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1
이인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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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으로는 한편이면서, 두 편의 이야기이고, 권수로는 두권이면서 세권인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묘한 책을 읽었다. 저자 설명도 참으로 간단하다. 이인애 1986년, 서울 출생.
저자 설명이나 프롤로그 등을 통해 책에 대한 간단한 사전 정보라도 얻으려 했던 나의 바램은 잠시 흩어져버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의 상태에서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는 기시 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을 떠올렸다. 어디론가 끌려와 자신들도 모르는 새로운 곳에서 모험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서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책 표지의 붉고 어두운 면이 그 소설을 떠올리게 했는지도.. 무척 잔인하고 무서웠던 소설이었는지라 그런 소설일까 걱정했지만, 암담하고 답답한 동굴과 지하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가 나오긴 했어도 그렇게 소름끼치는 일은 펼쳐지지 않아 그래도 다행이었다.

 

빈손에, 자신을 지킬 도구라고는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상태로, 낯선 이들과 나는 맨몸으로 이곳에 함께 모여 있다. 마치 머리는 있지만 능력은 없는 원시인처럼.

이들은 누구일까.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1권 24p

 

 세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 다섯의 공통점은 모두 명륜동에 있는 같은 대학교 학생이라는 점이었고, 그 외에는 과도 다르고 모두 안면이 없는 사이어서 왜 기말고사를 끝내자마자 갑자기 같은 곳으로 납치가 되어서 모험을 시작하게되었는지 두려움만 앞서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말 크림슨의 미궁처럼 그들 사이에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어둠 속에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닌 서로서로를 의심하는 눈빛은 거둘 수가 없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믿기 힘든 현실, 하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절대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아득함.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우리와 그들밖에 없어. 너희가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이 길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너흰 이미 그들의 스파이야."

얼어죽을 소리.

1권 76p

 

분명 납치된게 분명한데 또 다른 일당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누구이고, 다른 이들은 또 누구이며 우리와 함께 같은 길을 가는 이중 믿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운이 좋은건지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정말 수상한건지 유난히도 눈에 띄게 명민하게 대처하는 여자 손여정. 그녀의 움직임은 가장 연장자이자 리더인 최승현의 의심을 사고, 나 또한 그녀가 남들 눈에는 도저히 안 보이는 문을 발견하고, 우연히라기엔 너무 많은 단서들을 엮어내는게 몹시 수상쩍기도 하였다.

 

인간은 역시 이용가치가 있을때 그 존재가 빛나는 건가, 팔짱을 낀 채 씁쓸히 우리의 점수를 매겨 본다.

손여정 89점, 김준수 82점, 안지훈 65점, 이희원 37점, 그리고 최승현 넌?

1권 99p

 

어두운 지하세계를 뚫고 다니며 그들이 발견한 기괴한 서적들과 시체 그리고 그들을 쫓는 분명한 납치범들과 또 다른 일당들. 도망가는자와 추격하는 자의 숨막힌 추격이라기엔 다소 느슨해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분명 이 소설의 끝이 궁금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2권을 펼쳐들고 난 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서로 다른 결말이 열린 책이라고 하던 약간의 정보만을 듣고 책을 선택하였는데, 정말.. 책이 뭔가 수상쩍다.

1권보다 유난히 두꺼운 2권. 이게 뭘까 했는데..

책의 표지가 두개, 책의 결말이 두권인 것이다. 당혹스러움. 하지만, 그러기에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

책은 그렇게 같은 모험으로 시작되지만, 두개의 다른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간다.

그리고 정말 궁금했던 그들의 정체가 밝혀지고, "우리 역사의 진실을 새롭게 밝혀낸다"는 책표지의 문구처럼 지하에서 발견한 책의 내용 속의 이야기를 단서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폐비는 신집 다섯 권 안에 폐왕이 왕위를 되찾을 유일한 단서가 숨어 있다고 했다.

2-1권  121p

 

방안에서 이들을 맞이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 낯익었다. 설마. 이일이 이렇게까지 큰 일일줄은. 누런 장판이 깔린 작은 방안에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은 남자는 이들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부탁했다.

2-2권 104p

 

한권의 책을 읽으며, 다른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중간부터 아주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처음 만나봤다. 사실 결말이 두권인 책 자체가 처음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래서 더 새로웠던 책.

책이라는 매체가 아니었으면 저자의 마음을 이렇게 자유로이 펼쳐낼 수 없었을 그런 소설.

 

처음의 길고 긴 탈출 이야기에 비해, 2부는 너무 빠르게 마무리되어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저자의 참신한 상상력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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