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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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책을 고르는 하나의 방법으로 어느 수상작들을 골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품들이었다. <고래의 눈>과 <밉스 가족의 특별한 비밀>이라는 소설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기에 ,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라면 찾아서라도 꼭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이 작품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은 1995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자, 저자 낸시 파머가 총 이 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명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이 번쩍 뜨일 수 밖에..
 




 

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하고 눈이 커지듯. 이 책을 찾아내어 읽게 되었을때, 또 상당히 두꺼운 책을 단숨에 다 읽고 나서의 흥분은 정말 깊은 새벽 졸리운 눈꺼풀따위는 사라져버리게 만드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2194년 어느 날 아프리카 짐바브웨 최고의 장군 마치카 저택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홈스쿨링을 받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는 장군의 세 아이들은 스카우트 현장 체험을 하기 위해 밖에 몹시 나가고 싶어하였다. 13살의 텐다이 11살의 리타, 4살의 쿠다 이 세남매는 용감하고 똑똑한 아이들이었지만, 군인인 아버지가 거는 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텐다이는 다소 공상에 빠지는 일이 많고, 쿠다처럼 용맹스럽지 않아 보여 아버지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미래의 삶은 대부분 로봇과 컴퓨터에 의해 모든 가사노동이 진행되고, 애완견, 자연환경조차도 모조리 로봇이 대체되어 있는 삶이었다. 그들이 누리는 삶은 안락한 것이나 인위적인 것들이었다. 바깥 세상의 어려움을 전혀 몰랐던 아이들이 단지 스카우트 체험을 하기 위해 일탈을 꿈꿨다가 하루를 계획한 외출이 파란 원숭이 일당에 의한 납치로 그들을 고난의 세계로 첫발을 딛게 만들었다.

 

그들이 살았던 안락한 도시와는 비교도 안될 쓰레기 더미 같은 "죽음의 땅"으로 끌려가 쓰레기 광산을 뒤져가며 하는 중노동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들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또 레스트 헤이븐에 가게 되어 남녀가 철저히 구분되고 책에서나 배웠던 과거의 전통 방식대로 생활함은 텐다이에게는 지낼만한 상황이었으나 여자인 리타는 견디기 힘든 고난들이었다. 게다가 남매 쌍둥이는 불길하다며 여아를 태어나자마자 죽이려 하는 전통은 그녀를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을 떨게 만드는 절대 권력자 마치카 장군이 얻고 싶은 단 하나의 자식들을 못 찾아서 힘들어하는 모습은 평범한 부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마치카 부인이 멜로워라는 찬양 시인 (우리에게는 생소한 존재이지만, 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크다. 아이들을 어렸을 적부터 키워준 유모같은 역할이자 이야기꾼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고, 이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언어의 마술사 같은 사람인...)의 조언대로 세 탐정을 고용해 아이들을 찾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고난과 모험 만큼이나 또 하나의 큰 흐름이 된다. 세 탐정은 표지에 나온 밝은 귀, 멀리 보는 눈, 긴 팔 등의 외계인 같으나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어딘가 한발짝 씩 늦은 그들의 추적은 안타깝게도 하였지만, 그랬기에 세카이를 구할 수도 있었고, 정말 위급한 순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도서관조차 없어서 비싼 새책은 엄두도 못 내고, 헌책방에서 몇명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0센트로 책 한권 사보며 그 책이 다 낡아지도록 돌려보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현실을 바라본 낸시 파머.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sf 공상과학 소설임을 알고 그녀는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존재하는 지명인 (소설 속과는 느낌이 좀 다른 곳이지만, 주위의 장소들과 분명히 차이는 있는 세계이다.) 레스트헤이븐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들 대니얼을 위한 소설이기도 하였다. 주인공은 텐다이였지만, 용감한 사자 같은 귀여운 네살의 쿠다. 당시 네살이던 아들 대니얼은 그 쿠다와 많이 닮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혹은 아예 서양이라면 미국이나 영국 정도의 소설들에 익숙하여 아프리카가 주배경이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주인공인 소설은 처음 만났다. 우리가 그 아이들이 생소하듯, 그들이 느끼기에도 영국이나 다른 세계는 생소한 부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텐다이의 눈에 보이는 멜로워의 욕심많은 늙은 어머니는 항상 과거의 영화에 집착해 살고, 허영에 들떠 동물애호를 부르짖으며 정작 아이들은 노동력을 착취하고 보상금을 노려 부모에게 보내지도 않는다. 백인 우월주의에 젖어있는 다른 소설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착하지만 나약해보이고, 마치카 장군 밑에 있음을 충성으로 여기는 백인 멜로워의 이야기 또한 아프리카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시원한 꼬집기가 아닐 수 없었다.

 

불과 몇백년 앞의 일이지만, 미래는 더이상 지금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지금 어떻게 에너지를 아끼고 자연을 보호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자연을 유지할 시간이 조금 더 연장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낌없이 자연을 마구 훼손시키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핵전쟁까지 일으키고, 돌연변이 유전자조작 동식물들을 마구 만들어낸다면.. 미래의 모습은 소설에서 나온 것 이상으로 암울한 배경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분명 그 안에도 희망이 있지만, 적어도 우리 자손들에게 모두 기계로 만들어진 인공 자연을 접하게 하고, 진짜 생명체와 자연을 책에서나 본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노력하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세 소년 소녀의 목숨을 건 모험 이야기,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그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이 무척 아쉬웠음을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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