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플래너 0~4세 - 노 스트레스 초간단 육아 매뉴얼
조 윌트샤이어 지음, 안진이.이고은 옮김 / 나무발전소 / 2010년 8월
구판절판


한국 나이로는 세살, 다음 달에 두돌 생일을 맞이하는 우리 아기의 연령대에 딱 맞는 육아서를 만났다. 0~4세의 아이를 둔 부모를 위한 육아서, 육아 플래너.

아이가 있다 보니, 아이의 연령대에 맞는 그림책이나 육아서를 발견할때마다 손이 먼저 가고, 얼른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워낙 많은 책들이 나와서 그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순 없겠지만, 지금 우리 아기에게 혹여 놓치는 부분은 없을까 싶어 기회가 닿는다면 더 많이 알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대다수 평범한 부모들에게 요즘의 육아서들은 스스로의 무능력을 절감하게 하고 스트레스와 죄책감만 잔뜩 안겨준다. ..성실히 아이를 키우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너무나 고달픈 우리 시대의 부모들을 위해 쓴 책이니까. 육아법을 일일이 설명하기 보다는 실제 부모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우리와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탐색하고자 했다.

(그리고 꼬마 독재자와 함께 살면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도. )

6p






이 책의 저자는 영국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조 윌트샤이어로 두 아이의 엄마다. 까다로운 유명인사들과 인터뷰를 하며 사람다루는 기술을 육아문제에 적용한 육아서를 집필하여 유명인사가 되었다 한다. 외국인 작가다보니 음식 문제라던지 하는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문화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책 본문 속에서도 예를 든 이들의 이름이 다 외국아이들이었고 말이다. 재미난 것은 중간중간 Action tip으로 소개된 상자 속 글들은 한국 엄마들의 사례였다는 것. 그래서 처음에는 응? 내가 잘못 봤나? 하고 다시 읽어보기도 했는데 분명 한국 엄마들의 사례가 짬짬이 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래서 외국 작가가 쓰는 육아 문제와 우리나라 부모들이 보는 육아 문제와의 거리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온 여러 이야기 중에 사실 많이 공감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 아이의 수면 교육과 기저귀 떼기 등이었다. 소위 순하다고 해서 밤에 잘 자는 아기를 둔 엄마들은 그 고충을 모를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아들도 무척이나 잘 잤다. 갓 태어났을때 엄마 젖이 부족해 분유를 충분히 주었을때는 정말 너무 오래 자서 문제였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잘 나오지 않았음에도 모유 수유를 고집했고, 워낙 모자란 탓에 분유와 혼합을 하더라도, 되도록 모유를 주려고 노력했던 터라 충분히 배를 채우지 못했던 아들은 제대로 잠이 들지 못해 예민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백일의 기적이라는 그 시기가 지나고 이백일이 되어도 아들은 밤에 깊이 잠들지 못했다.




아기를 안고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보니, 다른 일들은 하나도 할 수가 없었고, 워낙 잠이 많았던 나는 그저 잠만 자지 못하는 그 상황이 세상 그 어떤 일들보다도 힘들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아기에게 배불리 젖을 먹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이유식을 시작할때까지 이어졌고 말이다. 다행히 아가는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억지로 교정하지 못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니 밤에 길게 잠도 자게 되었다.



잠을 못 잘때에는 베이비 위스퍼 같은 책을 세트로 모두 들여가면서 모조리 읽어댈때도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우리 아기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배불리 먹인다면 모를까 배가 고파서 우는 아기를 억지로 재운다는게 사실 내 마음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았기에..



이 책에서도 수면 교육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이 되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다보니 수면교육을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았지만 읽으면서 예전 내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엄마젖이 충분히 잘 나오거나, 분유수유로 언제나 배가 잘 부르는 그런 아기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사실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읽게 된 파트는 4장 여행 파트와 7장 대소변 파트였다.

아기와 함께 국내 여행은 몇번 다녀봤지만 처음으로 버스를 세시간이나 타고 (아기와 버스 자체가 처음이다) 다섯시간이나 비행기를 타야하는 장거리 여행은 9월 초 계획한 이번 여행이 첫 여행이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지만, 두돌이 안된 아기와 여행을 가려니 어른들만 갈때보다 짐도 두세배 더 많아지고, 마음의 부담감 역시 커졌다. 이 책의 작가분도 두돌 딸과 첫 비행기 여행을 가는데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걱정을 하였다 한다.



아기 좌석을 굳이 안끊어도 되는데 따로 끊자고 할 정도였고, 여행 담당자들을 얼마나 귀찮게 닥달했는지 모른다고 반성하고 있었다. 자유여행이라 가이드에게 기댈 수도 없어서 나는 오로지 혼자서 이 모든 짐을 떠맡아야 했다. 그래서 저자가 적어놓은 파트를 더욱 꼼꼼이 읽었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이 아기를 달래기 위해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지나치게 흥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것을 먹고 아이가 흥분하는 것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아기가 아장아장 걷다가 길을 잃을수도 있으니 아이에게 미아방지용 팔찌를 채우거나 팔에 볼펜으로 전화번호를 적어두라는 조언도 기억해둘만한 것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곧 두돌이 되는 우리 아들, 모유를 두돌까지 먹여야지 했는데 모유 뗄 일도 걱정이고, 기저귀 뗄 일도 걱정이다.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라는 커다란 산맥이 있다고 친구가 말을 해주었는데, 젖떼기와 기저귀 떼기도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 없는 듯 하다. 이 책에서는 12개월이 지나면 기저귀 떼기를 시도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다른 책들에서는 18개월 이후부터 시작해서 24개월 이후를 권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약간 차이를 느끼기도 하였다. 뭐, 빨리 시작해도 잘 해내는 아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어쩐지 머리글부터 소제목까지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이야기들이 많아 더 정이 가는 육아서였던 육아 플래너. 육아서의 장점이 한번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때마다 다시 찾아보는 그런 책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여행을 다녀와서 심호흡 다시 하고 본격적으로 기저귀 떼기도 하고, 단계적으로 아이에 맞는 그런 것들을 시행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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