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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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경험해 온 이 세상이 추악하고 병들었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생활과 비교하면 진실로 성스럽고 때묻지 않은 느낌마저 받았다. ... 나의 태도가 소위 '먹물'에 속함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23p

 

서울대 출신의 30대 후반 소심쟁이 아저씨와 중학교 중퇴의 18세의 가출한 세 소녀들과의 동거 이야기. 믿기 힘든 이 모든 이야기가 대부분 실화라 이야기하는 자칭 먹물이라는 작가분의 이야기.

어느 날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기 위해 집밖에 나섰다가 짙은 화장의 앳된 소녀들이 말을 걸어왔다.

배고파 그러니 먹을 것 좀 달라는 이야기. 그래서 저자인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주겠다 하자, 정말로 아이들은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곳이 없다 고민하는 걸 듣고, 10년을 혼자 살았던 자신의 자취방을 기꺼이 내줄 생각까지 하였다.

 

정말 담대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녀들도 본인도 또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걱정을 했을 것이다. 어린 소녀들과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와의 동거가 과연 불순하지 않은 의도로 가능하겠냐는 생각말이다. 소녀들 역시 같이 자자고 하면, 그럴 각오까지 한채 따라왔다고 나중에 작가는 듣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어린 소녀들에게 정말 휴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자신도 가난한 형편이었을지언정 말이다.

 

아무도 내가 나쁜 짓 안했다는 걸 믿어주지 않을거야.

너희도 안 믿을 걸. 너희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믿겠어? 51p

 

소녀들에게 훈계도 해보고, 나름 조언도 해주고 하여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선 공부나 제대로 된 알바를 구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막연하게 네일아트, 미용사,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뿐. 현실은 게임과 채팅 그리고 조건 만남과 연애 등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평온함 뿐이다. 조미료 없는 가정식과 시끄럽지 않은 잠자리가 내가 줄 수 있는 평온함의 전부며 최선이다. 52p

 

처음에 세 소녀를 며칠만 재워줘야지 했던 것이 점점 눌러앉아서 꽤 오래 묵더니, 다시 나갔다가 마치 여관처럼 드나드는 통에 그를 질리게 하고 말았다. 게다가 남자로서의 본능을 누르고 어리지만, 젊은 여성들을 대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나 개인의 무력감을 느꼈다. 만약 내가 '나'를 버릴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초월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을 거다. 일종의 '자기희생'이다. 하지만, '자기희생'이란 개념까지 마음 속에서 없애지 못하는 이상, 그 말에서 느껴지는 한올의 만족감이 싫지 않은 이상 다시 지금의 고민은 되풀이되고, 무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74p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듯, 착한 우리의 작가 역시 선입견이 없을 순 없었겠다. 가출하고, 조건 만남까지 할 정도니 모든 것에 되바라졌을 줄 알았던 소녀들은 의외로 순진하고, 그리고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

 

짙은 아이라인, 떡칠한 화장, 낡은 옷차림 하나하나가 유미, 은비, 나영이로 보인다. 철모르는 아이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지금의 생활이 어떤 회한으로 올지 모르는 아이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가 생까고 있는 아이들. 101.102p

 

나중에 혼자가 되어 갈 곳이 없어 다시 먹물 아저씨를 찾아 온 나영이와 본의아니게 둘이서만 몇달을 지내게 되었는데.. 세 소녀들이 똘똘 뭉쳤을 때와 달리 혼자 있을때는 오히려 아저씨의 훈계도 고분고분히 들었다. 집으로 연락해보라는 말에 (두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와 방황중이었던 것.) 아버지와 연락을 하였다며 집에 갔다가,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쫓겨나는 ..갈곳없는 아이들, 시설에서도 짧은 시간동안만 머무를 수가 있고, 거리로 내몰린 소녀들은 배움의 기회도 없고, 그저 쉽게 몸을 내어주고 후회많을 그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을 생까고있었다는 먹물의 지적. 그 지적에 방관자로써의 나 또한 갑자기 소름이 끼쳐버렸다.

이렇고 저렇고 말을 하지 말고, 그녀들에게 관심이라도 둘줄 알았던가? 조언이나 훈계를 해주라고 하지만, 요즘 10대들이 워낙에 무서운 까닭에 어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집단 폭력등으로 대응한대서 그저 모르는 척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쨌거나 그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소녀들에게 잠시라도, 아니 몇달이라도 휴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썼다. 그리고 진실로 그녀들은 잠깐이라도 그녀들을 이용하려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가정"비슷한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어린 소녀들이 가출을 해서 겪어야 하는 무서운 일들을 자신들끼리 주고 받는것을 여과하지 않고, 욕설과 함께 그대로 실어낸 책.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어떻게 그녀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안타까웠던 책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사랑이 그네들에겐 가족의 사랑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보면서..

끝까지 소녀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가의 착한 바램대로 더 늦기 전에 그녀들의 꿈을 찾아 되돌아오기를..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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