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보다 빠른 꼬부기 - 제1회 대한민국 문학 & 영화 콘텐츠 대전 동화 부문 당선작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3
이병승 지음, 최정인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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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느린 아이가 있을까 싶었다.

그냥 행동이 굼띤 정도가 아니라,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느리다.

얼마나 느렸는지 유치원 가는 모습만 봐도 보는 사람이 속이 터져 발랑 뒤집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약 300미터 정도의 거리를 (아파트 베란다에서 유치원 정문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 한시간이나 걸려 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아들과 인사를 하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타서 마시고, 아침 신문을 맨 뒷장까지 다 보고, 천천히 베란다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다보면 그제야 경비실 앞을 꼬물꼬물 지나가고 있는 내가 보였다고 한다. 10p

 

본인이 그렇게 느리면서도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5학년때일 정도로 느리고, 또 느린 꼬부기.

별명도 꼬부기, 달팽이, 나무늘보, 굼벵이, 거북이 등.. 느린 것에 대한 모든 것은 다 붙어 있다.

그와 달리 퀵서비스 맨이 직업인 아빠는 정말 뭐든 최고로 빠르다. 그런 아빠이기에 이렇게 느려터진 나를 참아내는게 항상 힘드신가보다. 항상 빨리, 빨리를 외치시다가 급기야 용돈을 깎는 무서운 시간 제한 경고장을 만들어 나를 힘들게 만드셨다.

 

나더러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형벌이었다.

도저히 빨라질수가 없는데 빨라지라니..

학교친구 미루는 똑똑하고 귀여운 어딘가 푸들 강아지가 생각나는 친구인데, 내 고민거리와 이야기를 들어주더니 드디어 분석해냈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아무 생각도 하지말고, 갈길만 가라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미루는 너무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강아지 같다.

 

만만디 만만디 라는 말은 중국말로 "천천히"라는 뜻이라 하였다. 언젠가 이런 제목으로 된 신문 칼럼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중국 사람들은 워낙에 여유 자적하게 천천히 느리게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우리네의 뭐든 빨리, 빨리 서두르는 습성을 살짝 걱정하며, 조금씩 쉬어가도 되지 않겠냐고 하는 내용의 칼럼이었다. 우리는 정말 뭐든 빨라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기에 꼬부기 같은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살기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고,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다. 해가 되는 일도 아닌데도, 그저 한 사람이 늦어지면, 그 다음에 기다리게 되는 것에 짜증을 쉽게 내곤 하는 요즘 사람들.. 꼬부기나 꼬부기 엄마처럼 조금이라도 늦게 일을 처리하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혹은 그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조차 짜증을 내고,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혹은 자리를 바꾸거나..

나라고 그런 일이 없었을까? 마트에 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계산하려고, 짧은 줄을 찾고, 또 누가 새치기라도 하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다. 잠깐 기다리면 될텐데.. 그걸 하기가 참 힘든 세상이 되었다.

 

꼬부기는 정말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오고가는 길 속에서 가게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행동을 꼼꼼이 관찰하고, 그들의 문제점까지도 뭘까? 고민해가며 걱정해주는 그런 마음 따뜻한 아이였다. 비록 너무 느려서 학교 선생님의 빠른(사실은 정상적일 수 있을) 말과 수업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꼬부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훌륭한 소설가가 되거나 발명가가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로 꼬부기를 틀에 끼워 맞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꼬부기 아버지가 그렇게 꼬부기를 다그친 것은 꼬부기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느리면.. 그것도 꼬부기처럼 무한정 느리면 트럭에 치일 수도 있고, 그러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꼬부기 아버지가 위험에서 꼬부기를 구한 적도 여럿 있었고..

 

그저 느린 아이의 분투기 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꼬부기와 미루의 가정 이야기가 나온다.

꼬부기의 사연만큼이나 미루가 받았을 상처도 몹시 큰 그런 이야기.

어른들의 만남과 이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미처 생각지 못할 그런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켜주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다행히 꼬부기와 미루는 열심히 자란다. 탈선하거나 그릇되게 나가지 않고 말이다.

그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줄 어른들의 마음을 나중에는 깨닫게 되고, 진정한 가족으로 승화된다는 그런 훈훈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다.

 

꼬부기의 본명은 천둥이, 천둥 번개라는 엄청 빠른 속도를 생각나게 하는 바로 그 천둥이었다.

꼬부기의 본명이 천둥이가 된 데에는 그리고, 꼬부기가 엄마가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재회하게 되는데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 있다.

 

빛보다 빠른 꼬부기의 반전을 기대하며, 책장을 열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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