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엔 그저 단편단편의 다른 이야기들인줄 알았다. 그러나 읽다보면, 앞에 나온 인물이 다시 또 등장을 하고, 결국 인물이 맞물리고 맞물려 돌고 도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하나하나 끼워 맞추듯.. 그렇게 전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고 소설이 된다. 그것도 시간이 한참 지나 코리건의 어릴 적 모습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또 그가 알고 지낸 재즐린의 아이들의 2~3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로 말이다.
 

이 책은 2009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09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위, 아마존 베스트 셀러 소설 1위를 기독하는 기염을 토한 작품이라 한다.

110층의 세계 무역 센터에 줄을 놓아 건너간 청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쓰여진 소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무시무시한 높이에서 공중곡예를 펼친 한 청년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청년을 배경으로 하는 듯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뉴욕 브롱크스라는 어느 허름한 골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사실상 주를 이루고 있었다. 흑인과 백인, 빈부의 차이, 그리고 베트남 전쟁과 상처의 이야기...  

가식 없이 허물 없이 낮은 자들의 편에 선 진정한 믿음의 실천자 코리건, 몸을 파는 모녀였으나 한 남자를 마음에 품었던 틸리와 재즐린, 동생을 죽게 만든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키아란, 전쟁으로 세 아들을 잃고 두 아기를 입양한 글로리아와 역시 전쟁으로 외동아들을 잃은 판사와 그의 아내. 닮은 듯 다른, 그러면서 또 겹쳐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둥글고 거대한 지구를 돌리듯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칼럼 매캔의 유려한 문체로..

 

한 남자가 하늘에 있고 비행기 한 대가 빌딩 가장자리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의 작은 조각 하나와 더 커다란 조각의 만남. 마치 그 줄 타는 남자가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시간과 역사의 개입, 이야기들이 충동하는 지점,

우리는 폭발을 기다리지만 폭발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비행기는 지나가고, 줄타는 남자는 그 줄 끝에 도달한다.

548p

 

 흑인이 탈까봐 빈 택시가 빈차 램프를 끄고 지나가고 더이상 노예는 아니라고 해도 흑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돈을 주면 말을 들을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있다. 거리의 여인들도 백인의 구역이 따로 있고, 흑인의 구역이 따로 있을 정도로 차별화 되어 있었다.  반대로 감옥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백인들은 빠져나간채, 흑인들이 주를 이룬다. 펜트하우스에 사는 고귀한 판사 부인이 브롱크스의 허름한 집의 흑인 여인과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까워지고.. 창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생활하던 코리건 사제가 사랑하는 이와의 완성된 삶을 이루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자, 마치 그 뒤를 잇듯 또 다른 사랑이 탄생하게 된다. 바로 코리건을 죽게 한 여인과 형과의 사랑..

 

형의 눈으로, 틸라의 눈으로, 판사 아내의 눈으로, 판사의 눈으로.. 그리고 세계무역센터를 건넌 남자의 눈으로.. 등등등.. 각각의 시선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이야기는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하나하나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삶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작가조차도 정치적인 성향을 띤 작품이라고 하였으나, 상당히 두꺼운 이 책이 난해하거나 따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빠른 속도감으로 이번의 "나"는 또 누구인지.. 누구와 어떻게 연결이 되고..다음에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 그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이고 섥힌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소외된 계층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다독여주는 그런 느낌.. 코리건의 모습에서 칼럼 매캔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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