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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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뉴욕 생활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작가의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많은 팁을 통해 뉴욕 유학과 여행 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체계적으로 쓰여진 책이다. 175가지의 행복이라 해서 뉴욕생활에서 얻어지는 사색과 각종 기쁨에 대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그보다 초보 여행자가 뉴욕에 와서 겪을 고충들을 미리 해소해주어,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주는 글을 써냈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도 좋을 그런 멋진 실용서적이었달까?
 

저자인 장현경님은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파슨스 스쿨에서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6년 뜨거운 여름날 한국을 떠나 13시간 만에 미국 뉴욕에 도착을 하였다. 그리고, 현재 뉴욕생활 5년차인 그녀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편안한 고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꿈 하나를 쫓아 망망대해를 건너 아무도 없는 나라에 간다는 것은 정말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건만.. 장현경님과 같은 인재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학동기 친구가 몇년 안에 뉴욕에 갈 예정인데, 여행이 아닌 연수로 가는 것이라 저자의 유학생활과 숙소 잡기, 교통 문제 등을 읽어가며 친구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었다. 그 친구도 가족들과 함께 뉴욕에 가면 이런 생활을 하겠구나. 아니, 어쩜 맨해튼에 이렇게 쥐가 많단 말이야? 난 당연히 대부분의 여성들이 좋아할거라 믿은 맨해튼을 친구가 너무나 싫어해서 (책에 나온 대로 지저분하고, 아기를 키울 환경이 아니라는게 이유였다.) 공감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니 친구의 생각에 정말 크게 공감이 갔다. 사람수의 8배나 되는 쥐와 동거를 하게 된다면? 정말 헌집에서는 살 엄두가 안 날것이다. 게다가 월세또한 3000달러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물가. 친구는 도심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한적하고 아이 양육하기 좋은 그런 깨끗한 동네에 살기를 원했다.

 

초보자가 실수할 수 있는 많은 정보들을 교통편부터 시작해서 꼼꼼이 다뤄주고 있는 저자의 세심함. 그녀가 전철을 잘못 타는 바람에 비오는 날 택시를 기다리며 엉엉 대성통곡했다는 장면에서,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만큼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작된게 아닌가 느껴졌다. 교통편도 어려워보이고, 살인적인 물가도 염려스러운 뉴욕.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그리움은 단점들을 감춰주고 상쇄시키며,  뉴욕이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꿈에 그리는 곳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그녀 또한 그곳에 정착한 것을 보면 더욱 그 믿음은 강해진다. 꼭 한번 여행이라도 가보고 싶은 뉴욕.

 

관광객의 입장에서 살짝 훑어본 이야기가 아니라, 방학마다 이민보따리같은 짐에 언니 먹을 반찬을 싸갖고 오던 동생이 체계적인 관광가이드를 해주길 바라자, 마음 착한 언니가 동생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이 책의 시초가 되었다 한다. 동생을 생각하는 언니의 마음이 책을 통해 느낌을 전해받았다면 과언이라고 하려나?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리라 그녀가 얼마나 꼼꼼하게 뉴욕의 생활상과 이모저모를 담아내었는지.. 참 정성 가득한 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12월의 부제를 붙여서 각 챕터마다 주제를 정해 그녀만의 진행을 펼쳐나가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는데 3월의 에피소드인 컵케이크 투어에 관한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역시 난 맛있는 음식, 예쁜 볼거리 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다. 다른 뉴욕 맛집 책에서 봤던 매그놀리아 카페 뿐 아니라 그녀가 "마지막 천국의 맛"이라 표현했던 "투 리틀 레드 헨스" 컵케이크 가게. 오.. 디자이너 답게 사진을 미학적으로 담아내는 재주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먹거리 하나하나도 예쁘게 바라볼줄 아는 그녀의 시선이 느껴지는 설명들이었다.

 

전 세계 음식이 어우러져 최고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뉴욕의 맛집들 소개서부터 뉴욕의 로맨틱 장소 추천, 뉴욕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바다, 뉴욕 안의 벚꽃 놀이, 그리고 5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센트럴카프의 무료 공연의 기다림, 한국인의 김치나 마찬가지인 뉴요커들의 커피까지..

 

아..그래, 뉴욕은 커피향 가득한 생기넘치는 도시였지. 뉴욕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사랑하는 그 마음 만큼이나 간절함이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카지노를 경험하고 박물관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 식재료를 대체할 저렴한 미국 식자재를 알아가게 된 뉴요커가 되어가는 그녀의 소개로 한 권 가득 뉴욕의 생생함이 전해져 와,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한잔이 뉴욕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맞다. 그녀는 뉴욕의 커피는 커피 원두와 함께 쉼표를 갈아넣는다고 하였는데.. 나의 커피에는 무엇을 갈아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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