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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태어날 거야 ㅣ 웅진 세계그림책 135
존 버닝햄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8월
몇달 전 읽은 인터넷에 그런 글이 있었다. 10살난 아들이 있는데, 둘째를 낳았다는 것. 10살 난 아들은 동생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태어난 이후에도 그다지 사랑을 주지 않다가 어느 시일이 지나서야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10년간 외동으로 자랐어도 동생의 존재를 인정하기가 힘든법인데, 본인도 아기일때 동생이 생긴다면 정말 얼마나 힘든 충격일까?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난다는 충격은, 어느 날 사랑하는 남편이 집에 들어와
"여보, 내가 새 아내를 데리고 왔어. 새로 왔으니 많은 관심이 필요할 거야. 모든건 사이좋게 나눠쓰도록 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동심리학자 도리스 브렛 <그래, 네맘 알아. 엄마 얘기 들어볼래?> 중에서.
나 또한 동생이 있지만, 세살 터울의 동생이 생겼을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지금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지금 한창 아기인 내 아들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충격이 이토록 큰 것이라 하니 외롭게 자라지 않기 위해 널 위해 형제는 꼭 필요한 거야. 하고 말하는 것은 절대 쉬운 설득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개는 아이를 설득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의견으로 동생을 가진 후에 거의 통보처럼 동생이 태어날 거야.라고 말을 해주지만, 아이는 어떤 심정으로 그 일을 이해하려 하겠는가.
만 두돌을 넘기면 동생을 가져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가도 막상 쉽게 실행하기가 힘든 것이 아직도 우리 아들은 유난히 아기 같이 느껴지고, 동생이 태어난다면 어쩔 수없이 어린 아이에게 더 관심을 주게 될것이 마음이 아파 쉽게 마음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외동보다는 형제, 남매가 낫다는 어른들 말씀과 막상 우리가 자라서도 형제, 자매가 있음에 행복함을 느끼기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동생을 낳아야지 했다가도 이 귀여운 아기가 천덕꾸러기가 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자꾸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그림책. 동생이 태어날 거야.
그림부터가 너무나 따스하고 다정다감하다.
동생을 맞이하는 불안한 심리의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그림책.
엄마, 아빠가 차마 말로 하기 힘들고 어색한 서툰 설명을 그림책을 읽어주며 대신 그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인 부부의 첫 공동작품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15년의 구상기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간결한 글과 그림이라고 해도, 어른들 책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상상과 노력이 필요한가 보다.
그래서일까? 섬세하면서 자세한 그림 묘사와 글의 내용이 해학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동생이 아기 모습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하는 상상도 귀엽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우리끼리 살면 안되느냐고 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내 아들의 마음을 읽는 듯 하여 공감이 갔다. 그렇게 열달이 지나는 동안 아이는 서서히 동생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엄마와 아들의 따뜻한 대화 속에 아이의 마음 속 응어리가 조금씩 풀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동생은 요리사나 화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을 하자, 아이는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동생이 정원사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에 쑥쑥 자라 자신과 놀았으면 좋겠다며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한다.
다시 우울한 마음이 들었던 아이는 동생이 동물원 조련사가 되면 위험에 처할까 걱정을 하고, 선원이 되는것도 인정은 하지만 선장은 자기가 하겠다한다.
동생이 은행원이 되는 상상, 공원에서 일할 사람이 되는 상상, 작가의 재미난 상상 속에서는 아기의 고되지만, 재미난 노동의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었다.
말보다 눈으로 먼저 보기를 권유하는 만화같으면서도 따스한 그런 그림들 말이다.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고 바랬었다.
둘째를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가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같이 읽기를 바라는 바이다.
둘째를 가진 친구에게 태교 서적보다 먼저 선물하고픈 책이 바로 이 그림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