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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 홋카이도.혼슈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ㅣ 일본의 걷고 싶은 길 1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평점 :
길 위에서 만난 일본은 매혹적이었다.무엇보다 놀랍도록 잘 보존된 자연환 경이 부러웠다. 여행을 할 수록 나는 이 나라가 좋아졌다. 가까이에 이토록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다니. 이토록 거대한 자연이 남아 있다니..게다가 일본은 익명의 여행자로 머물고 싶다는 욕망도, 이방인으로서 눈길을 받고 싶다는 욕망도 충족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여행과 일상,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점은 여행지로서 일본이 지닌 미덕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닮았고, 닮은 만큼 다르기도 했다. 이 나라에 대한 내 사랑과 관심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웃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그날까지.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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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학창 시절에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를 읽고 정말 많이 흥분하고 분노했었다. 고작 이것밖에 안되는 나라에 우리나라가 이토록 힘들어했다니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갈수록 그들의 문화를 외면하고 산다는게 참 쉽지 않다는 듯 나도 모르게 일본의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무조건 열광할 필요까진 없어도 외면한다고 나아지는게 아니지 않은가? 현실을 직시하고, 정확히 알고 있는게 중요하겠지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좋은 것은 받아들이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이자 도보여행가 김남희님도 역시 본인이 알고 있던 일본인들에 대한 인식이 타국 여행지에서 만난 몇명의 소박한 일본인들에 의해 새로이 바뀜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일본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고, 인도와 남미 등 타국을 여행하려던 경비와 준비를 뒤엎고 일본을 여행하며 걷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사랑하게 되었다.
일본 하면 시골의 문화보다는 도쿄, 오사카 등의 도시문화가 더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실제로도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도시 쪽 여행이야기가 많다. 도시에 맛집도 많고, 여행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숙박하기도 쉽고 관광자원도 많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김남희 님이 보여주는 많은 사진과 길 이야기는 우리를 또다른 "일본"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곳이 가까이 있었다니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다테야마 연봉의 최고봉 오난지야마에 서면 정말 히말라야에라도 온듯 까마득한 발밑 세상이 펼쳐진다.시레토코 국립공원에는 곰조심 표지가 달려있을 정도로 야생 불곰의 세계적인 고밀도 서식지다. 불곰을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지나가다가 붉은 여우를 실제로 보기도 하였단다.
걷기는 풍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이다. 발자국으로 남기는 몸의 흔적이자 지구에게 건네는 몸의 인사다. 길위에서 기다리는 모든 만남을 몸과 마음에 새기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홋카이도를 걷는 동안 새삼 깨닫고 있다. 사람이 자연을 통해 얼마나 큰 위안을 받는지, 몸을 쓰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77p
사실 제주 올레 걷기가 아주 보편화된 트렌드처럼 인기를 끌고 있듯, 이제는 국내를 넘어서 국외, 일본에까지 걷기 여행 에세이 책이 이렇게 나와주고 있다. 여행도 좋아하고, 걷기도 즐기던 나였지만, 아기엄마가 되고 나이를 조금씩 먹다보니 차를 타는데 익숙해지고, 걷는 것은 최소화하는 여행을 하려는 게으름이 늘고 있다. 핑계는 아기가 걷기 힘들어하기때문이라는게 가장 큰 핑계였지만, 마음껏 자유로이 걸으며 세상을 온통 누리는 도보 여행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다시 한번 또 게으른 마음에 불이 지펴지는 듯 하였다.
자연이 만들어낸 황홀경 뿐 아니라 수백년된 전통가옥들이 즐비해있는 거리와 골목길도 걷는 재미가 쏠쏠한 코스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황폐하게 만들여 놓고 정작 자신들은 전통을 보존하며 살고 있다고 하니 다소 씁쓸하기는 했지만, 옛것을 다시 보면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느껴짐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길 위에서 만난 부모님의 인연, 그리고 인연의 동생부부와의 만남 등등 저자가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책의 맨 끝에는 여행에세이다운 꼼꼼함으로 그녀가 걸어온 여행 코스와 찾아가는 법, 여행 팁 등을 지도와 함께 소상하게 싣고 있다.
그녀를 따라 걸으면 정말 제대로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채워줄 수 없는 허전함이 있다 하면, 일상이 아닌 낯선 여행지에서 채워줄 수 있는 헛헛함이 아닌가 싶다.
책을 따라 걷는길, 그녀의 소개를 받아 찾아가는 길, 그 길 위에 서면 비로소 걷기의 진정한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