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오스트레일리아의 <앵무새 죽이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는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읽었다.

왕따 청소년들의 사춘기 성장 소설이라는 짧은 글을 접하고서는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 이야기에 읽는 나까지 마음이 괴로워지는 건 아닐까? (나는 종종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같이 괴로움과 슬픔을 공유하기도 하기에..) 하며 두려운 감정에서 읽기 시작하였다.

 

분명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들의 이야기인데,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기 보다 그들의 성장에 더욱 눈길이 간다.

 

사건은 1960년대 경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탄광 마을 코리건에서 시작되었다.

마을 최대의 문제아 소년 재스퍼 존스가 나 (찰리)를 찾아왔다. 내 이름도 모를 줄 알았던 그 아이가 내게 도움을 청해, 두렵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선망인 대상인 그와 함께 하고자 길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보았다.

한 소녀의 죽은 시체를..

 

이건 폭설이다. 평온하고 확실하고 견고하기만 했던 나의 세계가 흐트러졌다. 소용돌이치며 날리는 색종이 조각들처럼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교과서는 갈기갈기 찢겨진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매서운 혼란이 모든 것을 뒤흔들었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다. 재스퍼 존스처럼 선택권을 갈취당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43p

 

찰리는 똑똑하다는 이유로 죽어야 한다? 똑똑하다는 이유로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하게 왕따를 당하는건 찰리의 제일 친한 단짝 제프리이다. 찰리보다 똑똑해서 월반까지 한 아이이지만, 키가 유난히 작고, 베트남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서까지 배척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 하지만, 정말 편한 친구이자 마음이 최고로 잘 맞는 아이이다.

 

그리고 재스퍼 존스. 튀기라는 말도 있고, 엄마는 죽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심한. 온갖 나쁜 짓은 다 일삼고 다닌다고 해서, 부모들은 항상 재스퍼 존스와 놀지 말라는 말을 한다.

 

사람들이 날 항상 두려워했다는 말을 하는거야.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 ..그러고는 바로 그게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그래서 난 더이상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42p

 

문제아소년과 모범생과의 조합. 어쩐지 어울리지 않지만, 왕따라는 이유로 그들은 같은 환경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미처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중간에 나오고 만 영화 <도그 빌>이 생각이 났다.

사람들이 다 미쳐 돌아가는 거 같다고 느꼈던 영화. 사실 이 소설 속에서도 진실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아무것도 모른체, 마치 다 아는 양 진실을 왜곡시켜 나간 사람들에 대한 부아가 치밀었다.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으로.. 허구의 이야기라고 해도 세상 어느 곳에서는 반드시 재스퍼 존스가 있고, 로라가 있고, 제프리가 있을 것이기에..

 

배트맨은 달라. 배트맨은 보통 사람이거든. 위험에 처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그런 보통 사람말이야. 그렇기에 우리와 똑같이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배트맨의 용기가 최고라는 거야. 그런 장애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니까....잃을 것이 많을 수록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한법이거든. 94p

 

제프리와 찰리와의 말장난 같은 여러 이야기들, 그리고 그 또래 소년들간에 있는 이야기 치곤 좀 음담패설 같은 그런 이야기들도 섞여 나오지만, 천박하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따뜻한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왜일까? 게다가 제스퍼 존스가 문제라고 말한 제목과 서두서부터도 진행이 되는 이야기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문제는 제스퍼 존스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를 문제아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 환경과 그를 제외한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었지..

 

이 소설을 스포일러 없이 소개한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 장정일님 이야기처럼 나도 더 이야기하면 소설 속 핵심을 읊게 될까봐 두려워 이쯤 마무리하려 한다.

끝으로 갈 수록, 그 반전을 알수록 더 재미있지만 그 앎이 슬픔으로 바뀌어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던 그런 책.

죄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가고, 선량하다 믿는 사람들의 우두머리는 사실 가장 큰 추악함으로 물들어 있고..

 

어쩌면 우리가 눈가리고 아웅하며 살아가는 이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난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은 것은 미안함 때문이리라.

문제아라 생각한 이들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 본적이 없다면 손가락질도 하지 말아야 함은..

이 책을 통해 처음 깨달은 그런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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