에 그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그런 요리들. 맛있고 멋있게 만들어, 입맛대로 즐기면서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한뚝배기 하실래요?"
"국물이 끝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