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그 궁금했던 베일을 벗기게 되었다.

김종욱 찾기.

이 뮤지컬 광고를 워낙 티브이에서 많이 보고, 플랭카드도 많이 봤던 터라.. 유난히 눈에 익어서 어떤 내용인지 정말로 궁금했다. 게다가 선영아 사랑해를 떠올리게 하는, 김종욱이라는 특정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독특한 마케팅(?) . 호기심을 확 불러일으키는 그런 작품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재미까지 있어서 30만 관객을 돌파한 창작 뮤지컬 계의 신화같은 작품이라 하였다.

그러다가 12월에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과 함께, 요즘 내 유일한 문화생활인 책으로도 발간되었단 소식을 접했다.

 

앗싸! 바로 이거야!

 

아기 엄마라 극장에 갈 시간이 없다고 하면 이해하는 사람은 아마 아기를 키워본 사람일 것이다. 어쨌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게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던 책으로 그동안 너무나 궁금했던 김종욱찾기를 만나게 되었단 사실이 무척이나 기뻤다. 게다가.. 뮤지컬 원작의 이 작품을 다시 소설로 낸 사람이 바로 전아리.

얼마전 읽었던 "팬이야"가 참 인상적으로 재미났던 까닭에 전아리님의 이름을 접하자마자 더욱 사기충천하여 하루만에 줄줄 읽어내리게 되었다.

 

역시나 통통튀는 신세대 답게 표현 한번 재미나고,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지는 듯한 그 묘사들이 나로 하여금 공유와 임수정의 영화를 실제로 보는 듯한 착각 속에빠져들게 하였다.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 흥신소인가?  의외로 전혀 안어울리게 사채업 광고 문구였다. 특이한 문구를 만들어낸 성재. 첫 일을 의뢰했던 사채업 아줌마는 엄마들 돈까지 떼먹고 달아나고, 성재 혼자 빈 사채업자 사무실에 남아 자기 사무실인양 얼렁 뚱땅 생활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구인을 해주는 업체인줄 알고 찾아온 효정을 재미삼아 놀리려했던 성재는 둘이서 효정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새로운 도전에 임하게 된다.

 

효정과 성재의 첫사랑 추억담을 들으며 나도 나의 첫사랑을 잠깐 떠올려보았다. 헤어진 이후에 어디서고 만나본 적 없었던.. 사실 만나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사랑. 지나고 보면 다 별일 아닌 것을 그때는 그냥 그 시절이 그랬으니까..하는 덤덤한 생각뿐. 오히려 지금은..아 우리 신랑을 왜 일찍 못 만났을까 하는 한탄만이 남아있다. 대학생때 만났으면 우리 아들이 지금쯤 유치원에라도 다닐게 아닌가 싶은 그런 상상을 잠깐 해보며..

 

영화 캐스팅을 알고 나서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성재의 모습이 자꾸 공유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정말 성재와 효정의 배역이 딱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유의 경우에는 영화 에스 다이어리에 나왔던 그 캐릭터가 자꾸만 생각났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어딘가 바람둥이 같으면서도 장난끼 가득해 가벼워보였던 그때 그모습이 이번 김종욱 찾기 속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졌다.

 

효정의 첫사랑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사실 효정 자체가 사차원이었다. 예쁘장하고 아담한 그녀는 제법 인기가 많을 외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차원같은 발언들로 매력이 똑 ~ 떨어져버려서 결국 남자들에게 인기 없는 여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간 벽처럼 느껴지는. 성재도 그것을 느낀다.

 

부메랑을 던지면 허공의 허리를 돌아 시원하게 되돌아와야 하는데 시멘트 벽에 부딪쳐 맥없이 추락해버린 격이다. 74p

 

그런 그녀가 만난 첫사랑은 그래도 참 동화같았다.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하다 만난 사이였는데, 이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몰라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마주치게 되었고 그녀에게 수호천사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

 



 

그가 발코니 난간에 기대어 나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툭, 하고 가슴 속 어딘가에 달려 있던 단추 한개가 떨어지는 기분.

고작 단추 하나가 떨어졌을 뿐인데 온 세상이 변해버린 듯한 기분.

이젠 어떻게 해도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53p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사막에서 그들은 사랑을 나누며 한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한다.

 

처음엔 그래서 두 남녀가 인도로 찾으러 간다는 줄 알았다. 밑도 끝도 없이 어떻게 찾나 했더니 욕을 바가지로 얻으면서도 왕고집불통인 성재의 노력으로 여자처자 김종욱이라는 남자들의 연락처를 얻어 하나둘 만나러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젊은 남녀가 그렇게 첫사랑을 찾아다니다 보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김종욱이라는 남자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 성재와 효정을 혼란스럽게 하 수 있을 것인가?

 

그녀는 특별한 장소에서 만난 사람은 그 공간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꿈 같던 사람을 욕심내서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가는 금새 빛이 바래고 만다는 것이었다. 산길에서 꺾어 온 꽃 송이가 집에 돌아오면 축 늘어진채 시들어버리는 것처럼.

혜진은 한손으로 단단한 통을 잡는 시늉을 하고, 다른 한손으로는 통의 뚜껑을 닫는 흉내는 내보였다.

"따라해봐, 밀폐, 가공, 끝"

81p

 

효정과 성재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이 되면서 그네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알게 해준 고마운 소설.

효정의 친구 혜진, 그리고 남동생과 그 여자친구, 효정의 부모님. 그리고 성재와 성재의 엄마, 당보와 미스 고. 주변 인물들의 잔재미까지 김종욱 찾기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키는 그런 소설.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한국판, 현대판 같은 느낌도 들었고 (물론 아버지께서 보고 오셔서 상세히 설명해주신 탓에.. 내용을 잘 알고 있음) 추억 속에 묻혀져버린 아름다운 기억을 끄집어 내어 찾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소설이 되기도 하였다.

 

책을 읽고 나니 영화 속 그네들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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