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불어넣기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일본'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은 바로 오키나와 출신 작가가 쓴 오키나와의 이야기이다.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곳, 류큐 왕국에서 일본에 종속되다시피 하였다가, 미 군정하에 몇십년을 있다가 일본에 1972년에 반환된 곳이다. 그래서, 일본이면서도 그들은 일본 본토인이기보다 오키나와 원주민(우치난추)이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한과 상처가 어려 있는 글,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읽었다.

 

오키나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책 소개글을 읽고, 어쩐지 꼭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우리의 한과는 전혀 다른 한이겠지만, 어쨌거나 자국이라고 믿었던 일본에게서 버림받고, 포로이기를 거부하며 집단 자결까지 유도받아 15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을 당하기도 했던 곳이다.

 

혼 불어넣기,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붉은 야자나무 잎사귀, 투계,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 내해의 여섯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었다.

 

<혼불어넣기>를 통해 알게 된 초혼의식은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오는 우리나라의 초혼 의식과 달리, 혼 불어넣기 의식은 몸과 분리된 영혼을 불러들이는 의식으로 산자에게 행하여진다는 차이가 있었다.전쟁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아픔은 부모의 죽음에서부터, 자식의 자주 혼이 나가는 상황까지.. 그리고 바다 거북을 기다리던 고타로의 슬픈 결말로 이어졌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이 다르겠지만, 나는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이 가장 인상깊은 글이었다. 브라질 이민을 다녀와 홀로 살고 있어서 브라질 할아버지라고 불리우던 동네의 한 독거노인. 소년은 목숨을 구해준 할아버지와 친해져서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우정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황당무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하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아와모리 술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아와모리 술, 소설을 읽다보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아와모리 술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밤에 피는 하얀 꽃에서 풍겨나는 듯한 달콤한 향을 맡고 있자니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 앉았다...

피어오르는 냄새에서 왠지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조심조심 입에 머금었다. 혀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이면서 달콤함이 입 안으로 퍼져 나갔다. 꽃향기가 콧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한모금에 취기가 도는지 컵을 돌려주는데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냄새를 따라왔는지 흰 바탕에 까만 줄무늬를 한 왕 얼룩나비가 방으로 날아들었다.

.. "이 술은 특별한 술이야."

93.94p

 

요즘 세상에는 이웃 아저씨라도 함부로 따라가서는 안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이웃간의 정이 믿을만한 그런 세상이었다. 물론 그때도 나쁜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브라질 할아버지와 소년과의 우정은 정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는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들의 우정, 그리고 할아버지의 회한이 담긴 그 술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이 패대기치고..

깨어진 술독의 향기를 따라 온갖 나비떼들이 아름답게 모여들었다. 소년은 그저 그 장면을 지켜봤을 뿐이었고..

 

<투계>는 억울한 일을 당한데 대한 분풀이라도 시원하게 한듯 해서.. 억울함이 다소 해소되는 느낌이었고..<이승의 상처를 이끌고>는 제목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읽었다가, 끝 부분에서 너무 가슴이 아픈 그런 소설이었다. 그저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가슴아픈 그들의 한을 우리네 그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는 듯 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그런 슬픔 말이다.

일본 속에 또다른 일본이 있음을..처음으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