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 - 그림으로 읽는 내 아이 심리
실비 쉐르메-캐로이 지음, 김성봉 옮김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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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 두돌이 된 우리 아기도 뭔가를 열심히 그리려고 노력하고 집중을 한다. 보통은 동그라미, 선 등으로 표현되는 것들이고, 대개는 부모인 내가 나서서 가르치기도 한다. (어쩐지 어린 아기에게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 선 등을 그리는 것을 가르쳐야할 것 같고, 더 자라서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야한다는 생각이 뿌리박혀있었다.) 어쨌거나 지금 그리는 것은 어떤 특정형태를 띈 것으로 보기는 힘이 들어서 아직 너무 어린 아기의 그림을 분석하기는 힘들었고, (책에 나온 그림도 두돌, 세돌이 지나서야 비로소 어느 정도 형태를 띄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미래의 아기가 그릴 그림, 혹은 과거의 내가 어릴적에 그렸던 그림을 연상하면서 비교해보게 되었다.

 

어릴적에 나는 주로 뛰어노는 말을 그리곤 했다. 말 중에서도 뿔이달리고, 날개가 달린 유니콘에 아주 매료가 되어 초등학교 다니던 때에 흔하게 그리던 것이 그 유니콘이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나온 그림 분석 중에 말을 좋아하는 , 특히 달리는 말을 그리는 아이들은 자유가 억압되어 갈망하는 아이들이라 하여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저 좋아서 그린 건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단걸까?

 

아이들이 그린 동물들에 대한 해석도 나와 있었지만, 말에 대한 부분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분석할때 중요한 점은 색깔, 동물, 그리고 다양한 의미의 상징들을 모두 한 쪽면만 보고 편협하게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 한번만 그린 그림으로 아이의 성향을 규정짓지말고, 아이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그 양상이 나타난다거나, 동물을 그려도 그 주위의 선이나 배경 등을 모두 고려하여 해석을 해야 좀더 올바른 해석에 근접할 수 잇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사람을 그렸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아이 자신임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림은 우리에게 아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아이가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아이가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직접 엄마에게 주었다면, 이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메시지를 엄마가 직접 읽어주기 바라는 애정 표시라고 볼 수 있다.

 7p 프롤로그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아이가 미처 본인도 모르고 있는 심리적 불안이 있다거나, 엄마에게 말하고 싶어도 미처 말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그림으로 대신 설명해낼 수 있다면, 엄마가 그것을 읽고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말이다. 글이나 말보다도 더 빨리 습득하는 그림, 그것으로 아이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수많은 내면 심리를 묘사하고 표현해낸다고 하니..

 

인물화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사람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그리는가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 부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크기가 너무 왜소하고, 또 구석진 곳에 따로 떨어져 있다면 자신감의 결여를 보여주는 것으로, 부모는 아이가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86p

 

종이가 아까울 정도로 항상 정 중앙에 꽉찬 인물을 그렸던 어릴적의 나는, 다른 아이들이 그린 다양한 그림들을 보고 놀랐다. 티브이에서도 그런 그림을 모아모아 보여주고, 책에도 많은 아이들의 그림이 비교가 되고 설명이 되어 있다. 종이의 한쪽면에 몰려있는 인물 그림에서부터 꽉 차 있으나 망토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인물이라던지, 아이들의 그림은 한결같지가 않고 모두가 제각각이다. 그런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 이면에는 아이의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 하니 그림으로 분석한다는 것이 절대 간과할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아이의 그림 속에 어른의 생각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그림 속 인물은 바로 일상에서 괴로워하고 망설이며 끊임없이 자아와 안정을 찾으려 하는 아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림 분석은 아이들에 대한 보다 많은 이해와 사랑을 필요로 하며 부모로서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새삼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100p

 

어른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그림을 얻어내기 위해 아이를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아이의 심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스테레오타입, 즉 개성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기존의 인물이나 만화의 주인공들을 정확히 모사한 그림은 현실로부터의 도피나 포기 혹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나타낸다. 109p

 

어떤인물을 그려보라는 지시에 갑자기 너무나 똑같은 만화주인공인 미키 마우스를 그린 아이, 너무나 잘 그렸지만, 정작 어른의 말은 듣지 않은 결과물.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뜻이라 하였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부모의 갈등으로 빚어진 가정사의 문제에서부터 동생이 태어나 충격을 받은 아이의 불안정한 심리상태까지 다양한 경고들이 아이의 그림에 나타나 있었다.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보통의 아이들의 그림에서도 자신감 결여나, 지나친 자신감, 혹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 성에 대한 궁금증 등 다양한 메시지들이 표현되고 있었다. 어떤때에는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분석을 위한 분석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저 아이의 상상력, 혹은 독특한 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림들이 중요한 의미를 다루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 꼭 기억해야할 부분이었다.

 

나무 그림 검사는 주로 지적, 정서적 평가를 다루는 심리학 분야나 정신의학 그리고 진로 선택을 위한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이 분석법은 현재를 평가하는 동시에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36p

 

아이의 그림은 무의식을 표현한 일종의 내면적 언어로, 잠재된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드러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분석은 한 개인의 내면세계나 경험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이다. 251p

 

어른처럼 분명하게 말을 표현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그림을 통해 읽을 수 있고,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내 아이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도와 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어른들 또한 그저 빠르게 낙서처럼 혹은 진지하게 오래 그린 그림이라도 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니 이 책에서 나온 해석들을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 적용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림으로 심리를 추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적일 수는 없는 것이기에 또 그림은 어느 일부분만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기에 아이의 심리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으로 아이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에 만족을 해야지, 그림만을 맹신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다. 편협한 시선을 갖지 말라는 것, 좋은 정보를 주면서도 단호하게 중심을 잡기를 권하는 내용이 끝까지 조언으로 이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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