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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용심 지음 / 보리 / 2010년 6월
평점 :

판관 포청천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았다. 얼굴이 유난히 검고, 이마에 초승달 무늬가 있는 포청천의 명판결들도 인상적이었고, 개작두, 용작두 등의 tv에 나오는 용어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tv시리즈를 보며 포청천만큼이나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 바로 전조 하가경이었다.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뛰어난 무예와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전조는 아마도 많은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포청천 이야기를 지금도 친구들과 나누다보면 전조 이야기를 한마디씩 빼놓지 않고 하는걸 보면 말이다.
바로 이 책 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는 포청천이 아닌 전조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때는 그저 엑스트라나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여겼던 그가 주인공이 된소설. 게다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멋진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그때의 추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 친구 하나는 전조 역을 맡았던 하가경의 열혈팬이 되어 한때 집안에 하가경 포스터로 도배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책이 나온걸 알았다면 아마도 누구보다도 먼저 읽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이 소설을 동생 친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보다도 먼저 이 책을 읽으셨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었는데, 책은 참 재미있더구나. 대부분의 책이 초반에는 지루하고,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곤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재미있었어. 처음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고,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참 괜찮더구나."
라고 하셨다.
많은 책을 읽으시면서도 특별히 어떤 책이 재미있다는 말씀을 잘 안하시는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시라 읽기전부터 더욱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래? 어떤 내용일까? 포청천이 아닌 전조의 이야기는.. 하면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5년전 천자의 나라로 나온 소설이 다시 제목을 바꿔 신간으로 나온 책이라 하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속지 제목과 작가 이름이 겉표지와 달라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띠지의 설명을 보고 이해하기로 했다.
북송 제 4대 황제인 인종은 양양 왕이 일으킨 반란과 자신을 꾸짖는 말에 충격을 받고, 진정한 왕의 의미를 찾아 암행을 결심한다. 얼굴에 인피면구를 쓰고 전조와 함께 북리 군왕부에 동행하는 이정선생이라는 서생으로 따라나선것이다. 물론 수상쩍기는 해도 얼굴을 전혀 못 알아보게 된 황제를 전조가 알아볼리 만무했고, 뛰어난 인물보다 더 아름다운 강직한 마음과 굳은 절개를 지니고 있던 전조와 함께 하는 일정 속에 황제는 서서히 그에게 감화되어 갔다.
포청천의 문제해결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전조의 기지 또한 포청천에 버금갈 뛰어난 능력이 아니었나 싶었다. 하나하나 풀리는 것을 보면서 반전 아닌 반전의 재미를 느꼈고, 역시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의붓아들 못지 않은 전조다 하는 생각을 했다. 뛰어난 무예와 강직한 성품을 지닌 전조에게 감화되는 사람이 비단 인종뿐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그와 의형제를 맺고 지키려하는 이들이 있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여인이란, 그토록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건만 얼마나 용감하고 강한 존재인가.
사내란. 아령의 말처럼 세상을 뒤집는다 큰소리쳐도 정작 제 입성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
북리운천이 서부를 지배하는 열혈지왕이라 자처하면서도 자신의 딸조차 거두지 못한 것처럼.
그러나 여인이란, 세상을 뒤집을 생각 따위 갖지 않아도 누구보다 용감하게 운명과 싸운다.
하권 88p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수 있겠지만 북리운천의 무서운 음모와 망나니같았던 북리현의 대립 또한 하권에서 그 베일이 벗겨지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랬던 거였구나 하면서 전조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진실이 전해져 온것이다.
그 검조차 없는 세상, 그 검을 녹여 낫과 호미를 만드는 세상.
황제마저 잊혀져 백성들이 저마다 평화로이 살고,
그래서 누구나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으로 저 하늘이 내려주는 햇빛과 바람, 빗물과 솜눈을 함께 받으며 평화로이 사는 세상,
진정한 천자의 나라.......
그 꿈을 자네가 보여 주었네.
내가 이제 그것을 지키려 하네.
그것만으로 용서해주면 안되겠나?
하권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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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을 나온 황제가 황제의 명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기괴한 상황은 정말 그의 암행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 오싹하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길가에서 정말 비명횡사했을 수 있는 무서운 상황들, 전조라는 뛰어난 인물이 없었더라면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연약한 하나의 인간.
하늘같았던 천자 황제는 그렇게 전조와 가까운 이가 되었고, 전조를 통해 성숙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말로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친구를 구하고, 의형제를 구하고, 황제를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 전조가 있음을.. 중세를 근세로 바꿀, 진정한 천자의 나라로 만드는데 전조라는 한 인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