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의 비밀노트 고려대학교출판부 인문사회과학총서
필립 라브로 지음, 조재룡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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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 곧 열 네살이 되는 스테파니는 수업시간을 빼 먹기 위해 온갖 방법을 생각해내곤 하는 여학생이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소피, 나탈리, 줄리 등 ie로 끝나는 이 클럽의 멤버들이 하나둘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첫 경험을 시작하면서,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자로써 초조함과 패배감을 느낀다.
행복해보이는 다른 집 가정과 달리 어쩐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엄마와 아빠. 그 중에서도 특히나 엄마는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스테파니. 그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고양이 가펑클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고민, 일상 들을 비밀 노트에 적어내려갔다. 많은 소소한 것들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 모두를 말이다. 절대로 하지 말 것이라는 제목으로 적은 무수한 것들 중에 인상적인 것은..
절대로 절망하지 말 것.
항상 하늘을 쳐다볼 것..
 
하늘은 정말로 나의 유일한 관심사라고 해도 좋다. 하늘이 유달리 내 관심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하늘과 우리들 사이에 놓여있는, 하늘에 이르기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빈곳 때문이다. 89.90p
 
방도 엄마 아빠가 수시로 들어오는 곳이라 유일하게 방문을 걸어잠글 수 있는 화장실을 그녀만의 사색의 공간으로 삼고, 책장까지 놓아달라고 할 정도였던 스테파니. 아빠 표현에 의하면 일주일에 스무시간은 화장실에 있는거 아니냐는 말까지 듣는다. 어른들을 모방하고, 뭔가 튀어보이고 싶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스테파니의 소원은 미국의 한적한 농장에서 동업자와 함께 농장 경영을 하는 것이었다. 잘난척 하는거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어도 그녀는 그렇게 그녀만의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비록 공부를 못하고, 수업시간에 망상에 젖어있다고 학생주임이 거의 꼴통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른들을 절대 다수의 적으로 인식한다는 청소년 집단. 그래서 어떤 일도 어른에게 고자질해서는 안되는 그들의 세계에서 똘똘하다고 믿은 한 친구가 말썽쟁이였던 다른 남자애에게 장난을 시켜서 퇴학을 당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일로 정의감에 불타오른 스테파니는 결국 어른들이 남자애를 퇴학 시키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리고 최악인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엄마의 외도 장면을 보게 되었고, 오히려 엄마는 딸 앞에 당당하게 혼내려 했다는 것. 수업에 빠지고 뭘 하냐는 것이었다. 너무 화가 난 스테파니는 모두를 떠나 가펑클만 데리고 가출을 한다.
 
이렇듯 초경을 앞둔 한 여학생의 파란만장한 성장일기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 엄마의 외도라는 소재와 맞물려 남들보다 더 아프게 성숙해가는 여자아이의 사춘기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 출판되었을 초판에서 이 이야기는 한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편집자는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지명이나 인명등만 수정하고 거의 실화를 수정하지 않은 소녀의 일기 그대로임을 밝혔다. 그 당시부터 꽤 오랜동안 많은 사춘기 소년 소녀, 특히 소녀들에게 이 책은 정말 많은 공감대를 일으켰다.
 
놀랍게도 이 책은 또다른 서문을 다루고 있다. 그 이후로 20년이 지나 편집자였던 필립 라브로가..
사실 스테파니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밝힌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놀라움 등으로 이슈가 되었던 소설이 우리 앞에 새로 인사를 하고 있다. 20년이 지나 놀라움으로 많은 독자들의 비난과 동시에 많은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심경을 너무나 섬세하게 다룬 이 작품이 사실은 중년의 남자가 쓴 소설임에 놀랄 수 밖에 없는 스테파니의 비밀 노트
 
사실 얼마 전 읽은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에서도 비슷한 이슈를 접한 적이 있었다.
1956년 미스 클레롤 염색약 광고는 모녀의 머리색이 똑같이 금발임을 드러내는 독창적인 광고였다.
셜리의 광고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편지가 클레롤도 날아들었고 그 중 "제 인생을 바꿔주어 고마워요"라는 편지는 클레롤 염색약 덕분에 결혼에 성공했다는 놀라운 팬레터였다. 이 일로 클레롤 광고가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되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1973년 셜리는 자신의 은퇴파티에서 밝힌다. "금발로 염색한후 결혼에 성공한 여성의 편지를 기억하세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실은 제가 썼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이렇게 실제를 가장한 거짓이 숨어 있는 경우가 왕왕 있나보다.
미스 클레롤 이야기도 충격이었는데 스테파니의 비밀노트도 두개의 서문으로 놀래키며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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