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 규슈.시코쿠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일본의 걷고 싶은 길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1권에서 홋카이도와 혼슈를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규슈와 시코쿠,오키나와를 다루고 있다. 사실 홋카이도 말고는 생소한 지명들이 많았다. 도쿄, 오사카, 쿄토 등의 도시명은 익숙한데 아무래도 다른 곳의 지명은 생소했나보다. 그래도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길이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2년간 그녀가 아홉번이나 일본을 드나들었던 그 시작은 바로 시코쿠였다고 한다. 일본에 대한 관심은 타지에서 만난 일본인에서 시작되었지만, 일본을 내집 드나들듯 드나들게 한 것은 바로 88개의 절을 따라가는 1200킬로미터의 불교 순례길. 그 여행이 자꾸만 그녀를 일본을 들락거리게 만들었다고 한다.

 

나도 만화영화로 감명깊게 (가끔은 만화영화 속에서도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봤던 원령공주, 그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규슈의 야쿠시마라고 한다.

 

 한달에 35일 비가 내린다고 할 정도로 비가 많은 야쿠시마의 숲은 깊고 어둡고 그윽하다. 23p 7200년간 사랑왔다는 조몬스기, 야쿠시마의 최고령 산신목 조몬스기는 뿌리둘레만 43미터, 몸통 둘레 16.4미터, 높이는 25.3미터에 달한다.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도 다섯시간(왕복 아홉시간)을 걸어야만 만날 수 있다. 신석기(조몬)시대에 싹을 틔웠다는 이 나무는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있다. 24p

 

아홉시간을 걷지 않고서는 만날 수 없는 나무, 그래서 일본 사람들도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하다는 게 바로 조몬스기다. 도보 여행가인 김남희님이 아니었으면 나 또한 사진으로도 못 봤을 그 오래된 신령스러운 나무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일생에 한번 볼까말까한이라는 단어는 다시 한번 그것에 집중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사실 우리 주위에 그런 일들은 생각보다 많은데 말이다. 노력만 한다면 다시 할 수 있을 그런 일들을 우리는 어쩌면 앞으로 단 한번도 더 해보지 않은채 지나쳐버리고 말기도 한다.

 

일본현지인들이 최고의 지상낙원으로 여긴다는 오키나와. 하지만,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이라는 소설과 그 배경을 통해 오키나와라는 곳이 일본 속의 또 다른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일본국민이라 믿었던 오키나와인들을 매몰차게 내버렸던 일본, 그 아픔 속에는 처절한 고통만을 안고 있는 오키나와인들, 즉 류큐 인들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본토를 일본이라 이야기하고 자신은 따로 류큐인이라 이야기한다.

 

일본인에게 있어 국제관계학은 조선, 아이누, 오키나와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57p

일본인이 되고 싶었던 우시 상이 도쿄의 대학에 들어가자, 어느 선생님에게 듣고 충격을 먹은 말이었다.

 

그거 알아요? 임진왜란 당시 히데요시가 류큐 왕국에도 참전을 요구했다는거?

류큐 왕국은 '조선은 형제의 나라이므로 공격할 수 없다'고 거부했죠. 조선은 끈질기게 저항해 히데요시를 물리쳤지만 일본은 끝내 류큐 왕국을 멸망시켰어요.  62p

 

이 책에는 그저 아름다운 길과 골목, 그리고 풍경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처절한 과거와 사람들의 이야기도 남아있었다. 오키나와에 대해서 또한번 이렇게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본토 일본인들보다는 더 강하고 더 시련을 견뎌낸 그들이 어쩐지 우리와 닮아있어서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으로 오키나와를 마음 속에 아로새기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시코쿠의 성지순례. 1200킬로미터의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옷, 지팡이, 지도책, 납경장, 향과 초 등을 구입을 해야한다.

시코쿠 순례길이 품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밀은 바로 '오셋타이'다. 시소쿠의 주민들이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는 공양물, 그들은 아주 오랜옛날부터 순례자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117p 힘들고 낯선 순례여정 중에도 오셋타이를 받으면 정말 그 힘든게 다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하였다. 나도 그런 선물을 받아보고 싶지만, 엄청난 성지 순례길을 걸을 엄두가 안나니 젯밥에만 관심 있는 못된 습성은 버려야할것같다.

 

13번 절 다이니치지의 주지스님이 한국 여성이라고 하였다. 미처 만나지는 못했으나 저자 못지않게 나도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힘든 순례여정을 걷다보니 웬 변태 오토바이가 쫓아와 겁을 먹었는데 친구 히데키였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도 누리나보다. 그녀 역시 소중한 인연들 덕에 한층 더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쑥스러움도 많고, 여행을 할때도 보수적으로 안정적인 여행을 하길 좋아하는 나. 과감히 부딪히고 많은 것을 얻을 그 여유가 없어서, 그녀 말대로 그녀가 늙었을때의 모습이 벌써 내게 온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었다. 지나친 보수, 정신이라도 개방적이면 좋을텐데 말이다.

 

이번 편은 그녀의 불교 순례길까지 해서 더욱 바쁘고 행복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성지순례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없어서 덤으로 한 권 더 읽은 느낌까지 들었다. 성지 순례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일본 도쿄 등의 맛집이나 높다란 마천루, 아니면 지브리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같은 최신의 관광지만 꿈꿔왔던 일본여행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토록 멋진 곳들이 많음에 새로이 놀라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아이가 많이 자라 엄마와 함께 몇시간이고 걸을 수 있는 때가 된다면 꼭 그녀의 추천길 중에 몇 곳을 골라 눈을 제대로 정화해주고 오고 싶어졌다.

 

걷고 걷고 또 걸어서 발에 물집이 잡힌건 그녀이지만, 그녀의 쉼 없는 여정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여행의 반절을 따라간 기분이다. 도보여행가로써 길을 즐기고, 자연을 누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를 지닌 그녀. 아마 그녀가 소개해준 길을 따라 걸어도 같은 감흥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입이 떡 벌어질 멋진 풍광만큼은 눈으로 마음으로 새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으로 못 다 본 그 풍경들을 볼 날이 어서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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