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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게 시니컬한 캄피 씨
페데리코 두케스네 지음 / 이덴슬리벨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변호사라는 전문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인정받는 직업인가보다. 이탈리아의 소설, 그것도 이탈리아 변호사가 쓴 소설은 처음이었던 지라, 여러모로 생소한 느낌의 소설을 만났다. 제목 역시 독창적이다.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
주위에 변호사가 없어서인지 그들의 일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어느 직업군에서나 힘든 일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기 마련일텐데.. 이과 공부를 했고, 진로도 이 쪽으로 온지라, 변호사들의 일상에 얽힌 그런 이야기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아주 잠깐 읽었던 소설이나 드라마 속에 등장한 변호사의 이야기가 있긴 했어도 일보다는 주로 사랑 이야기 등에 치우치거나 청소년 문학으로 접해서 아주 짧게 맛보기를 본 느낌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는 정말 제대로 그들의 일상을 공유해보는 느낌이었다.
2007년 4월 불법 사무소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 30대의 젊은 변호사 두케스네 (가명이다). 기업전문 변호사로서의 희노애락을 제대로 표현해서 연일 수백만명의 블로거들이 방문하고 있고, 1500명의 변호사들이 마치 숭배의 장소처럼 블로그를 찾고 있다고 한다. 같은 직업군들이 아주 공감할 두케스네 식의 냉소와 유머가 가득한 책, 눈물나게 시니컬한 캄피씨는 변호사가 아닌 우리가 읽어도 재미난 그런 소설이다.
변호사가 하는 일, 기업 변호사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일까? 그 분야에 실제로 일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그들만의 세계를 통렬하게 비꼬면서 재미나게 서술하였다. 사실 굳이 비꼬지 않더라도 그 만의 표현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중간 중간 커피 타임에 나타나는 이야기들도 재미나고 말이다. 마치 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단락단락의 이야기들이 짤막한 단편처럼도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기업변호사라고 소개했을때의 사람들의 반응부터 시작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소위 상류층 사회의 만남 이야기까지.. 우리가 아니 나만인가? 암튼 흔히 접하지 못했을 그런 사회의 이야기가 겉포장이 아닌 실제의 캄피의 속마음까지 여실히 드러나면서 재미난 냉소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잘난 멋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기 보다, 그 내면이 어딘가 허술하면서 엉뚱한 그런 쓸쓸함을 전해주는 이야기랄까?
집에 돌아와 혼자 사랑하는 동거인..이 아닌 동거 분재 아르투로에게 한참을 수다를 떠는 캄피의 모습에서 그런 적적함을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큰 프로젝트를 본의아니게 떠맡아 고생을 하게 되는 우리의 캄피.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가 일을 하는 그 과정들이 분야는 다르지만, 예전에 내가 직장 생활을 할때 어이없이 명령 하달식으로 떠맡았던 프로젝트 들을 연상케 하면서, 그때의 중압감으로 나를 되돌려주는 듯 하였다.
변호사의 희노애락을 제대로 보여주고, 적어도 그들이 누리는 삶이란게 거저 얻어지는게 아님을 보여준 책. 게다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더 "정상"(?)적이었던 캄피의 인간다운 모습에 한없이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 엉뚱한 남자에게도 빛이 내리는 날이 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