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스데이 - 부모와 아이의 인연을 60억 분의 1의 기적
아오키 가즈오.요시토미 다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아휴.정말이지 아스카는 낳지 말았어야 했어.

엄마는 가벼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아스카의 존재를 부정하는 그런 말을..

 아스카는 숨을 꼭 참았다.가슴이 활활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팠다. 끊어져라 목을 움켜잡았다.

"어쩜 저럴 수가.. 엄마, 너무해."

 

아스카의 외침은 마침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에 묻혔다. 들리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에 아스카는 불안해졌다.

'어, 목소리가..소리가..안..나와...'

아스카는 창문을 열고외쳤다.

"도와줘요. 나 좀 도와줘요."

있는 힘껏 소릴 질렀다.그래도 들리는 건 빗소리뿐이었다.

아스카의 외침은 풍선에서 바람빠지는 소리마냥 힘없이 6월 장맛비에 녹아들었다.

 아스카는 어둠 속에서 덜덜 떨며 서 있었다.

12p



 

책을 읽으며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는 어느 님의 리뷰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널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친엄마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그 단어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싶은 아이의 고통이 먼저 전해져왔다. 그런 엄마를 겪어본 적이 없기에 소설에나 존재하는 허구의 일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이지만 책속에서는 분명 그런 엄마가 한 둘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착한 엄마인척, 좋은 엄마인척 가장하는 스스로의 나약한 내면을 감싸안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해 자신을 포장하는 그런 사람들.

 

책을 읽으며..얼마 안되는 페이지를 넘기고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앉아 호비를 보고 있던 두돌바기아기가 (한국나이로는 세살이지만, 지금 만 두돌을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내 손을 따뜻하게 꼭 잡아주는게 아닌가.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을텐데.. 신기하게도 작고 따스한 아기의 손길을 느낀 그 순간 아프면서도 그 아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예쁜 아가를 두고 어떻게 엄마가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스카의 엄마 시즈요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기를 두고 큰 아이와 차별하고, 낳지 말아야했다는 둥, 다리미로 손을 데게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고, 목소리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리라는 끔찍한 말따위 내뱉는다는건 엄마가 할 도리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가끔 뉴스에 보면..정말 뉴스에 나올만한 이상한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아파트에서 던져버리는 끔찍한 이야기,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학대가 자신이 받은 학대에서 이어져나온것이라 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시즈요가 아스카를 버리거나 학대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아스카에게 하는 것은 정신적 학대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본다. 아스카가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너무나 아파하여도 엄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다행인것은 그녀를 이해해준 담임 선생님과 그리고 뒤늦게나마 깨달은 오빠의 보호, 그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으로 아스카는 사랑을 충분히 받은 여느 아이들의 강인함을 되찾는다.

 

부모의 학대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왕따, 과도한 기대로 멍들어가는 아이들의 자화상 등 우리 시대가 껴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소설.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아스카의 줄거리 속에 주변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어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이 되었다. 사랑으로 성장하고, 버팀목을 얻어내어 이제는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당당한 소녀가 된 아스카. 그녀의 멋진 모습은 자신을 학대하던 어머니에게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정상인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어머니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어머니의 상사의 등장까지..

 

세상의 복잡 다단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갈 수도 있구나. 지금의 이야기가 또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과거의 모습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구나 하는 그런 구성이 너무나 멋지게 표현되었다 느꼈다. 무엇보다도 아스카의 성장이 가장 아름다웠다. 그리고 용서할 수 없는 시즈요의 모습을 아스카가 아름답게 껴안는 그것조차도 너무나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같이 교감하고 반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직 아기가 어려서 그런 모습이 내게는 없었는지 몰라도 경쟁 사회 속에 아이를 그렇게 내몰지 않을 거란 자신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루토처럼 너무나 몰리는 극한 상황속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이가 있다면 엄마로써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 것인가. 행복을 찾기 위해 성적을 우선시하고, 무조건 등수로만 해결되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너 혼자 꿋꿋이 서도 괜찮다라고 토닥여줄 수 있을까.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아스카. 그런 아스카를 뒤늦게 이해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사랑이 앞으로도 활짝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진정한 아스카의 생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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