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수상한 여자들
브리짓 애셔 지음, 권상미 옮김 / 창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 남편의 바람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그 남편이 곧 울혈성 심부전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다면.. 그래도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인가?

다소 자극적인 이 책의 질문에 나는 용서 못할 것 같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떤 이유가 되든, 어떤 결말이 되든, 바람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사랑에 대한, 믿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기에 어긋난 사랑을 붙여 잇기를 상상하는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여주인공 루시는 남편의 임종 전에 남편의 애인들을 모두 불러 남편과 대면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키고 말이다. 그녀는 미국인이라 너그러운 것일까? 아니면 소설이라 너그러운 것일까..

 

책을 읽기전에 나는 많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은 다소 코믹하고, 내용은 좀 무겁고 하지만..그 전반적인 느낌은 충분히 흥미로울 그런 이야기였다. 다만, 남편의 숱한 바람기가 큰 문제라면 문제였지.

 

루시, 그녀가 처음부터 너그러운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몇번의 바람을 피운 것을 알고, 그 실망감에 그녀는 남편을 떠나 일에 매진한다. 집에도 들어가지도 않고 그와의 만남을 회피한채 출장에 출장을 거듭하며 일만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친정엄마가 전화를 걸어 남편이 죽을 병에 걸렸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녀가 그의 곁을 지켜야 할것이라는것과 더불어 말이다.

 

그녀는 죽음이 아니었다면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일 수도 없었으리라. 아버지의 바람과 엄마의 숱한 재혼에 질려버린 그녀는 더이상 상처받길 원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

그리고 지금은 심각하게 아프다. 이 얼마나 잔인한 상황인가. 그녀가 집으로 돌아와 어색함을 참을 수 없고, 죽을 상황이라도 남편이 용서되지 않아 내가 왜 감당해야 하느냐 말을 하자, 남편 아티 역시 "당신 혼자 감당하지 말라"며.. 수첩을 건넨다. 자신의 여자친구들 주소록을 내밀며 그녀들에게도 일을 분담(?)시키기 위해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그 수첩에는 루시가 알지 못했던 너무나 많은 여자들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남편의 바람이 당황스러운데, 죽음도 생경한데.. 갑자기 그의 숱한 여자친구들을 만나야 하다니..게다가 남편에게는 아들.. 그것도 자기만큼 장성한 (아티는 루시보다 18살 많다.) 아들이 있단다.

정말 이야기는 자꾸만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어간다. 꼬인다고해야하나?

그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좋은 점을 찾으려 애쓰는 루시.그리고 아티와 루시의 주변 사람들, 특히나 아티의 수상한 여자친구들..

 

연령대도 다양하다.20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인종도 다양하고, 여자들의 성격, 사연도 다 제각각이다. 심지어 아티의 여인중에는 모녀관계까지 등장하였다. 루시의 엄마는 남자는 약한 존재라며, 아티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루시는 아티를 깊이 사랑한만큼 그 상처도 깊게 깊게 패여만 가는데 말이다.

 

"나라면 아티를 용서했을거야. 그게 더 쉽기 때문이지"

"더 쉽다고요? 미쳤나봐"

"장기적으로 보면 더 쉬워. 이 모든 것에 대한 일종의 굴복이지. 게다가 난 너보다 훨씬 유리해. 나는 남자들이 약해서 바람을 피울 거라고 예상했던 시대에 태어났으니까. 우리는 이런 일은 결국 용서해야할 거라고 예상했지. 그런면에서 우린 운이 좋았어."

"너희 요즘 여자들은 기대치가 높아. 너희는 대등한 파트너를 원하지"

250.251p

 

루시와 아티, 그리고 그의 수상한 여자들 .. 그들이 빚어내는 수상한 이야기들..

아티의 죽음이 확정적임에도 소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물론 용서와 화해가 주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소설은 새로운 이야기를 창출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하나 재미있는 표현들이 참 많다.

개와 세트로 옷을 맞춰입은 엄마의 복장이라던지.. 엄마의 애견 보기의 그것이 너무 커서, 받침대를 특수제작해준 설정이라던지.. 죽음이라는 주제로 다소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것을 코믹하게 잡아주는 요소들이 바로 그 표현들일 것이다.

 

소설은 의외의 감동도 남기면서 매듭짓는다. 어쨌거나 해피엔딩! 하지만, 아무리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게 사랑을 해왔다고 해도 많은 여성들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바람기는 절대 사양이다.

소설이니까 재미있고, 영화로 개봉될 거니까 더 실감나게는 보겠지만.. 현실에서는 노 땡큐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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