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두뇌를 살리는 똑똑한 편식
이혜영 지음 / 푸른육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어려서부터 치즈를 밥에 얹어먹고, 청어통조림을 먹으며 자란 저자는 어른이 되어서도 소시지 반찬 하나면 밥 한그릇 뚝딱하는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런 그녀가 스무살이 되어 어느 날 갑자기 온몸에 심하게 두드러기가 일기 시작하더니 그 두드러기는 음식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어서, 마음껏 먹지 못하는 식습관을 유지하는게 힘들어 오히려 보란듯이 더 먹어대고, 약으로 치료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자 나중에는 너무너무 악화되어서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까지 되었다.

 

그런 그녀의 고충을..나도 딱 일주일간.. 아니 최종 낫기까지는 한달간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서울서 혼자 자취하던 어느 날, 요즘처럼 더운 여름날이었는데, 모기에 물린 듯, 온몸이 미친듯이 가렵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려운 부분을 긁고 긁고 또 긁다가 거의 날밤을 새웠고, 온몸이 다 부어올라 무시무시할 지경이 되었다. 정말 난 모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심각한 두드러기였다. 전날 먹은 음식에 특이한 것도 없었고, 병원에 가서 알러젠 테스트를 해봤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이 정상으로 나왔다. 물론 알러젠 테스트라는게 제한적인 것이라 모든 알러젠을 알아내기는 힘든 일이기는 했어도.. 어쨌거나 항 알레르기 약을 받아와 지속적으로 먹는 것으로만 해결을 봤다. 적어도 덜 가렵긴 했으니까..

멀쩡했던 피부가, 손톱으로 긁거나 뭘로 긁으면 빨갛게 선이 그어지고, 금새 사라지지 않은채 조금 있다가 지워지기도 했다. 말 그대로 피부에 글씨가 써지기 시작한 것이다. 빨간 색 자국으로 글씨가 한동안 남아 있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피부 묘기증이라고 누가 올린 글을 봤는데.. 난감하기만 했다.

 

알레르기 체질이었던 친구가 자기도 고등학생때 잠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을 해줬다. 앞으로 내 피부가 이렇게 영영 고정이 되는 것인지 너무 불안했고..알레르기 체질로 바뀐 거라면, 나중에 아기를 낳아도 아토피로 고생하게 될까봐 머릿속이 하얘져버렸다.

실제로 저자는 몇년을 심하게 고생하고, 약을 먹어도 치유되지 않았던 증상들이 극도의 편식과 제한적인 식습관으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나는 다행히 두드러기는 일주일만에 잡히고, 피부에 글씨 써지는 증상은 한달만에 사라졌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런 두드러기가 재발하지 않고 있다. 아기를 임신했을때도 처음에는 식습관을 제한하고 많이 조심했으나 워낙 어려서부터 인스턴트와 육류, 면 음식 등을 좋아했던 터라 갑자기 끊기는 커녕 입덧 할때 땡기는 음식이 오히려 그런 음식들이었다. 아가를 생각해 제한해야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먹었는데, 다행으로 아기는 21개월인 지금까지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아 조심하며 지내고 있다.

 

큰 고생 후에 얻은 경험적 지식이었기에 작가의 고군분투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평범한 주부였음에도 아기를 위해 엄청나게 다독을 하고, 철저한 음식 제한으로 임신했을때부터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쭈욱 제한된 편식 식습관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내 눈에는 철저하게 다이어트 식습관으로 보이는 그녀의 제철 야채, 과일 위주의 식단은 아이의 두뇌 향상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두뇌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사례 뿐 아니라 영국의 친햄파크 초등학교의 예를 들어 유기농 제철 식품으로 구성된 식단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소박한듯 하지만, 인스턴트로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는 오히려 지키기 어려운 옛날의 우리나라 서민 식단 같은 밥상을 고수하고 있다. 현미로 밥을 짓고, 고기와 우유, 인스턴트는 일절 올리지 않은 채, 김치와 된장, 그리고 제철 나물과 과일로만 밥상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어린 딸도 이젠 김치 없이는 밥을 먹지 않게 되었고, 수시로 간식으로 먹는 견과류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으로만 고집하고 있다.

 


 

"소미야, 우리가 집에서 먹는 호두와 땅콩은 어디에 들어 있지?"

"냉장고에"

"왜 냉장고에 있을까?"

"상하지 말라고,"

"그래, 땅콩과 호두는 기름이 많아 밖에 두면 상해서 이상한 냄새가 나.

저기에 있는 견과류는 모두 수입한 것인 데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알 수가 없어.

저것 먹고 배탈나면 큰일인데."

알기 쉽게 설명했더니 아이는 더 이상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78p

 



 

쉬워보이는 듯 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그녀의 방법. 저자는 실제로 28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결심했으나 24개월에 저절로 말라 그만 두게 되었을때 서운한 마음에 아이 머리맡에서 울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녀처럼 24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할 계획을 세우고, 만 21개월인 지금까지도 모유 수유를 계속 하고 있다. 어른들은 그만 좀 떼고, 밥 좀 잘 먹게 하라고 하시지만, 아이에게 두돌까지 먹일 수만 있다면 먹이는게 좋다는 미국 FDA권장 기준도 지키고, 사실 아직 수유하는게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 아이가 원하는 대로 먹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 식습관이 인스턴트를 즐기는 타입이라 양질의 모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만, 아기가 우유나 두유를 좋아하지 않아 외출시 모유를 먹이기 힘든 상황 (할아버지나 이모 등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산책을 나가거나 했을때 목이 마르면..) 에서 보리차를 먹이면 좋겠지만, 비타민이나 다른 영양 보충에 좋지 않을까 싶어서.. 사실 엄마 좀 편해보려고..아이 전용으로 나온 유기농 제품이라는 쥬스나 과즙 등을 마트에서 사다가 먹였다. 실제로 단 맛이 강해서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거의 하루에 한팩(혹은 병)이나 두 팩 정도를 뚝딱 해치운다. 그리고, 과자도 이전에는 무농약 쌀에 유기농 채소로만 만들어진 설탕도 안 들어간 쌀과자를 사다가 먹였는데, 돌 이후 간이 된 음식맛에 익숙해지더니 덤덤한 쌀과자느 잘 찾지 않는다. 그래서 아기용으로 나온 와코도 과자를 사주며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어른들이 주신 새우깡을 먹어보더니 아들이 활짝 웃으며 앉은 자리에서 6~7개를 내리 먹어버렸다.

 

가려서 먹인다는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책에서는 바나나도 먹이지 말라고 되어 있고, 엄마들이 무척 많이 보는 소아과 선생님이 쓴 이유식 책에서는 모유를 먹는 아가들은 특히 쇠고기를 빠짐없이 먹이는 것이 아기 성장과 철분 섭취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쇠고기는 커녕 우유도 좋지 않고, 되도록 제철 야채와 현미 등으로 된 밥으로 먹이라고 되어 있다. 짜다고 먹이지 말라는 된장과 김치도 아이에게는 유익하다고 이야기 한다.

 

많은 책들이 나와 있어서 엄마들이 보고 취사선택해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사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인스턴트 아기 쥬스 사먹이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말대로 생수나 보리차, 혹은 우리차로 끓인 물로 대체를 해야겠고, 고기는 다른 책에 나온 것처럼 많이 먹이기 위해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기를 많이 먹을 수록 혈액이 산성화되어 피곤함을 잘 느끼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고기 속의 인과 황 같은 산성 미네랄은 뼈와 치아에서 칼슘을 빼앗아간다. 120p 게다가 요즘의 소와 돼지는 광우병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항생제와 농약 사료에 길들여져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식단에 오른다고 한다. 우리 아기에게 먹일 것이기에 한우 1등급의 양질의 고기라면서 마블링이 많이 들어간 살치살, 안창살 등을 찾았었는데 그게 아기를 위한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굳이 고기를 먹여야 한다면 작가의 말대로 무농약 인증을 받은 소와 돼지 고기를 구하는게 나을 것 같다. 친환경매장에서 파는 한우는 non-GMO 유기농 사료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사용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넓은 공간에서 사육하고, 광우병 전수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121P 하니 말이다.

 

이외에도 예사로 생각했던 소금, 생선 등에 대해서도 작가의 명쾌하고 단호한 견해가 돋보였다.

차례를 보면, 하나하나가 마치 요약글이듯 그녀의 진심이 담긴 설명들로 글이 빼곡하게 담겨져 있다.

원문에는 그녀의 견해와 그녀가 읽은 무수한 책들로 뒷받침된 이론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고 말이다.

건강에 대한 학문을 전공으로 했던 나였지만, 평범한 주부의 건강에 대한 이토록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뭐뭐 먹으면 안된다.. 뭐뭐를 먹으면 좋다..라는 글에만 편중되어 정작 어떻게 뭘 사다가 먹어야 할지 모르는 주부들을 위해 실제 마트나 생협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비교해서 가격까지 분석해주기도 하고, 그녀의 밥상을 틈틈이 공개하여 어떻게 건강식단을 차리면 좋을지 알려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먹이면 좋을 친환경 건강 간식도 레시피와 함께 친절히 곁들여져 있었다.

 



아기 이유식을 며칠분씩 만들어 전자렌지로 돌려먹곤 했던 나를 당황케 했던 대목이 있어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지으려 한다.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것이 생명력이 약하다는 그녀의 주장은 전자레인지로 데워 식힌 물과 끓여서 식힌 정수기 물, 끓여서 식힌 수돗물로 키운 고구마 재배 실험으로 입증이 되었다. 다른 두 고구마에 비해 잎의 숫자가 현저하게 작고, 크기 또한 작았던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듯이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을 넣으면 환경호르몬과 전자파만 나오는게 아니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해외 소비자 정보에 따르면, 전자 레인지에서 조리한 육류와 유제품, 과일과 채소에서 발암 물질이 만들어지고, 전자레인지로 만든 음식을 장기간 먹으면 두뇌 자기 파장을 약화시켜 두뇌의 기능을 퇴화시키거나 자기 파장이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이다. 오랫동안 섭취할 경우 면역계통에 문제가 생기며, 기억력 감퇴, 집중력 감소, 정서불안, 이해력 감소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247-248P 

 

아기에게 먹여야 할것, 먹이지 말아야할것을 분명히 구분해 주고, 또 어떻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고마운 책. 오랜만에 단순히 한번 읽고 덮을 책이 아닌 엄마가 보고보고 반성하고 참고해야할 친환경 육아 교과서 같은 책을 만나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게으르고 나태했던 내 자신이 반성되었다. 우리 아기가 먹는 건데 조금더 신경쓰고, 조금더 건강한 식단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아기가 아직은 식습관이 정립되지 않았는데도 된장과 백김치 등의 천연 식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빠의 식습관 영향을 받고, 또 친정에서 외할머니가 자주 그런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이고, 유기농 과일 쥬스를 먹이려 노력했는데 조금더 노력해야할 부분은 그게 아니라 아기가 제철 과일과 친해지도록 하고, 조금씩 우리땅에서 나온 견과류를 먹여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방대한 자료와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씌여진 꼼꼼한 책으로 나의 의식을 깨워준 저자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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