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의 하루
홍남권 지음 / 파코디자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안시의 하루.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안시성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하루가 1일이 아닌 고구려 말로 "봄"을 지칭하고 있음은 또한, 한 여인을 가리키고 있는 말임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표지에 자리잡은 고혹적인 한 여인, 그저 주인공인 남자의 삼각관계이거나 할 줄 알았던 이 여인이 바로 안시의 하루, 이 소설의 또다른 주인공이 될 그 여인이었다. 다른 주인공은 계백.

고구려 안시성의 전투에서 갑자기 백제의 명장 계백의 이야기가 나오다니, 의아하기도 하였다.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과서적 사실을 많은 부분 뒤엎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 또한 사실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팩션을 가미해서, 역사적 인물들을 재창조해내었다고 하니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와 다르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1500년전의 일이고, 역사는 기록의 지배를 받는 터라, 누군가의 의도된 기록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수정된 것이라면 우리가 알고 배운 역사가 모두 다 옳은 것이라 주장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지금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남아있는 문헌에 의할 수 밖에 없다.

그 문헌조차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

 


 

그 후 이세민의 명으로 세상은 요동에서의 패망을 거론치 못하게 되었고, 역사에 하루성주의 이름을 남기는 것도 윤허되지 않았다. 안시성의 여자 성주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기록말살의 형벌을 받아 당나라 사서에 단 한 줄도 남겨지지 못했다. 천군 50만이라는 숫자도 기록에서 삭제되었고, 이세적의 요동도행군 15만과 장량의 수군만 사서에 기술되었다. 342p

 



 

백성 위에 군림하는 군주가 아닌 백성을 믿고 존중하는 그리하여 심복마저도 아우로 대하는 성군 계백은 백제의 왕자, 의자왕의 동생으로 등장한다. 그런 계백을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타로, 그리고 고구려의 국모로 칭송될 정도로 안시성의 굳건한 여주인이 된 평강 공주와 그의 손녀딸 하루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무엇보다도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의 화려한 부활(?)은 과연 그가 어떤 인물이었나도 몰랐던 나를 부끄럽게 하며 책을 다 읽고 찾아보게 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의 업적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보고자 노력했던 작가의 바램과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였고..

백제가 아닌 고구려의 후예가 일본의 천황이 되었다는 새로운 가설에 단지 그냥 재창조일뿐인지 아니면 정말로 어느 정도의 뒷받침이 되는 문헌을 기초로 추측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정사가 아니라 믿으면서도 역사와 허구가 혼합이 되어 있으니 읽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혼동스러워 할만도 하겠다 싶었다.

 

황산벌 전투로 아스라이 스러져간 백제의 최후의 명장 계백. 때를 잘못 타고난 그 계백장군을 뛰어난 안목을 지닌 백제의 왕자로 승화시켜 고구려 안시성의 여주인인 양만춘을 도와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게 한 주역으로 만들어냄은 소설이라는 장르만이 가능할 통쾌한 승부수가 아니었나 싶다.

 

1500년간 회자되지 못한 안시성의 전투, 50만 대군이라는 어마어마한 당군을 이겨낸 안시성의 위대한 승리는 현세에 다시 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무모한 전투였으나 용맹한 안시성 사람들은 해내고 말았다. 이 소설은 중국이라는 그늘에 드리워져 빛을 보지 못한 조선시대의 억압된 감정을 뚫기 위해 그 이전의 용맹했던 우리 조상들의 기개를 작가가 세상 밖으로 끌어낸 울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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