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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과, 누가 먹었지? - 생각키우기 ㅣ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6
이재민 글, 김현 그림 / 노란돼지 / 2010년 10월
책을 가장 좋아해서, 집에서도 매일 즐겨보고, 외출할때도 다른 장난감 하나 없이 책 몇권만 챙기면 외출 준비 끝이었던 우리 아들. 언젠가부터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보다 스티커 북, 포크레인 팝업북 등에 열광하기 시작하더니, 그림책은 영 안 보려 하더라구요. 덕분에 외출할때도 스티커북과 자동차 장난감 등으로 휴대용품이 대체되었구요. 아직 어린 아가다보니 언제나 열린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쩐지 걱정도 되기 시작한게 사실이랍니다. 엄마가 끊임없는 관심으로 아기에게 그림책을 주었어야 했는데, 너무 아기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준게 문제였단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찰나에 그림도 눈에 쏙쏙 잘들어오는 그림체에, 내용까지 신선한 새 그림책(내사과 누가 먹었지?)을 들여서 보여주니 아기가 다시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24개월의 우리 아기에게는 아직은 글밥이 좀 많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림과 내용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나게 느껴지나 봅니다. 게다가 아기가 좋아하는 동물들이 잔뜩 나오니 더 반갑고 친근했나 봅니다.
엄마의 시골 외가에 다녀오는 길에 (아가에게는 왕할머니댁) 차 안에서 아기에게 책을 보여주니 진지 모드로 집중을 하며 보네요. 보통 새책을 처음 보여줄때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여행 중인 차안, 혹은 외출 중일때 보여주곤 하는데 그러면, 집에서 익숙한 책 쌓아놓고 같이 보여줄때보다 새 책에 더 집중을 잘 하더라구요. 집에서는 예전에 책을 좋아할 적에도 보던 책만 계속 보려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써먹는 방법이 여행 갈때 새 책을 가져가서 아이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그림책에는 금방 흥미를 잃었는데, 이 책은 엄마가 먼저 읽어봐도 재미있었던 것을 아이도 느꼈는지 잘 보더군요.
그리고 그 긍정적인 여파가 집에 온 후로도 이어져서, 이 책과 다른 그림책들을 조금씩 다시 보기 시작했어요.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너무나 배가 고픈 생쥐 한마리가 높은 나무위 사과를 바라보며 침만 삼키죠.
그때 놀랍게도 사과가 툭~ 하고 땅에 떨어지더니 떼구르르 굴러서 깊은 구멍 속에 쏘옥 빠져버렸어요.
저 사과만 있으면 배도 채우고,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해먹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비스듬히 굴을 파서 깊은 구멍까지 내려가기로 결심합니다.
아, 다 파고 구멍에 닿았는데 웬걸. 사과가 사라지고 없는 거예요.
생쥐는 의심이 가는 동물들을 찾아가 물어봅니다.
누가 좁고 깊은 구멍에 빠진 사과를 먹은 걸까요?
맨처음 목이 가장 긴 기린을 찾아가 물어봅니다. 또 악어, 뱀, 원숭이, 두루미에게도 물어보지요.
"내 사과, 네가 먹었지?"
각 동물들은 모두 신체 구조상 의심이 가는 동물들이었어요.
하지만, 그 신체구조상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요. 바로 그림을 적절히 이용하여 글과 함께 눈에 띄게 설명해줍니다.
아, 정말 그렇겠네. 하면서 엄마인 제가 먼저 보고 웃었던 대목입니다. 악어는 이래서 안되고, 기린은 이래서 안되는 구나 하면서 말이지요.
범인은 누구일까요?
마치 무성영화처럼 범인은 마지막에 아무 말 없이 네컷의 그림으로 보여집니다.
독창적인 이런 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네요. 범인은 정해졌으되, 설명은 그림을 보고, 짜임새있게 꾸려보라는 것~
마침 그 동물을 제일 좋아하는 우리 아기. 그 대목만 보고 또 보고 하더라구요. 그 네컷의 그림을 가장 좋아했어요.
생각을 쑥쑥 키워주는 재미난 동화 덕분에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찾는 그림책도 이 책이 되었구요. 글밥을 다 읽어주기엔 아직은 이른 시기이지만, 그림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기에 아기와 즐겁게 독서하는게 일찍도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글밥에 서서히 익숙해지면 이 책 내용을 다 읽어주고 설명해줄때까지 책장을 넘기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가능해지겠지요.
재미난 범인 추리과정, 우리 함께 생쥐와 같이 떠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